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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전문정보 제공

필리핀을 사로잡은 한국 드라마 <동궁>

  • 조회수

    66

  • 게시일

    2026-08-01

  • 국가

    필리핀

최근 한국 드라마 <동궁>이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며 현지 OTT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동궁>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궁궐에 깃든 잔혹한 저주와 비밀을 파헤치는 사극이다.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동궁>은 공개 직후 필리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톱5 상위권에 단숨에 안착했다. 몰입감 높은 서사와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 열연이 어우러져 필리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으며, 새로운 흥행 주역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오컬트, 공포,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소비와 제작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민간 신앙과 식민 역사가 얽힌 필리핀에서는 전통적인 스페인 양식의 석조 대저택인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나, 비극적인 한이 서린 식민지 시절 정부 건물, 방치된 폐교 등에 얽힌 도시괴담이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단골 주제로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문화적인 영향 덕분인지 공포 영화로 이름난 리하르트 소메스(Richard Somes) 감독의 작품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현지 대형 방송사 ⟪지엠에이(GMA)⟫가 매년 핼러윈 시즌마다 선보이는 초자연 현상 다큐멘터리 특집 또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 필리핀 무덤가 모습 - 출처: ‘에이비에스-시비엔 뉴스(ABS-CBN News)’ 웹사이트 >


이처럼 공포 장르에 친숙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조선시대 동궁(East Palace)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궁> 의 내용이 필리핀 시청자들 취향에 적중했다.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화려한 궁궐 뒤편에 숨겨진 피비린내 나는 비극, 그리고 붉은 단청과 어두운 기와지붕 사이로 감도는 오싹하고도 고풍스러운 영상미는 필리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서사적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는 단순히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1차원적 공포를 넘어, ‘조선 궁궐’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공간이 품은 서늘한 압도감과 묵직한 서사가 필리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결과다.


이번 <동궁>의 흥행에는 이러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더 깊은 차원에서는 드라마 속 초자연적 요소와 금기 설정이 필리핀 ‘파마히인(Pamahiin)’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필리핀의 ‘파마히인’은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며 사람들의 일상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미신이자 신념이다. ‘밤에 머리를 감으면 시력 상실이나 탈모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떠도는 귀신을 불러들일 수 있다’라는 금기부터, 상갓집 방문 후 귀신이 집까지 따라오지 못하도록 가게나 식당 등을 들렀다 귀가하는 ‘파그파그(Pagpag)’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믿음이 필리핀인들의 무의식과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동궁> 속 주인공들이 원혼을 퇴치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부적을 붙이거나 굿을 하는 장면은 필리핀 시청자들에게 낯선 이국적 풍경이라기보다 묘한 친숙함으로 다가갔다. 특히 필리핀인들이 평소 액운을 막기 위해 ‘전통 부적(Agimat)’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한국의 부적과 굿 역시 낯설지 않은 친숙함을 선사했다. 현지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 속 퇴마 이야기를 통해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듣고 자란 토속 민담과 민간 신앙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기 울음소리로 사람을 현혹하는 ‘티야낙(Tiyanak)’이나 변신 괴물 ‘아스왕(Aswang)’ 같은 필리핀의 초자연적 존재들, 그리고 이들에 맞서 주술이나 금기를 통해 악귀를 막아내던 현지 민속 문화는 <동궁>이 그려낸 원혼과 퇴마 의식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처럼 익숙한 초자연적 정서와 금기 설정은 필리핀 대중에게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 배우 남주혁과 노윤서가 펼친 파마히인 퀴즈 대결 콘텐츠 캡처 - 출처: 넷플릭스 필리핀 공식 유튜브 채널(@netflixph) >


이러한 정서적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전략 역시 작품 흥행에 불을 지폈다. 넷플릭스 필리핀(Netflix Philippines)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이 공개한 <남주혁과 노윤서의 파마히인 퀴즈 대결(Guess the Pamahiin with Nam Joo-hyuk and Roh Yoon-seo)> 콘텐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연 배우 남주혁(구천 역)과 노윤서(생강 역)가 필리핀의 전통 미신이자 대표적 금기 문화인 ‘파마히인’ 관련 퀴즈를 직접 풀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유사한 금기 문화(예: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나 귀신이 나온다 등)를 비교했다. 양국 금기 문화를 담아낸 이 콘텐츠는 결과적으로 단순한 일회성 홍보를 넘어, 양국 문화 가운데 유사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조명함으로써 현지 시청자들과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동궁>이 필리핀에서 얻고 있는 좋은 반응은 한국 드라마가 기존 로맨틱 코미디, 복수극, 혹은 전형적인 사극을 넘어 ‘전통 설화 및 오컬트적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민속신앙과 초자연적 전승을 일상적으로 존중해 온 필리핀 시청자들에게 한국 귀신과 초자연적인 관념은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깊은 정서적 친밀감을 선사했다. 서구식 뱀파이어나 좀비(Zombie)가 나오는 공포물과 달리, 한(恨)과 인과응보, 공동체적 금기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적인 오컬트의 세계관은 필리핀에서도 유효하다. 한국 내 다양한 설화 및 전설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시각 효과와 치밀한 서사를 결합한다면, 한국적인 오컬트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강력한 흥행 장르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에이비에스-시비엔 뉴스(ABS-CBN News)》 (2020. 07. 20). Documentary review: 'Aswang' captures the horror that is the war on drugs,

https://www.abs-cbn.com/life/07/11/20/documentary-review-aswang-captures-the-horror-that-is-the-war-on-drugs 

- 《에이비에스-시비엔 뉴스(ABS-CBN News)》 (2026. 07. 24). Korean star Nam Joo-hyuk opens up about 'The East Palace' comeback, 

https://www.abs-cbn.com/entertainment/showbiz/movies-series/2026/7/24/korean-star-nam-joo-hyuk-opens-up-about-the-east-palace-comeback-1430 

- 《더 필리핀 스타(The Philippine Star)》 (2006. 04. 30). Why are Filipinos so superstitious?,

https://www.philstar.com/lifestyle/sunday-life/2006/04/30/334240/why-are-filipinos-so-superstitious 

- 《더 필리핀 스타(The Philippine Star)》 (2026. 07. 27). Nam Joo-hyuk makes ‘spirited’ comeback in Netflix hit ‘The East Palace’,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26/07/27/2545038/nam-joo-hyuk-makes-spirited-comeback-netflix-hit-the-east-palace 

- 《인터락션(Interaksyon)》 (2022. 10. 24). Here’s an alternative to ‘pagpag’ in wake, funerals, according to exorcism office, 

https://interaksyon.philstar.com/hobbies-interests/2022/10/24/232374/heres-an-alternative-to-pagpag-in-wake-funerals-according-to-exorcism-office/ 

- 《인콰이어러넷(Inquirer.net)》 (2023. 08. 10). A beginner’s guide to Filipino superstitions: Funeral edition, 

https://usa.inquirer.net/134723/a-beginners-guide-to-filipino-superstitions-funeral-edition 

- 《지엠에이 엔터테인먼트(GMA Entertainment)》 (2026. 07. 20). Meet 'The East Palace' actress Roh Yoon-seo, 

https://www.gmanetwork.com/entertainment/photos/meet-the-east-palace-actress-roh-yoon-seo/27534/ 

- 넷플릭스 필리핀(Netflix Philippines) 공식 유튜브 채널(@netflixph),

https://www.youtube.com/watch?v=hD699OESfnY&t=11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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