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계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 써니 김이 이끄는 앙상블 오채(Ensemble Ochaye)의 멤버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에서는 서로 다른 전통과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7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우촌 룸(Utzon Room)에서 열린 한국계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 써니 김(Sunny Kim)의 앙상블 오채(Ensemble Ochaye) 공연 ‘워터 송(Water Song)’은 서로 다른 문화와 음악적 전통이 하나의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한국, 중국, 이란, 호주 출신의 예술가들이 함께한 이번 공연은 '물(Water)'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앙상블 오채를 이끄는 써니 김은 한국 출신으로 현재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이다. 그는 재즈와 즉흥 음악,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아우르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중국 전통 현악기 고쟁(guzheng), 이란 전통 현악기 카만체(kamancheh), 클라리넷, 첼로 등, 서로 다른 음악적 전통을 지닌 악기와 목소리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무대를 이끌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다양한 문화권 출신 연주자들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호흡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음악적 전통을 지닌 연주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음악 안에서 조화를 이뤘다. 특히 고쟁과 카만체, 클라리넷, 첼로, 그리고 써니 김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과정은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소통과 연결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공연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공연에 앞서 우촌 뮤직(Utzon Music) 시리즈를 큐레이팅한 제네비브 레이시(Genevieve Lacey)는 시드니의 대표 문화공간인 오페라하우스에서 ‘워터 송’을 선보이게 된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공연이 열린 우촌 룸(Utzon Room)이 바다를 직접 조망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물이 지닌 또 다른 의미와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공연이 단순히 물을 소재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과 관계, 문화 간 교감을 탐구하는 작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우촌 뮤직(Utzon Music)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선보이는 공연 시리즈로, 장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음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앙상블 오채(Ensemble Ochaye)의 ‘워터 송’ 역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 하나가 되어 각자의 악기 소리를 모아 하나의 멋진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앙상블 오채(Ensemble Ochaye) - 출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SOH), 캐샌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제공 >
공연은 잔잔한 물결을 연상시키는 음향과 함께 시작됐다. 무대 위에 모인 연주자들이 물을 이용해 소리를 만들어내자 객석은 금세 조용해졌고, 관객들은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울림 하나까지 집중하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물이 떨어지고 흔들리며 만들어낸 소리는 악기 연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한 음향 풍경을 형성했고, 작품이 담고 있는 '물'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이어지는 연주에서 고쟁은 물결처럼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힘 있는 리듬을 만들어냈고, 카만체는 사람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깊은 울림으로 공간을 채웠다. 클라리넷과 첼로 역시 각기 다른 음색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연주자들은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서로의 소리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음악을 이어갔고, 각각의 선율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하나의 음악으로 연결됐다.
공연의 중심에는 써니 김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의 보컬은 단순히 노래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하나의 악기처럼 연주와 긴밀하게 호흡했다. 때로는 속삭이듯 섬세하게, 때로는 힘 있는 울림으로 공간을 채우며 다양한 감정과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보컬과 연주자들이 만들어낸 유기적인 호흡은 공연 전반의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 물을 이용해 소리를 내며 공연을 즐기고 있는 앙상블 오채(Ensemble Ochaye)의 멤버들 - 출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SOH), 캐샌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제공 >
‘워터 송’은 물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기억, 경험을 하나의 음악으로 엮어낸 작품이었다. 공연은 각 문화의 전통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음악적 전통이 하나의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며, 호주 사회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이 예술로 확장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캐샌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