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이뤄진 한민족 대통합
- 벨기에 한인 입양인과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및 한국문화 프로젝트 -
벨기에에서 한국인 입양인과 고려인이 함께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가는 뜻깊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케이에스디(KSD) 나눔재단은 지난 2년간 한국어 교육을 위해 벨기에 한인 입양단체를 후원했다. 후원은 중단됐지만 한인 입양인들은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싶어했다. 이에 따라 케이하트 한국어 및 한국문화 아틀리에(K-Heart Koreaans Taal- & Cultuur Atelier)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계속 배우고 싶어 하는 입양인들을 위해 무료 한국어 수업과 문화행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입양인과 그 자녀, 배우자뿐 아니라 벨기에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케이하트 아틀리에의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입양인 및 고려인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를 위해 케이하트 아틀리에는 지난 8월 29일 토요일 환영파티를 열고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입양인과 고려인들에게 이번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프로젝트의 취지와 앞으로의 활동을 소개했다. 당일 참석하지 못한 프로젝트 회장 프레더릭 반 더르 플라서(Frédérick Van Der Plassche, 원정선) 씨와 대외협력 담당자 뮤리엘 러브런(Muriel Lebrun, 박숙자) 씨는 영상으로 환영 인사를 전하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 소피 더 니버 총무와 킴 할런 홍보 담당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소피 더 니버(Sophie De Neve, 김가영) 총무는 프로젝트의 임원진과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소개하고 향후 진행될 다양한 한국문화 행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특히 홍보 담당자인 킴 할런(Kim Haelen, 오순옥) 씨는 지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자신의 경험을 참석자들과 나눠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미국으로 입양된 친언니를 찾게 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며,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가족과 자신의 뿌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어 강사로 참여한 통신원은 앞으로 진행될 수업 방식과 교육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 다과를 즐기는 참석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이 임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한국 음식과 디저트를 함께 나누며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국인’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이야기에 쉽게 마음을 열었다. 세 자매가 함께 벨기에로 입양된 미키(Micky) 씨는 “우리 세 자매는 함께 벨기에로 입양됐으며 한국인 친부모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 가면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없는 점이 매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자매와 우리의 자녀들은 이번에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국어를 잘 배워서 언젠가는 한국 부모님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인 타티아나(Tatyana) 씨도 한국어를 배우게 된 특별한 이유를 전했다. 그녀는 “벨기에로 이민 온 고려인 남편을 만나 벨기에에 살게 됐다. 세 자녀도 벨기에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한국에 가서 정착할 생각이 있어서 남편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며 “이렇게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서로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입양, 한국에 대한 기대, 벨기에에서의 삶 등에 대해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지만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헤어질 때 참석자들은 서로 깊게 포옹하는 벨기에식 인사를 나누며 다음 한국어 수업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한국’이라는 하나의 뿌리 아래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한국인의 정과 따뜻함도 참석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갔고, 행사장은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어 교육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한국어 실력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한인 입양인들에게 한국어는 자신의 뿌리와 가족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하는 언어다.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입양인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한국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아닌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친가족을 찾은 입양인들에게 한국어는 가족과 직접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연결 수단이다. 고려인들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아오면서 언어와 문화가 변화했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자신의 조상과 뿌리를 이해하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과정이다. 특히 한국 정착을 꿈꾸는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한 현실적인 기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어 수업’이라는 이름을 넘어 서로 다른 역사 속에서 살아온 한민족을 다시 연결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입양인과 고려인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면서 한국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확인하고, 다음 세대에게도 그 연결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수업은 오는 9월 9일부터 시작되며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현재 모두 28명이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모두 자원봉사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어떤 만남과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서로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온 한민족이 벨기에라는 타국에서 만나 한국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확인하고 관계를 만드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통해 다시 연결되는 것.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가 만들어가는 ‘한민족 대통합’의 의미일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