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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에게 감정 이입하는 인도네시아

  • 조회수

    46

  • 게시일

    2026-08-15

  • 국가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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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원, 우리의 소원(My Wish, Our Wish)’ 포스터 – 출처: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 한복판에 위치한 ≪안타라 통신≫ 본사의 안타라 헤리티지 센터에서 제81주년 독립기념일을 즈음해 백범 선생 탄신 15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나의 소원, 우리의 소원 – 자유로 가는 길(My Wish, Our Wish – Road to Freedom)’이 8월 12일 개막했다. 이 전시회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에 게시된 개최사에서는 독립기념관과 주인도네시아문화원이 ‘2026년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공식 지정을 기념하여 공동 전시 ‘나의 소원, 우리의 소원’을 개최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유네스코에는 회원국이 제안한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 인물의 탄생·기념일 등을 국제적으로 함께 기념하는 제도가 있어 해당 사건이나 인물이 교육·과학·문화·평화 등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특정 연도를 그 기념해로 지정한다.


따라서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라는 것은 한국이 김구 탄생 150주년을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한 것을 유네스코 총회가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2025년 10월 31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2026년을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공식 지정했다. 한국 인물 가운데에는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2012년)과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2021년)이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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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라 헤리티지 센터 1층에 설치된 ‘나의 소원, 우리의 소원’ 전시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 포스터에는 유네스코, 김구재단, 대한민국 문체부, 한국문화원, 독립기념관, 안타라뉴스만 기재되어 있고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안타라 통신≫의 협조뿐만이 아니라 이 시기가 인도네시아의 독립 81주년 시기이므로 의미가 맞아 떨어지는 것 덕분에 문화부가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회 개막식에서는 파들리 존 문화부장관이 축사를 했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메인 로비에 김구 선생 일생과 업적에 대한 사진 자료들과 영상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로비 홀 왼쪽의 또 다른 공간에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독립선언식 사진자료와 함께 ≪안타라 통신≫ 창립자 중 한 명인 언론인 아담 말릭의 저서, 저명한 시인 차이룰 안와르의 독립에 대한 시문 등이 전시되었다.


이 전시회에서 인도네시아 측이 백범 선생의 상대편에 수카르노를 내세운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81년 전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것이 바로 수카르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카르노와 비슷한 위상이라 볼 수 있는 한국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있음에도 수카르노를 백범 김구와 동격으로 놓았다는 것은 나름의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카르노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을 지휘해 마침내 국가의 주권을 되찾았고 애당초 공화국군이 우세하던 자바와 수마트라 외에 친네덜란드 성향이 큰 다른 지역들을 모두 병합해 동남아시아-남태평양 지역 최대 국가를 건설한 인물이다. 또한 임시정부와 대한광복군을 이끌며 일본을 상대로 무력투쟁을 불사했던 백범 선생은 국토의 참절을 막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남북한 동시 총선거를 도모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수카르노도 이승만과 비슷하게 독립지사 출신으로 장기 독재의 우를 범한 신생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으나, 이번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 자카르타 사진전에서 백범 선생과 수카르노를 짝지은 것은 두 인물 다 ‘불굴의 의지를 빛낸 독립투사이자 민족지도자’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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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탄생 15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안타라 통신≫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였던 1937년 당시 동인도 총독부 소재지인 바타비아에 설치된 민족주의 성격의 통신사로 네덜란드 언론인이 1917년에 세운 ≪아테타(ANETA) 통신≫이 그 전신이다. 이번 전시회 장소로 사용된 안타라 헤리티지 센터는 ≪안타라 통신≫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100년도 넘은 네덜란드 시대의 건축물로 일본군 강점기인 1942-1945년 기간에는 일본 통신사 야시마(Yashima)아 도메이(Domei)가 사용했고 독립전쟁(1945-1949)이 끝난 후 네덜란드가 바타비아에서 물러나자 ≪안타라 통신≫이 다시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안타라 통신≫이 인도네시아의 공식 국가 통신사로 확정된 것은 1962년의 일이다.


문화부에서 국가유산 등록을 검토하고 있는 이 유서 깊은 건물이 서 있는 빠사루바루(Pasar Baru) 지역은 이제 낡아가는 자카르타의 오래된 상업지구로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방문객들이 많이 방문하기 어렵다. 개막 이틀째인 8월 14일(금) 오후 2시쯤 방문했을 떄 통신원이 유일한 방문객이었다. 좀 더 접근성이 높은 곳이었다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간 3.1혁명이나 제주 4·3사건이나 5·18 항쟁 등은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역사적 기억, 영화제, 학술 행사 등과 연결되면서 비교적 지속적으로 관련 전시회나 세미나가 자카르타에서도 열린 바 있지만 이번 백범 탄생 150주년 사진전처럼 한국의 역사적 특정 인물 자체의 생애와 사상, 업적을 중점적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행사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 교류 방식을 도모해 한국에서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을 인도네시아에 전격 소개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한국문화원 등 주최 측의 기획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양국이 서로의 역사에 좀 더 호의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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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12일 백범 탄생 150주년 기념 사진전 개막식. 왼쪽부터 김용운 한국문화원장, 정해관 공사 겸 총영사, 파들리 존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 베니 시가 부따르부따르 안타라통신 이사 – 출처: ‘안타라 뉴스’ 웹사이트 >

 

다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백범 선생과 수카르노가 사실은 본질적으로 접점을 이룰 수 없는 인물이란 점이다. 백범 선생은 일본 제국주의가 검거하고자 했던 공적 1호였으나 수카르노는 최고의 부역자로 일본 패망 전 일본 천황으로부터 훈장도 받은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인도네시아 지식인들이 네덜란드의 350년 식민 통치를 끊기 위해 당시 강대하던 일본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얻어내겠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회는 반일 투사와 친일 부역자를 한 공간에 둔 셈이 되었다.


또한 1945년 8월 17일의 인도네시아 독립선언은 당시 이틀 전 패망한 일본에 대한 독립선언이라기보다 이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도네시아 식민지를 되찾으러 돌아오려고 하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 독립선언이란 성격이 강하다.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강점하고 있던 시기에 위안부, 징용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권력 상층부에서 인도네시아 지식인 지도자들을 회유해 동원했고, 그 대신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준비시켜 주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기 무섭게 거의 동시에 수카르노와 하타를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하는 공화국 정부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해방 전까지 오랫동안 핍박을 서슴지 않은 일본에 대해 한국이 갖는 감정과 인도네시아인의 인식은 상당히 다른 편이다. 그래서 같은 날 두 나라가 함께 독립과 광복을 축하한다고 해서 그 마음가짐마저 똑같을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들은 자카르타에서 백범 선생과 함께 뜨거운 마음을 담아 대한독립만세!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koremb.idn),

https://www.instagram.com/p/Db-I49-IBEF/?img_index=1

- ≪안타라 통신(Antara News)≫ (2026. 08. 12). Pameran foto Indonesia-Korsel mampu hadirkan semangat positif,

https://buly.kr/1y1HIRv 

- ≪티브리 뉴스(TVRI News)≫ (2025 08. 07). Antara Heritage Center, Gedung Bersejarah Perjalanan Jurnalistik Indonesia,

https://nasional.tvrinews.com/berita/tcmr8ar-antara-heritage-center-gedung-bersejarah-perjalanan-jurnalistik-indonesia

-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https://id.korean-culture.org/ko/1629/board/1311/read/146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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