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아트페어가 프리즈 간판을 달면서 서울과 연이 생기다
- 참가 84개 화랑 중 한국은 부산 조현화랑 한 곳에 불과 -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7년 동안 열린 아트페어 아부다비 아트(Abu Dhabi Art)가 올해부터 프리즈 아부다비(Frieze Abu Dhabi)로 이름을 바꿔 연다. 세계 아트페어 브랜드 프리즈(Frieze)가 지난 8월 27일 첫 회 참가 화랑 명단을 냈고 아랍에미리트 유력 일간지 ≪더 내셔널(The National)≫이 같은 날 이를 보도했다.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아부다비 사디야트(Saadiyat) 문화지구의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열린다. 37개국 64개 도시에서 84개 화랑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는 프리즈가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에 내는 첫 아트페어다. 프리즈가 아부다비 문화관광부(DCT Abu Dhabi)와 함께 세웠고 아부다비 아트를 이끌던 딜라 누세이베(Dyala Nusseibeh) 총감독이 그대로 맡는다. 프리즈는 발표문에서 이 페어가 런던(London)·로스앤젤레스(LA)·뉴욕(New York)·시카고(Chicago)·서울에 이은 새 거점이라고 밝혔다.

< 프리즈 아부다비 첫 회 참가 화랑 명단을 보도한 현지 언론 - 출처: '더 내셔널(The National)' 웹사이트 >
규모는 줄이고 선별은 높였다
전신인 아부다비 아트는 2025년에 142개 화랑이 참가해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메이저 아트페어였다. 이번에 프리즈로 바뀌면서 참가 화랑 숫자는 84개로 줄었다. 대신 짜임새가 달라졌다. 본 섹션 갤러리스(Galleries)에 60여 개 화랑이 서고 신진 화랑 개인전 섹션 포커스(Focus)에는 프리즈가 참가 화랑마다 보조금을 준다.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를 다루는 프리즈 마스터스 아부다비(Frieze Masters Abu Dhabi)는 첫 주제를 인도양으로 잡았다. 교역과 수집과 문화 교류를 따라 사람과 물건과 생각이 어떻게 오갔는지를 보는 구성이다. 참가 화랑을 고른 선정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두바이와 뭄바이의 화랑 대표다. 지역 화랑이 지역 페어를 짜는 구조다.
페어가 서는 자리도 예사롭지 않다.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2017년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와 자예드 국립박물관·자연사박물관·팀랩 페노메나가 이미 있고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오는 12월 11일 문을 연다. 페어 폐막과 구겐하임 개관이 3주 간격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박물관을 먼저 짓고 그 위에 세계 브랜드 페어를 얹은 것이다.
한국 화랑은 한 곳만 참가
프리즈 발표문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화랑 5곳을 나열했다. 싱가포르의 가자 갤러리(Gajah Gallery)와 상하이의 펄 램 프로젝트(Pearl Lam Projects), 홍콩의 로시 앤드 로시(Rossi & Rossi)와 한아트 티지 갤러리(Hanart TZ Gallery), 그리고 부산의 조현화랑(Johyun Gallery)이다. 84개 가운데 한국 화랑은 조현화랑 하나다.
조현화랑은 1989년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박서보와 이우환·윤형근으로 출발한 단색화 화랑이고 박서보 개인전만 14번 열었다. 최근에는 김종학과 이배, 권대섭을 다룬다. 아부다비에서 어떤 작가를 낼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 동아시아 화랑 5곳 가운데 한국은 부산 조현화랑뿐임을 밝힌 프리즈 아부다비 발표문 - 출처: '프리즈(Frieze)' 웹사이트 >
전신인 아부다비 아트의 지난 2025년 명단에는 서울의 학고재가 있었다. 페어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동안 한국 자리는 하나로 유지됐고 그 자리를 채우는 화랑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뀌었다.
같은 주에 서울에서 벌어진 일
명단이 나온 다음 주, 프리즈 서울이 지난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다섯 번째로 열렸다. 30개국 125개 화랑이 참가했고 그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에 공간을 둔 화랑이 70%를 넘었다. 2022년 첫 회에는 50%였다. 국제갤러리가 낸 유영국의 1971년작이 22억에서 25억 원 사이에 팔렸다. 2022년 이후 프리즈 서울에서 팔린 한국 작가 작품 가운데 이보다 비싼 것은 없었다.
업계 분위기는 조심스러웠다. 여러 화랑이 2만에서 5만 달러(약 2,700만에서 6,900만 원)대 젊은 작가 작품 쪽으로 눈을 돌렸고 국제 방문객이 예년보다 줄었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 미술시장은 2022년 8,066억 원에서 2024년 6,151억 원으로 23.7% 줄었다.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는 이를 쇠퇴가 아니라 성숙기의 조정으로 읽었다.

<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학고재·조현화랑이 모두 오른 프리즈 서울 2026 참가 화랑 목록 - 출처: '프리즈(Frieze)' 웹사이트 >
프리즈가 2022년 서울을 택한 것은 홍콩(HongKog) 다음의 아시아 관문을 찾은 결과였다. 5년이 지나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화랑이 열에 일곱인 페어가 됐다. 아시아 미술을 보러 오는 곳으로는 자리를 잡은 것이다. 프리즈 아부다비는 서아시아와 남아시아 컬렉터를 향한다. 두 페어가 노리는 손님이 다르니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 화랑들의 설명이다.
보통 국제 화랑의 한 해 페어 예산은 정해져 있다. 3월 홍콩과 9월 서울과 11월 아부다비에 전부 부스를 내는 화랑은 많지 않다. 프리즈 아부다비 첫 회에 가고시안(Gagosian)과 페이스(Pace)·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페로탱(Perrotin)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내년에 서울과 아부다비 가운데 어디에 더 큰 부스를 내는지를 보면 두 도시의 자리가 드러날 것이다.
한국 화랑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프리즈 서울에는 한국 대형 화랑이 다 나오지만 아부다비 명단에는 한 곳이다.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열리고 아트 바젤과 프리즈가 걸프에 자리를 잡는 해에 중동 컬렉터에게 한국 미술을 보이는 자리는 부산 화랑 하나가 만들고 있다. 한국 미술의 중동 진출을 이야기할 때 이 숫자를 먼저 봐야 할 것이다.
아부다비가 페어를 키운 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가 박물관을 먼저 짓고 세계 브랜드 페어를 나중에 불렀다. 서울은 반대로 페어를 먼저 들여왔고 5년 만에 페어를 받칠 전시장이 없어 장소를 옮기게 됐다. 페어는 브랜드가 오면 생기지만 페어를 받치는 건물과 미술관은 정부가 짓는 것이다. 프리즈 서울이 2031년까지 남기로 한 지금 서울은 그 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더 내셔널(The National)≫ (2026. 08. 27). Frieze Abu Dhabi reveals 84 galleries for inaugural art fair,
https://www.thenationalnews.com/arts-culture/art-design/2026/08/27/frieze-abu-dhabi-art-galleries-dates-tickets/
- 프리즈(Frieze) 웹사이트,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abu-dhabi-reveals-global-line-shaped-region-its-inaugural-edition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웹사이트,
https://www.frieze.com/fairs/frieze-seoul/galleries
- 아부다비 아트(Abu Dhabi Art) 웹사이트,
https://www.abudhabiart.ae/en/art-fair/exhibitors/galleries2025
-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 (2026. 08. 27). Frieze Abu Dhabi: which galleries are taking part in the inaugural fair?,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6/08/27/frieze-abu-dhabi-galleries-inaugural-fair
-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 (2026. 09. 01). South Korea's art market correction signals maturity,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6/09/01/south-koreas-art-market-correction-signals-maturity
-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 (2026. 09. 03). Amid volatile Korean economy, galleries at Seoul's art fairs opt for cautious pricing and fresh faces,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6/09/03/amid-volatile-korean-economy-galleries-at-seouls-art-fairs-opt-for-cautious-pricing-and-fresh-fa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