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식탁에 오른 한식… 길거리 노점부터 글로벌 피자 체인까지
- 바르샤바 한식당 ‘된지’와 피자헛 폴란드 ‘코리안 피자’로 본 케이 푸드 -
폴란드에서 한식은 더 이상 한인 사회나 일부 마니아만 찾는 음식이 아니다. 바르샤바 골목의 작은 한식당은 현지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자리를 잡았고, 세계적인 피자 체인은 고추장과 김치를 앞세운 신메뉴를 전국 매장에 내놓았다. 규모도 방식도 전혀 다른 두 곳이지만, 폴란드 사람들의 입맛이 한국의 맛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준다.
바르샤바(Warszawa) 서쪽 볼라(Wola) 지구의 구르체프스카(Górczewska) 거리에는 한식당 ‘된지(Doenji Korean Food)’가 있다. 가게 이름 옆에는 ‘당신의 한국의 맛(Twój smak Korei!)’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된지의 출발점은 식당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파는 작은 노점이었다. 가게 공식 페이스북에는 지금도 “한국 음식 길거리 노점으로 놀러 오세요”라는 초기 게시물이 남아 있다. 이후 된지는 인스타그램으로 노볼리프키(Nowolipki)의 카차(Kacza) 거리 9번지에 첫 매장을 연다고 알렸고, 지금은 구르체프스카 62/64번지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노점에서 출발해 번듯한 매장을 갖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온 셈이다.
메뉴에는 여전히 길거리 음식의 흔적이 짙다. 대표 메뉴는 바삭한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떡볶이, 채소를 넣은 군만두다. 달콤매콤한 양념치킨은 밥과 반찬을 곁들인 한 상 차림으로 나오고, 김치찌개처럼 따뜻한 국물 요리도 있다. 매운 음식과 순한 음식, 채식 메뉴를 고루 갖춰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폴란드 손님도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다. 벽면을 채운 그라피티와 아늑한 좌석 배치는 식당보다 동네 아지트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날이 좋은 계절에는 야외 좌석도 운영한다. 손님들의 평가는 숫자로 드러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쌓인 리뷰는 800건이 넘고,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이다. 리뷰에서는 푸짐한 양에 비해 부담 없는 가격, 특히 프라이드치킨 세트가 자주 칭찬을 받는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고, 매장 식사뿐 아니라 포장과 배달 앱 주문도 받는다. 노점 시절부터 쌓아 온 단골과 입소문이 매장 운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 메뉴판을 내건 된지의 컨테이너형 매장과 야외 좌석 – 출처: 된지 웹사이트 >
한식의 존재감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메뉴판에서도 확인된다. 피자헛 폴란드는 9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코리안 피자(Korean Pizza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 문구는 “트렌드의 맛과 놀아 보세요(Baw się smakiem trendów)”다. 신메뉴는 세 가지다. ‘케이팝(K-Pop)’ 피자는 마늘 고추장 소스로 볶은 달콤매콤한 면에 베이컨과 참깨를 올리고 분홍빛 ‘케이핑크 딥(K-Pink Dip)’ 소스를 곁들였다. ‘케이소울(K-Soul)’ 피자는 달콤매콤한 양념을 입힌 너겟에 청피망, 옥수수, 쪽파를 얹고 마늘 고추장 소스로 마무리했다. 채식 메뉴인 ‘케이바이브(K-Vibe)’ 피자에는 김치와 초생강, 모차렐라, 쪽파가 들어간다. 여기에 구운 닭고기와 김치를 올린 기존 인기 메뉴 ‘케이스트리트(K-Street)’ 피자까지 더해 네 가지 한국풍 피자가 메뉴판을 채웠다.
눈여겨볼 점은 이름과 재료다. 메뉴 이름에 케이팝, 소울, 바이브처럼 한류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붙였고, 재료에는 고추장과 김치를 그대로 적었다. 폴란드 소비자들이 이 단어들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만큼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김치를 넣은 채식 피자를 따로 만든 것도 흥미롭다. 김치가 매운 양념이 아니라 채식 메뉴의 주재료로 쓰일 만큼, 현지에서 하나의 식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두 달 동안의 한정 메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식을 계절마다 바뀌는 ‘트렌드’로 소개하는 방식은,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피자헛은 쇼핑몰 입점 매장마다 캠페인을 알리며 “당신의 바이브는 무엇인지 확인해 보라”고 권한다.

< 피자헛 폴란드 ‘코리안 피자’ 캠페인 이미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식에 대한 관심은 두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15~16일 바르샤바 국립경기장(PGE Narodowy)에서 열린 ‘2026 폴란드 코리아 브랜드 위크’에는 이틀 동안 3만 3천여 명이 다녀갔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김치와 라면 시식 부스가 운영돼 방문객들이 한국 음식을 직접 맛봤다. 케이팝 댄스 수업과 드라마 상영회, 한복·한옥 전시와 함께 음식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주요 통로 가운데 하나로 쓰인 것이다.
바르샤바 현지 맛집 안내 사이트에 ‘한식 맛집’ 목록이 따로 올라올 만큼, 한식당은 이제 도시의 익숙한 선택지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된지 같은 작은 식당과 피자헛 같은 대형 체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의 맛을 내놓고 있다. 골목 노점에서 시작한 작은 식당과 전국에 매장을 둔 글로벌 체인은 출발점도 규모도 다르다. 그러나 두 곳 모두 폴란드 손님을 겨냥해 한국의 맛을 내놓았고, 손님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한 식당은 떡볶이와 김치찌개로 한국의 맛을 그대로 전하고, 한 체인은 고추장과 김치를 피자 위에 올려 현지식으로 풀어냈다. 한식이 폴란드에서 잠깐의 유행을 넘어 일상의 한 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바르샤바의 식탁을 계속 지켜볼 만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된지(Doenji Korean Food) 웹사이트,
https://doenjikoreanfood.com/
- 바르샤바 플레이스(warszawa.place) 웹사이트,
https://warszawa.place/kuchnia-koreanska/
- 갈레리아 아스카나(Galeria Askana) 웹사이트,
https://galeria-askana.pl/pizza-hut-korean-pizz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