사우디 주간 박스오피스 10위권 진입한 한국 좀비 영화 <군체>와 <부산행>
- 신작부터 10주년 재개봉작까지… 사우디 극장에서 확인한 K-호러의 가능성 -
리야드 극장에서 만난 한국 영화, <군체>
리야드(Riyadh)의 한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군체>(연상호 감독 연출)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사우디아라비아 내 극장에서 상영되며 현지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장르 영화의 해외 유통이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살펴볼 기회가 된다. 특히 통신원은 사우디 현지 박스오피스(Saudi Box Office, 이하 SBO) 자료를 확인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뿐 아니라 그의 대표작 <부산행>까지도 사우디 주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먼저 <군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감염자들이 급격하게 변이하고, 폐쇄된 공간에 고립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작품이다. 감염과 변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공포와 액션, 재난 스릴러의 요소를 결합했으며, 이는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 관객에게도 영화 내 상황과 갈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적인 특징을 갖췄다.

< 무비 시네마스(Muvi Cinemas) 유 워크(U Walk) 지점에서 할리우드(Hollywood) 영화들과 나란히 '나우 쇼잉(Now Showing)'에 걸린 '군체(Colony)'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우디 영화위원회(Saudi Film Commission)가 발표한 주간 박스오피스 자료에 따르면, <군체>는 8월 27일 '콜로니(Colony)'라는 영문 제목으로 개봉해 8월 23~29일 주간에 71만 8,600리얄(약 2억 5,300만 원)의 매출과 1만 4,000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이는 영화 개봉일을 기준으로 사흘간 집계된 성적이다. 이어 8월 30일~9월 5일 주간에는 매출 78만 700리얄(약 2억 7,500만 원)을 달성하며 관객은 1만 6,500명으로 늘었고, 순위도 9위를 유지했다. 9월 5일까지의 누적 매출은 150만 리얄(약 5억 2,900만 원), 누적 관객은 3만 600명이며, 10월 말 현재까지도 리야드 극장에서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수치는 <군체>가 사우디 극장 시장에서 일정한 관객층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봉 첫째 주에 비해 둘째 주에는 영화의 매출과 관객 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과 개봉한지 두 달이 지난 10월 말 현재도 상영 중이라는 점은 모두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군체>의 사례는 한국 장르 영화가 해외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공포와 액션이라는 장르적인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심은 신작에만 해당될까? 같은 감독의 오래된 작품이 다시 극장에 걸렸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공포영화 매출 약 393억 원… 사우디 극장 시장의 장르적인 기반
<군체>의 이와 같은 현지 내 성적을 이해하려면 사우디 극장 시장에서 공포영화가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 영화위원회의 연간 박스오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사우디 극장 시장의 전체 매출은 9억 2,080만 리얄(약 3,245억 원)이었다. 총 1,880만 장의 영화 표가 판매됐고, 538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장르별로는 액션 영화가 2억 9,780만 리얄(약 1,0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시장의 32.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그 다음 순위인 코미디 영화는 2억 3,770만 리얄(약 838억 원)로 25.8%를 차지했다. 공포 영화는 1억 1,140만 리얄(약 39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시장의 12.1%를 차지했는데, 여기서 공포 장르로 분류된 작품은 총 74편이었다.
2024년과 비교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영화위원회의 2024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공포 영화 매출은 약 6,509만 리얄(약 229억 원)이었으며 시장 점유율은 7.7%였다. 2025년에는 매출이 약 71% 증가했고, 점유율도 12.1%로 높아졌다. 상영 편수 역시 63편에서 74편으로 늘었다.
이러한 통계는 사우디 극장 시장에서 공포 영화가 상당한 매출을 창출하는 장르이며, 2025년에는 전년보다 시장 내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변화가 곧 사우디 관객이 공포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뜻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영 작품 수의 증가, 흥행작의 등장, 개별 작품의 상영 규모 등 여러 요인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염과 생존을 중심으로 한 한국 장르 영화의 성적을 분석할 때,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 영화 시장의 환경은 중요한 배경이 된다. <군체>의 박스오피스 진입을 사우디 관객 전체의 장르 선호를 입증하는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현지에서 공포영화가 일정한 시장 규모를 형성한 환경에서 한국의 감염 소재 공포영화가 관객을 만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작 <군체>와 10주년 재개봉 <부산행>… 두 작품 모두 10위권 진입
<군체>를 둘러싼 조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가 발견됐다. 연상호 감독의 2016년작 <부산행>(연출 연상호 감독, 극본 박주석)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2026년 10월 사우디 극장에 재개봉한 것이다. 현지 극장 사업자 복스 시네마(VOX Cinemas)의 상영 정보에는 <부산행>의 재개봉일이 10월 22일로 표시돼 있다.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 안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생존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라는 장르적인 소재에 더해 아버지와 딸의 관계,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과 갈등을 결합했다. 개봉 이후 <부산행>은 한국 좀비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10년이 지난 뒤 기념 재개봉을 통해 다시 해외 극장 관객을 만났다.

< 사우디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오른 영화 '군체'와 '부산행' - 출처: 사우디 영화위원회(Saudi Film Commission) >
<부산행>은 10월 셋째 주(10월 18일~24일)에 사우디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재개봉 후 사흘 만에 거둔 성적으로, 주간 매출은 31만 6,500리얄(약 1억 1,200만 원), 관객은 6,500명이다. 같은 주 10위권에 든 영화들 가운데서 유일한 한국 영화다. 개봉 1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가 재개봉 첫 주부터 사우디 주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것이다.
두 작품의 성적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분명해진다. <군체>는 신작으로 현지 극장에 진입해 2주 연속 9위에 올랐고, <부산행>은 10주년 기념 재개봉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같은 감독의 감염·좀비 소재를 한 영화 두 편은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유통 방식으로 관객을 만났지만, 모두 사우디 주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한국 영화의 해외 유통이 신작 개봉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작은 현재의 제작·배급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입했지만, 구작 역시 기념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다시 관객과 만날 수 있다. <부산행>의 사례는 이미 개봉한 지 오래된 한국의 장르 영화도 일정한 계기와 상영 기회만 있다면 해외 극장에 다시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사우디에서 재개봉한 '부산행' 포스터 - 출처: 복스 시네마스(VOX Cinemas) >
극장에서 만난 관객, 평론이 본 두 작품… 감정선에 주목하다
통신원이 평일 저녁 리야드의 한 극장을 직접 찾았을 때, 상영관 객석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사우디인 쇼그 무함마드 알수바이(Shog Muhammad Alsubaie)는 리야드의 극장에서 두 작품을 모두 관람한 관객이었다. 통신원이 두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쇼그는 망설임 없이 "강력 추천한다!"고 답했다. 이번에 개봉한 <군체>에 대해서는 "감염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설정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으며, 또 감염자를 둘러싼 인물들의 권력 다툼이 드러나는 장면을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으로 꼽았다. 아쉬운 점으로는 한 등장인물의 죽음을 들며 "너무 갑작스러웠고 정말 가슴 아팠다"고 답했다. 쇼그는 이어서 <부산행>에 대해서 "단연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영화"라고 평가했으며, "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아버지,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아버지가 죽는 장면에서 많이 울었고, 어린 딸이 터널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마침내 안전한 곳에 닿는 장면에서는 더 크게 울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영화 전문 플랫폼인 사우디 박스오피스(SBO)는 <부산행>에 10점 만점에 7.7점을 부여했다. 액션과 공포의 결합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도덕적 갈등, 특히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서사가 영화에 감정적인 깊이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긴장감 있는 액션 장면도 플랫폼에서 긍정적으로 언급됐으나, 좀비 장르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설정과 전형적인 요소가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은 영화에 대한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신작인 <군체>에는 6.5점이 부여됐다. 급격히 변이하는 바이러스와 폐쇄된 공간이라는 설정이 긴장감을 형성하고, 촬영이 감염 사태의 공포와 혼란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등장인물의 발전이 충분하지 않고, 액션과 공포 장면 사이의 전개가 다소 급하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두 후기를 비교하면, 사우디 박스오피스(SBO)는 공포와 액션의 긴장감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서사적인 완성도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산행>은 생존 상황 속 인간관계와 감정적인 깊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군체>는 장르적인 설정과 공간 연출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인물 묘사와 전개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두 영화를 모두 봤던 현지 관람객 쇼그의 반응과도 겹친다. 쇼그 역시 <부산행>에서는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인상깊게 봤으며, 그에 비해 <군체>에서는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장면에 주목했다. 다만 이 점수는 사우디 박스오피스(SBO)에 게재된 평가 점수이며, 사우디 관객 전체이 매긴 평균 평점이나 여론조사와 같은 결과는 아니다. 따라서 두 영화의 점수 차이가 실제 현지 관객의 선호 차이를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지의 영화 전문 플랫폼이 한국 장르 영화의 어떤 요소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두 작품의 사례는 한국의 장르 영화가 사우디 극장 시장에서 신작 개봉과 10주년 기념 재개봉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지 관객을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우디 극장 시장의 장르별 매출과 현지 영화 전문 플랫폼의 평가, 그리고 현지 관객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한국 장르 영화가 중동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복스 시네마스(VOX Cinemas), https://ksa.voxcinemas.com/movies/train-to-busan-korean
- 무비 시네마스(Muvi Cinemas), https://www.muvicinemas.com/en/movies/colony
- 사우디 영화위원회(Saudi Film Commission) 제공 박스오피스, https://film.moc.gov.sa/en/Box-Office
- 영화 군체에 대한 사우디 박스오피스 후기 웹사이트, https://saudiboxoffice.com/movies/104
- 영화 부산행에 대한 사우디 박스오피스 후기 웹사이트, https://saudiboxoffice.com/movies/4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