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상하이 황푸(黄浦)구 구도심을 마주한 상하이 역사박물관 동관 1층. 한옥의 협문과 석고문(石库门) 문미가 나란히 놓인 입구를 지나면, 서울과 상하이 두 도시의 거리 풍경이 좌우 벽면을 가득 채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특별전 <같음과 다름—서울 시민생활전(同与异——首尔市民生活展)>의 첫 장면이다.

<상하이 역사박물관 동관 1층 전시장에 마련된 한옥 협문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약 200점의 서울 문물·모형이 펼쳐내는 이 전시는 전통 한옥에서 현대 아파트에 이르는 서울 600년 주거 변천사를 처음으로 중국 관람객 앞에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전시 제목이 내건 '같음과 다름'—그 짧은 여섯 글자 안에, 동아시아 두 대도시(metropolis)가 공유해온 삶의 결과 각자의 고유함이 동시에 담겼다.
<같음과 다름—서울 시민생활전>은 2026년 4월 3일부터 6월 7일까지 상하이 역사박물관 동관 1층에서 무료로 개최된다. 상하이역사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며, 서울에서 가져온 문물·모형 등 약 200점을 3개 단원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25년 6월 서울시와 상하이시가 체결한 ‘문화관광 교류 및 협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의 실질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전시가 채택한 핵심 전략은 비교다. 상하이가 스쿠먼(石库门)에서 마천루로 이동해온 도시라면, 서울은 한옥에서 아파트 숲으로 변모한 도시다. 전시 서문은 이를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질주한 두 도시에서 자라난, 유사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건축 형태"라고 표현했다. 이 병치 앞에서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가?
전시가 구성한 '쌍성대화(双城对话)'의 구도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공간 설계에서부터 전시 언어까지, 상하이 관람객이 한국 주거문화를 '낯선 이국'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웃 도시의 이야기'로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세 전시 단원은 층위를 달리하며 관람객을 이끈다. 첫 번째 단원 '서울의 가구와 생활물품'은 한옥 안에서 쓰이던 소반(小盘桌)과 20세기 아파트 거실의 소파를 나란히 놓으며 시작한다. 하나의 방이 식사·취침·접객을 모두 담당하던 '일실다용'의 생활에서 공간마다 기능이 분리되는 현대적 주거로—이 전환이 두 도시가 함께 걸어온 길임을 가구 하나가 조용히 말한다. 두 번째 단원 '전통 주거문화와 한옥'에서 비로소 '다름'이 등장한다. 온돌(温突)의 원리와 목재 복도가 사계절 기후에 적응해온 방식, 사랑방 선비의 문방사우와 내방 여성의 규중칠우가 한 지붕 아래 엄격하게 분리된 공간 예절—중국의 전통 주거와 공명하면서도 분명히 결이 다른 이 고유함이 전시의 핵심 서사를 구성한다.

<1980년대 서울 소재 아파트 구조와 세간살이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세 번째 단원 '현대 주거문화와 아파트'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빚어낸 '한강의 기적'을 정면으로 다룬다. 아파트가 전체 주거의 59%를 차지하게 된 도시에서, 전통은 소멸한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며 살아남았다는 그 증거로 김치 용기의 3대 변천사나, 아파트 공간 구조 변화를 그려둔 모형을 전시했다.
한류 연구의 맥락에서 전시가 갖는 주요한 의미는, 한류의 무대가 소비문화에서 생활문화사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의 한류는 주로 케이팝, 한국 드라마, 한국 뷰티 등 '즐기는 한류'였다. 이 전시는 처음으로 '이해하는 한류'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 중국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화려한 케이팝 무대가 아니다. 주목할 장면은 단순한 물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안에서 전통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를 묻는다는 점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전시물 중 하나가 김치 용기의 3대 변천사다. 20세기 초 발효에 쓰이던 도자기 항아리, 1980년대 아파트 생활에 맞춰 등장한 플라스틱 통, 그리고 오늘날의 김치냉장고까지 한국인의 주거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품 전시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근대화 흐름 앞에서 어떻게 형태를 바꾸면서도 본질을 지켜왔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주거 문화에 빼놓을 수 없는 김치 용기에 대한 전시물과 전시 내용 – 출처: 통신원 촬영>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중국 내 한류가 10~30대 중심의 유행(트렌드)으로 한국을 소비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즐기는 한류'였다면, 이번 전시는 주거, 일상사, 물질문화를 통해 한국의 삶의 방식 자체를 이해하는 '알아가는 한류'이다. 수용 방식이 팬덤의 열광에서 시민의 공감으로 이동하고, 수용 주체가 특정 세대의 팬에서 일반 시민 전 연령층으로 넓어졌다.
이 전시를 찾은 한 중국인 블로거는 관람 후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거주 건축에서 인상적인 것은 외형의 선이 아니라,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집의 맛과 기억이다." 이 한 문장은 이 전시가 성취한 것을 명확히 짚는다. 관람객은 온돌이나 한옥 협문을 이국적 볼거리로 소비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매개로 자신의 어린 시절 집을, 할머니 집 부엌의 냄새를, 좁은 골목의 기억을 떠올렸다. '집의 기억'은 국경을 넘는 보편 언어다.
한편 전시 첫날 강연에서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부장 이진현은 서울·도쿄·상하이의 주택 양식을 비교하며 한국 주거문화를 동아시아 도시사의 맥락에 위치시켰다. 이 비교 구조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중국 관람객에게 한국 문화는 '알아야 할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동아시아 이야기의 한 챕터'가 된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이번 전시의 문화적 시의성은 무엇일까?
첫째, 동아시아 도시 정체성에 대한 관심의 고조다. 상하이는 최근 '도시의 기억'과 '생활방식의 역사화'에 적극적이다. 스쿠먼 보존 논쟁, 구 조계지 공간의 문화 재활용, 상하이 특유의 해파(海派) 문화 정체성 탐색과 같은 맥락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는 서울의 이야기는 참고가 될 수 있다.

<북촌한옥마을의 탄생을 담은 전시 내용 – 출처: 통신원 촬영>
둘째, 한국 콘텐츠가 일상 공간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한국 드라마 속 아파트 인테리어, 한국식 부엌, 편의점 문화에 이미 친숙해진 중국 젊은 세대에게 이 전시는 그 이미지들의 역사적 뿌리를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스친 한국 아파트 거실이 어디서 왔는지, 그 답이 전시장 안에 있었다.
셋째, '체험형 지식'에 대한 박물관 관람 유행의 변화다. 중국 엠제트(MZ) 세대의 박물관 방문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추세다. '박물관 열풍(博物馆热)'으로 불리는 이 현상 속에서, 단순 유물 전시를 넘어 비교·서사·감성이 결합된 전시에 대한 수요가 높다. '같음과 다름'은 정확히 이 수요를 겨냥한다.
넷째, 상하이 주류 미디어의 즉각적 호응이 이 시의성을 뒷받침한다. 개막 다음 날인 4월 4일 상하이 유력 일간지 《신문신보(新闻晨报)》가 전시를 보도했고, 4월 5일에는 황푸구(黄浦区) 공식 미디어가 펑파이하오(澎湃号)를 통해 현장 취재 기사를 게재했다. 박물관 자체 채널이 아닌 상하이 지역 언론이 독립적으로 취재·보도했다는 사실은, 이 전시가 문화계 안의 관심사를 넘어 상하이 시민 일반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가 그 수요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하이 주류 미디어의 반응이 확인해준다. 개막 다음 날부터 신문신보(新闻晨报)와 황푸구 공식 미디어가 현장 취재 기사를 보도했다. 박물관 자체 계정이 아닌 지역 언론이 취재에 나선 것은, 이 전시가 문화계 안의 이벤트를 넘어 상하이 시민 일반에게 공감의 언어로 와닿았음을 보여준다. 2023년 이후 중국 젊은 세대의 박물관 방문이 급증하면서 '박물관 열풍(博物馆热)'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단순히 유물을 보러 가지 않는다. 비교하고, 이야기를 듣고, 자기 삶과 연결되는 경험을 찾아 박물관으로 향한다. <같음과 다름>이라는 전시는 그 바람을 제목부터 품고 있다. 이 '생활문화 한류' 전시가 촉발한 관심이 일회성 전시 체험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의 의·식·주 전반에 대한 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그러나 이 전시가 '공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공감은 팬덤보다 느리지만, 더 깊이 스민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한류의 새로운 거점이 될 수 있는가? 중국 내 공공 박물관은 정치적 민감도가 낮고, 지식 교류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더 넓은 연령·계층에게 접근할 수 있다. 상하이 역사박물관이 이 전시를 "두 도시 간 대화의 창구"로 명명했다는 사실은, 이 공간이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문화 대화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의지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도시 경험의 공유와 차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앞으로 한국 문화 교류에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전시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상하이에서 서울을 읽을 수 있다(无须远行,便能在沪上读懂首尔)." 서울역사박물관이 상하이로 가져온 200점의 문물은, 결국 여행이 아니라 이해의 초대장이다. '같음과 다름'이라는 제목이 결국 말하고자 한 것은 그것이다. 우리는 다르지만, 그 다름 안에 서로를 알아보는 '같음'이 있다. 그리고 그 알아봄에서, 문화는 스밀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 (2026. 04. 03.). 首尔市民生活展亮相上海 开启“双城对话”,
https://baijiahao.baidu.com/s?id=1861446875785696585&wfr=spider&for=pc&searchword=%E6%96%B0%E5%B1%95%E6%89%93%E5%8D%A1%20|%20%E2%80%9C%E5%90%8C%E4%B8%8E%E5%BC%82%E2%80%94%E2%80%94%E9%A6%96%E5%B0%94%E5%B8%82%E6%B0%91%E7%94%9F%E6%B4%BB%E5%B1%95%E2%80%9D%E4%BA%AE%E7%9B%B8%E4%B8%8A%E6%B5%B7%E5%B8%82%E5%8E%86%E5%8F%B2%E5%8D%9A%E7%89%A9%E9%A6%86,%E8%BF%91200%E4%BB%B6%E6%96%87%E7%89%A9
- 위챗(WeChat) (2026. 04. 05.). 石库门遇韩屋:“同与异” 特展启幕,近200件文物解锁首尔人的生活密码,
https://mp.weixin.qq.com/s?__biz=MjM5ODI0OTI0OA==&mid=2654776472&idx=2&sn=5bd980cddfd089ac2c1b90d111adf96d&chksm=bc5935d8b9b34a572f35d169dfdfc14efd51f42a333c9a86388fdd26dfcb4b458cfd9c358f67&scene=27
- 위챗(WeChat) (2026. 04. 08.). 首尔市民生活展亮相上海,延续双城深度对话,
https://mp.weixin.qq.com/s/sIGUAZW5SDSmnprmarBw2w
- 위챗(WeChat) (2026. 04. 27.). 新展打卡 | “同与异——首尔市民生活展”亮相上海市历史博物馆,近200件文物解锁首尔人的生活密码,
https://mp.weixin.qq.com/s?__biz=MzA3ODYyMDgwNg==&mid=2650986505&idx=2&sn=ca4bbd592d290487b9a5832e43ea5a09&chksm=85dbd32e3a6d957dac5b0f6c5409d308ce4dd68b071e5b06cb9a9eee9a1d046d3ccc9ba89e41&scene=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