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음식 분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런던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한국 음식 축제가 열렸다. 5월 초 연휴 기간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캐노피 마켓(Canopy Market)에서 열린 <정 코리안 푸드 페스티벌(JUNG Korean Food Festival)>은 행사 시작 전부터 긴 대기줄이 이어질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장을 직접 찾은 통신원이 본 이번 축제는 단순한 음식 마켓을 넘어, 음식을 매개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거대한 ‘한류 공간’에 가까웠다.
행사장을 찾은 것은 첫날인 금요일 오후였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기 전이었지만 이미 행사장 바깥까지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는 광장 한편을 따라 길게 이어졌고, 지나가던 시민들 역시 “무슨 행사냐”고 물어볼 정도로 현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코리안 푸드 페스티벌”이라는 설명이 돌아오자 놀랍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 정도면 런던에도 상설 한국 푸드 마켓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런던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한국 음식 축제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현지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 매체 «시크릿 런던(Secret London)»은 이를 “런던 최초의 한국 음식 축제”라고 소개하며, 최근 런던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빠르게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 분위기 역시 이러한 흐름을 체감하게 했다.

< 런던에서 열린 첫 코리아 푸드 페스티벌 현장 1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 이름인 ‘JUNG’은 한국어 ‘정(情)’에서 따왔다. 축제 기획 측은 음식을 함께 나누며 형성되는 따뜻한 연결감과 공동체적 정서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SNS에서 유행하는 ‘바이럴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음식 문화 자체를 보다 깊고 폭넓게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통신원은 입장을 기다리던 참가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 외곽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캐럴라인(Caroline)은 자신을 블랙핑크(BLACKPINK) 팬이라고 소개하며 “블랙핑크 멤버들이 먹는 한국 음식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음악 때문에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이제는 한국 음식도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함께 방문한 친구 크리스티나(Christina)는 처음 접한 한국 음식이 굴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번 행사에 오게 돼 정말 신난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줄이 길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첫날 참가자들은 긴 대기 시간 속에서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거나 가족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들뜬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 런던에서 열린 첫 코리아 푸드 페스티벌 현장 2 - 출처: 통신원 촬영 >
1시간 가까운 기다림 끝에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행사장은 수많은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고, 거의 모든 음식 부스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한국식 닭갈비와 떡볶이, 닭꼬치, 순대 같은 길거리 음식부터 약과, 모나카, 팥빙수, 호떡, 녹차라떼 같은 디저트까지 메뉴 구성도 다양했다. 곳곳에서는 방문객들이 음식을 손에 든 채 광장을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김치 부스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방문객들은 부스마다 준비된 여러 종류의 김치를 직접 시식하며 자신에게 맞는 맛을 고르고 있었고, 일부 판매자들은 김치 종류별 차이와 먹는 방법을 설명하거나 한국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조리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불고기 소스와 밑반찬 제품들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되는 모습이었다.
닭갈비 부스 앞에서 가족과 함께 줄을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Chris)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주최 측도 참가자 수를 너무 적게 예상했던 것 같다”면서 “런던에서 처음 열리는 코리아 푸드 마켓인 만큼 충분히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 분위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음악이었다. 현장에서는 1990년대 한국 대중가요들도 흘러나왔는데, 익숙한 한국 옛 가요들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 행사장은 단순한 푸드 마켓을 넘어 작은 한국 거리처럼 느껴졌다. 최근 영국에서 케이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최신 음악 트렌드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적인 분위기와 문화 자체를 경험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 런던에서 열린 첫 코리아 푸드 페스티벌 현장 3 - 출처: 통신원 촬영 >
음식 외에도 행사장 한편에는 한국 의류와 액세서리, 소품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한국 음식 모양을 활용한 키링과 엽서, 일러스트 상품 등을 구경하는 방문객들이 많았고, 케이팝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 역시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일부 방문객들은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치 작은 한국 문화 축제를 즐기듯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번 축제를 공동 기획한 롤린 리(Rollin Lee)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알려져 있다. 행사에는 약 20개의 음식·디저트 트레이더와 10여 개의 독립 식품 브랜드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나우(London Now)»는 이번 축제에 대해 “김치와 비빔밥, 한국식 치킨 같은 익숙한 메뉴를 넘어 한국 음식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한국 음식 = 몇 가지 인기 메뉴’ 정도로 인식되던 분위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떡볶이나 치킨을 먹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김치 종류를 비교해보고 생소한 반찬이나 소스에 대해 질문하는 등 한국 음식 문화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 문학과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분위기다. 음식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런던 시내에서는 한국 식당과 한국 식료품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한국 라면과 김치, 고추장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축제 현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배경이 매우 다양했다는 것이다. 케이팝 팬으로 보이는 젊은 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 중장년층,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음식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들은 “친구 추천으로 처음 방문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한국 음식은 특정 팬덤만의 문화가 아니라 런던 시민들에게도 점차 익숙한 문화 경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한국 음식이 인기 있다’는 사실을 넘어, 영국 사회 안에서 한국 문화가 어떻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긴 줄을 서서 떡볶이를 기다리고, 김치를 시식하며, 한국 음악이 흐르는 광장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류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런던 한복판에서 열린 첫 코리아 푸드 페스티벌. 행사장을 가득 메운 긴 줄과 북적이는 분위기는 어쩌면 지금 영국에서 한국 문화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위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시크릿 런던(Secret London)» (2026.04.27). London’s first ever Korean food festival will land in King’s Cross this weekend – and it’s completely free to visit, https://secretldn.com/jung-korean-food-festival-london/
- «런던 나우(London Now)» (2026.04.07). JUNG - London's first Korean food festival coming in May, https://www.london-now.co.uk/news/25971490.jung---londons-first-korean-food-festival-coming-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