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작가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 스릴러 37위
한국계 미국 작가의 목소리, 이민진·한강에 이어 ≪뉴욕 타임스≫ 주요 문학 리스트에 올라

<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선 중 37위에 오른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 출처: 아마존 웹사이트 >
한국계 미국 작가 스테프 차(Steph Cha)의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 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선(The 50 Best Thrillers of the 21st Century)’에서 37위에 올랐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는 2026년 8월 4일 2000년 이후 출간된 스릴러 가운데 최고의 작품 50편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번 순위는 단순한 판매량이나 독자 투표가 아니라 소설가와 편집자, 서점 관계자, 사서, 평론가 등 291명의 문학 관계자와 독자들이 각자 10편을 추천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 2026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선’ 발표 화면- 출처: ’뉴욕 타임스‘ 인스타그램 계정(@nytimes) >
2019년 출간된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Latasha Harlins) 총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한인 상점 주인에 의해 살해된 흑인 소녀의 가족과 사건에 연루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수십 년의 시간차를 두고 교차시키며, 1990년대 로스엔젤레스의 인종 갈등과 그 후유증을 현재의 이야기로 끌어온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에는 1992년 로스엔젤레스 폭동도 자리한다. 한인 사회와 흑인 사회 사이의 긴장, 이민자의 정체성,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상처와 기억을 범죄소설이라는 장르 안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2026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선’ 중 31-40위 - 출처: ‘뉴욕 타임스’ 인스타그램 계정(@nytimes) >
이번 뉴욕 타임스 순위에서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의 앞에는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 『사일런트 페이션트(The Silent Patient)』가 36위에, 뒤에는 테리 헤이스의 『나는 순례자다(I Am Pilgrim)』이 38위에 올랐다. 40위는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30일의 밤(Dark Matter)』가 차지했다. 1위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2위는 데니스 러헤인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3위는 타나 프렌치의 『숲속에서(In the Woods)』였다. 스테프 차의 작품이 21세기 스릴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품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셈이다.
스테프 차가 이 사건을 소설로 쓰게 된 계기는 사건이 발생한 1991년이 아니라 훨씬 뒤였다.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차는 1991년 당시 다섯 살이었다. 그는 2013~2014년 무렵 로스엔젤레스 지역 공영 라디오 ≪케이피시시(KPCC)≫의 한 인터뷰를 통해 라타샤 할린스 사건을 처음 자세히 알게 됐다. 당시 인터뷰에는 이 사건의 살인과 재판,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사회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역사학자 브렌다 스티븐슨(Brenda E. Stevenson)이 출연했다.

< 한국어 번역본으로 나온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 출처: 교보문고 웹사이트 >
차는 2019년 11월 로스엔젤레스 기반 문학·문화 저널 ≪엔젤스 플라이트 리터러리 웨스트(Angels Flight Literary West)≫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를 회상하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성장한 2세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의 감정을 계속 생각했고, 결국 “이런 생각들이 한 권의 책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차는 2014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마이클 브라운 피살 사건과 퍼거슨 사태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막 확산되던 시기였다.

<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쓴 한국계 작가, 스테프 차 - 출처: ‘엔젤스 플라이트 리터러리 웨스트’ 웹사이트 >
1990년대 초 로스엔젤레스의 인종 갈등과 201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 문제를 동시에 바라보면서 그는 과거와 현재의 폭력이 반복 되는 모습을 소설 속에 담았다. 결국 2019년 출간된 작품은 1992년 로스엔젤레스 폭동으로부터 27년 뒤 세상에 나왔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의 특별함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스테프 차는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한 사회의 역사와 구조를 들여다보는 창으로 사용한다. 차는 로스엔젤레스 기반의 문학 잡지 ≪엔젤스 플라이트 리터러리 웨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때 그것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과 역사적 배경을 사건에 가져오며, 범죄가 어떻게 처벌되는지를 통해서도 그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단순한 범인 추적이나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한 사건을 둘러싼 두 가족의 기억과 죄책감, 분노와 상실을 따라가며 폭력의 기억이 세대를 거쳐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한 도시의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에도 문학적 평가를 받아왔다. 2020년 엘에이 타임스 북 프라이즈(LA Times Book Prize) 미스터리·스릴러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번에는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Viet Thanh Nguyen)은 이 작품을 “모든 것을 갖춘”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이민자의 꿈과 인종적 현실이 충돌하는 로스엔젤레스의 역사를 날카롭게 포착했다고 추천했다.

< ‘뉴욕 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파친코’와 ‘채식주의자’ - 출처: ‘코리아넷’ 웹사이트 >
스테프 차의 이번 37위 선정은 ≪뉴욕 타임스≫의 주요 문학 리스트에서 한국계·한국 작가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앞서 ≪뉴욕 타임스≫가 2024년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선(The 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Pachinko)』가 15위에 올랐다. 일본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여러 세대에 걸친 삶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와 디아스포라 경험을 영어권 문학의 중심으로 가져온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한국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도 같은 리스트에서 49위를 차지했다. 한국어로 쓰인 작품이 영어 번역을 통해 미국의 주요 문학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뉴욕 타임스의 21세기 최고의 책 100선’ 중 15위에 오른 이민진의 ‘파친코’와 관련 분석 기사 – 출처: ‘엔비시 뉴스(NBC News)’ 웹사이트 >
세 작품은 소재도, 작가의 배경도 다르다. 이민진의 『파친코』가 한국계 이민자의 역사와 디아스포라를 다뤘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억압을 탐구한다.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 사이의 역사적 갈등을 범죄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한국 또는 한국계 미국인의 경험이 더 이상 미국 문학의 주변부적인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독자와 비평가들이 주목하는 동시대 문학의 중요한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가 미국 문학에서 다뤄지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이 번역을 통해 미국에 소개되는 것뿐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미국 사회의 역사와 갈등을 자신의 언어로 쓰고, 그 작품이 미국 문학의 주요 무대에서 평가받는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가 그 사례다.
1991년 로스엔젤레스의 한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35년이 지난 2026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편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와 미국의 인종 문제가 교차하는 로스엔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이제 특정 공동체의 이야기를 넘어, 미국 현대사를 다룬 중요한 범죄소설이 된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아마존 (Amazon) 웹사이트,
https://www.amazon.com/Your-House-Will-Pay-Novel/dp/0062868853
- ≪엔젤스 플라이트 리터러리 웨스트(Angels Flight Literary West)≫ (2019. 11. 15). Excerpt & Q&A: YOUR HOUSE WILL PAY by Steph Cha,
http://aflwmag.com/2019/11/15/steph-cha/
- 교보문고 웹사이트.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2931674
- ≪코리아넷(Korea.net)≫ (2024. 07. 15). NYT places 'Pachinko,' 'Vegetarian' on 21st century's top 100,
https://www.korea.net/NewsFocus/Culture/view?articleId=255019
- ≪엔비시 뉴스(NBC news)≫ (2024. 07. 13). New York Times releases list of top books of the 21st century,
https://www.nbcnews.com/now/video/new-york-times-releases-list-of-top-books-of-the-21st-century-214791749567
-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인스타그램 계정(@nytimes),
https://www.instagram.com/p/DbqRvA8gWq0/?img_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