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출판과 번역 산업을 문화산업의 주요 분야 가운데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문화부 산하 문학·출판·번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번역 지원 사업과 국제도서전이 활발히 운영되며, 리야드 국제도서전(Riyadh International Book Fair)과 제다 국제도서전(Jeddah International Book Fair)은 중동 지역의 주요 출판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현지 서점가에도 다양한 해외 문학 작품이 소개되며, 한국 문학 역시 독자층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사우디 최대 서점 체인에서 만난 한국문학
자릴 북스토어(Jarir Bookstore)는 1974년 리야드의 작은 서점에서 시작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대표적인 서점·유통 기업이다. 도서뿐 아니라 전자기기, 문구류, 교육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며,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통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통신원이 직접 리야드 소재 자릴 북스토어 그라나다몰(Granada Mall) 지점을 방문해 한국 문학 번역서 현황을 살폈다. 이번에 방문한 그라나다몰 지점은 2026년 4월 새롭게 문을 연 매장으로, 세계문학 코너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번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매장 내 세계문학 코너에서는 다양한 한국 소설과 에세이가 영어와 아랍어 번역본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한국 문학이 별도 진열대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현지 직원은 최근 한국 문학을 찾는 독자들이 꾸준히 늘어난다고 전했다.

< 자릴 북스토어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사우디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문학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우디 서점에 진열된 한국문학
매장에서 확인한 한국 문학 작품은 소설, 에세이, 단편집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쳤다. 아랍어 번역본으로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등이, 영어 번역본으로는 손원평의 『아몬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드라마 시리즈의 원작으로 알려진 김려령의 『트렁크』,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허태연의 『바쿠다 사진관』, 유영광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등이 판매됐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 등 한국 에세이 작품들도 함께 진열됐다. 일부 작품은 영어판과 아랍어판이 나란히 놓여 있어 독자들이 원하는 언어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 자릴북스토어에 진열 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영어판과 아랍어판 책 - 출처: 통신원 촬영 >
진열된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고와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베스트셀러였다. 성장 서사를 담은 손원평의 『아몬드』, 여성의 삶과 사회적 현실을 조명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공동체 속 인간관계와 위로를 그린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등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해외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 문학 작품이다.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퇴사를 결심한 주인공이 동네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로,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콘텐츠 열풍, 문학으로 확장되다
자릴 북스토어 그라나다몰 지점 직원 곤잘라그디(Gonzalagdi)는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동아시아 문학 가운데 일본문학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등의 영향으로 한국 문학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매장에서 인기 있는 한국 문학 작품으로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꼽았다.

< 인기 있는 한국 작품을 들고 있는 자릴 북스토어 직원 곤잘라그디(Gonzalagdi)- 출처: 통신원 촬영 >
자릴 북스토어는 개별 도서의 판매량이나 판매 순위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판매 통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곤잘라그디는 주요 진열대에 배치된 작품들이 독자들의 관심과 수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문학 코너에 다양한 한국 문학 작품이 꾸준히 진열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지 독자들의 관심을 가늠하게 하는 근거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사우디 서점에서 한국 문학을 지금처럼 쉽게 마주치기는 어려웠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이 중동 지역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그 관심이 문학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으로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문화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만큼, 번역 출판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한국 문학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자릴 북스토어(Jarir Bookstore), https://www.jarir.com/sa-en/
- 문학 출판 번역 위원회(Literature, Publishing, and Translation Commission), https://lpt.moc.gov.sa/en/AboutUs?id=commission
- 자릴 마케팅 컴퍼니(Jarir Marketing Company) (2026. 04. 19). Jarir Marketing Company announces the opening of a new showroom in Granada Mall – Riyadh. Saudi Exchange, https://www.saudiexchange.sa/wps/portal/saudiexchange/newsandreports/issuer-news/issuer-announcements/issuer-announcements-details/?anCat=1&anId=94518&cs=4190&local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