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프리토리아(Pretoria)의 프리덤 파크(Freedom Park)에서 ‘해외 망명자 봉환 프로그램(Exile Repatriation Programme)’의 앙골라 단계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어 8월 3일 ≪남아공 정부뉴스(SAnews)≫를 통해 앙골라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족을 둔 유가족에게 등록을 요청하며, 유전자 자료 제출과 가족 정보 확인 절차를 개시했다. 이 사업은 실종자 확인, 유해 발굴, 법의학적 신원 규명, 유해 송환, 재매장, 추모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통합 기억정책이자 문화정책의 확장된 실천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 앙골라 망명 중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에게 신고를 요청하는 게이턴 맥켄지(Gayton McKenzie) 장관 - 출처: ‘남아공 정부뉴스’ 웹사이트 >
이 사업은 프리덤 파크라는 국가 기념공간을 중심으로 수행되며, 추모 의례와 기념 행위, 기록 보존이 결합된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요소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국가가 과거의 폭력과 분쟁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구성하고 기억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정책적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유해 송환과 재매장 과정에서 수행되는 의례, 국가 차원의 추모식, 기록 아카이브 구축은 문화유산 정책과 기억정책이 결합된 형태로 해석된다.
사업은 남아공 체육예술문화부(Department of Sport, Arts and Culture)가 주도하지만, 실제 실행은 다부처 협력체계로 구성된다. 남아공 유산자원청(South African Heritage Resources Agency), 법무부, 검찰청 산하 실종자전담팀(Missing Persons Task Team), 군사보훈부 등이 참여하며, 2021년 채택된 인간 유해 및 유산물의 봉환·반환에 관한 국가정책과 진실화해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TRC)의 권고가 제도적 기반이 된다. 또한 2024년 남아공–앙골라 간 양해각서와 2026년 내각 승인 5개년 계획에 따라 국가 간 협력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상은 1976년부터 1992년 사이 앙골라에서 사망한 남아공 망명자 및 무장투쟁 조직 움콘토 웨 시즈웨(uMkhonto we Sizwe) 대원으로, 정부는 약 300~400명의 사망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앙골라 전역에는 400곳 이상의 잠재 매장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2025년 예비조사에서는 우선 발굴 검토 대상 89기가 확인되었다. 지뢰 위험, 매장지 훼손, 기록 부재, 공동묘지의 반복 사용 등 복합적 조건으로 인해 실제 유해 수습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남아공의 유해 봉환사업 홍보 배너 - 출처: 남아공 유산자원청 웹사이트 >
이 사업은 여섯 단계의 구조적 절차로 설계되어 있다. ① 실종자 명단 작성 및 가족 확인, ② 매장지 지도화 및 현장 조사, ③ 유해 발굴 및 종교·문화적 의례 수행, ④ 법의학 감정 및 디엔에이(DNA) 대조, ⑤ 유해 인계 및 본국 재매장, ⑥ 국가 차원의 추모 및 기록화 단계가 그것이다. 가족 동의는 모든 절차의 전제 조건이며, 발굴 및 송환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유해를 찾지 못한 경우에도 상징적 봉환과 추모 절차가 제공되어, 물리적 유해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기억과 인정의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이러한 구조는 남아공이 전환기 정의를 문화정책과 결합해 제도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미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관련 유해 230구 이상을 수습했으며, 잠비아와 짐바브웨에서 49구를 봉환한 경험이 있다. 또한 물리적 유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11차례의 상징적 봉환을 수행하며, 기억의 공백을 제도적 의례로 보완하는 정책 모델을 구축해 왔다.
앙골라 단계는 이러한 정책의 확장된 적용으로, 문화정책의 범위를 문화 향유나 유산 보존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폭력 이후 사회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프리덤 파크에서의 추모 의례, 국가 기록화 사업, 유가족 참여형 절차는 문화적 실천과 행정적 정의가 결합된 복합 정책 구조를 형성한다.
다만 이 사업은 단순한 상징사업이 아니라 정량적·제도적 과제를 동시에 내포한다. 발굴 대상 수(400곳 이상), 우선 발굴 수(89기), 수습 가능성(30~50%) 등은 정책 실행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며, 상징적 봉환과 실제 유해 송환이 병행되는 구조는 성과 평가의 복합성을 높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는 완결된 결과보다 지속적 기억의 제도화에 초점을 둔 정책 설계로 이해된다.
남아공 일간지 ≪더 위트니스(The Witness)≫는 이 사업을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bringing them home)”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유해 반환이 아니라 가족의 권리 회복과 국가의 도덕적 책임 수행이라는 의미를 강조한다. 정부는 언어 지원, 심리 상담, 대면 등록 등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고령 유가족을 고려한 오프라인 등록 체계도 병행하고 있다.
이 사례는 문화정책과 기억정책의 결합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첫째, 문화정책은 더 이상 공연·전시 중심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폭력 이후 사회적 기억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둘째, 유해와 매장지는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정의 실현과 신원 확인을 포함하는 복합적 정책 대상이 된다. 셋째, 추모·의례·기록화는 문화적 행위이면서 동시에 국가 책임을 구현하는 행정적 장치로 기능한다.
한국의 정책 환경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과제가 존재한다. 해외 독립운동가, 전쟁 희생자, 이산가족 관련 유해 및 기록 문제는 외교, 법의학, 인권, 문화정책이 결합된 영역이다. 남아공 사례는 유해 송환을 단순한 기념사업이 아니라 가족 동의, 과학적 신원 확인, 심리 지원, 기록 공개, 상징적 추모까지 포함하는 통합 정책으로 설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앙골라 유해 봉환사업은 문화정책과 기억정책, 전환기 정의가 결합된 복합 정책 모델이다. 이 사업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제도화하고, 국가 책임을 문화적·행정적 구조 속에서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향후 문화정책이 사회적 정의와 결합해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국제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남아공 정부뉴스(SAnews)≫ (2026. 08. 03). Government calls on families who lost relatives in exile in Angola to come forward,
https://www.sanews.gov.za/south-africa/government-calls-families-who-lost-relatives-exile-angola-come-forward
- ≪더 위트니스(The Witness)≫ (2026. 08. 03). Bringing them home: Government launches Angola repatriation drive,
https://witness.co.za/news/2026/08/03/bringing-them-home-government-launches-angola-repatriation-drive/
- 남아공 법무·헌법개발부(Department of Justice and Constitutional Development) 웹사이트,
https://www.justice.gov.za/m_speeches/2026/20260731-SA-Exile-Repatriation-Angola-DMin.html
- 남아공 유산자원청(South African Heritage Resources Agency) 웹사이트,
https://www.sahra.org.za/exile-repatr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