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Mexico City)의 거리와 골목에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춤추게 만드는 음악 가운데 하나가 쿰비아 소니데라(Cumbia Sonidera)다. 멕시코시티의 바리오(barrio), 이웃 공동체와 교외 지역의 문화 속에서 발전해 온 소니데로 음악은 단순한 춤곡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거리의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 역시 소니데로를 바리오와 이웃 공동체의 음악적 전통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친숙한 멕시코 음악의 한복판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가 있다. 바로 아비가일 박(Abigail Pak), ‘라 코레아녜라(La Coreañer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다.
샌안토니오에서 성장한 아비가일 박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했으며, 13세였던 201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피아노 독주자로 데뷔했다. 이후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대학 관악 앙상블의 수석 타악기 연주자로 활동했다. 다트머스대학교 공식 자료는 그를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타악기 연주자, 언어학 전공자로 소개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클래식 음악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쿰비아를 연주했고, 이후 아코디언과 타악기를 스스로 익히며 멕시코 음악으로 음악적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서 쌓은 연주 경험과 쿰비아의 자유롭고 즉각적인 에너지를 결합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갔다.
‘라 코레아녜라(La Coreañera)’라는 이름 역시 멕시코 문화와의 만남에서 탄생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아비가일 박은 한국인이라는 의미의 ‘코레아나(Coreana)’와 멕시코시티 및 멕시코주 바리오 문화와 연결된 표현인 ‘녜라(ñera)’를 결합해 이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이름을 자신의 활동명으로 받아들이며 한국계 정체성과 멕시코 문화가 공존하는 자신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예술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공식 아티스트 소개에 따르면 그는 2024년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되기 시작했으며, 스포티파이(Spotify)는 현재 그가 150만 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인기는 멕시코의 실제 음악 현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2024년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 산하 카사 델 라고(Casa del Lago)에서 열린 제3회 ‘마라톤 데 소니데로스(Maratón de Sonideros)’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는 소니도 라 콩가(Sonido La Conga) 등 멕시코 소니데로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또한 2023년에는 멕시코시티 네사우알코요틀 홀(Sala Nezahualcóyotl)에서 로드리고 마르티네스 토레스의 아코디언 협주곡 <온다 트로피컬(Onda Tropical)> 세계 초연에 독주자로 참여했다.
대중적인 무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공식 소개에는 그가 멕시코시티 소칼로(Zocalo)에서 4만 명 앞에서 공연한 이력이 소개되어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제공한 설명이라는 점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된 관객 집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음악 산업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유니버설 뮤직 멕시코(Universal Music México) 공식 사이트에는 현재 라 코레아녜라(La Coreañera)가 아티스트로 등록되어 있으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는 그가 2024년 유니버설 뮤직 멕시코, 지티에스(GTS)와 계약했다고 소개한다. 스포티파이는 악기 브랜드 호너(Hohner)의 후원을 받는 아티스트라고 밝히고 있다.
2026년 발표한 <코레아쿰비아(KOREAKUMBIA)>는 이러한 음악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곡은 2026년 5월 28일 유니버설 뮤직 그룹 멕시코(Universal Music Group México)를 통해 발매됐으며, 아비가일 박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곡이 자신의 현재 음악적 방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라 코레아녜라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계 음악가가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멕시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거리문화 안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과 같은 언어와 리듬으로 소통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한국계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이를 새로운 음악적 언어로 풀어낸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식과는 또 다른 문화교류다. 한국을 멕시코에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의 음악 안에서 한국계 정체성을 보여주고 두 문화가 만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코디언 하나를 들고 멕시코의 바리오와 세계 무대를 오가는 라 코레아녜라. 그의 음악은 문화교류가 서로의 문화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고 함께 춤추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행보는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새로운 형태의 민간 문화교류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 언론매체 인터뷰 사진 – 출처: ‘라이벌’ 웹사이트 >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라 코리아녜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lacoreanera),
https://www.instagram.com/lacoreanera?igsh=MXhwanozMGU5bTBhbg%3D%3D
-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공식 웹사이트,
https://schedule.sxsw.com/2026/artists/2251720?utm_source=chatgpt.com
-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 동문 웹사이트,
https://alumni.dartmouth.edu/stories-news/artistic-creation-all-students-no-matter-their-major?utm_source=chatgpt.com
- 스포티파이(Spotify) 웹사이트,
https://open.spotify.com/intl-es/artist/74XNnqjblniM4XXlcJFak7?utm_source=chatgpt.com
- 카사 델 라고 우남(Casa del Lago UNAM) 공식 웹사이트,
https://casadellago.unam.mx/nuevo/evento/3o-maraton-de-sonideros?utm_source=chatgpt.com
- 애플 뮤직(Apple Music) 웹사이트,
https://music.apple.com/us/album/koreakumbia-single/6769465064
- ≪라이벌(RIVAL)≫ (2026. 06. 03). INTERVIEW: La Coreañera finds home, freedom, and belonging in “KOREAKUMBIA”,
https://www.rivalmagazinela.com/rival-online/interview-la-coreaera-finds-home-freedom-and-belonging-in-koreakumbianbsp?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