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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전문정보 제공

잊혀진 기념일

  • 조회수

    17

  • 게시일

    2026-04-15

  • 국가

    중국(충칭)

2026년 4월 11일 오전,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 제 10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충칭 한국인(상)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엄원재 주청두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총영사, 독립유공자 후손인 이소심 여사·유수동 선생·김연령 여사와 그 가족들, 그리고 충칭 교민과 유학생들이 참석해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엄원재 총영사는 축사에서 "선열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 기념식 시작 전 김구 선생의 동상 앞에 헌화를 하는 모습 - 출처 :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진열관 >


그러나 이날 행사의 백미는 식후에 마련된 역사 특강이었다. 임시정부 내 연화당에서 진행된 박운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충칭대표처의 소장이 진행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경일과 기념일' 강연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 입구에 붙여놓은 강연 홍보 포스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


박운본 소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념일 체계를 상세히 풀어냈다. 많은 이들이 3·1절과 개천절, 광복절 정도만 기억하고 있지만, 원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총 5가지의 공식 기념일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4월 11일의 의미였다. 이날은 단순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1919년 최초의 헌법에 해당되는 '대한민국임시헌장'이 제정된 '임시입헌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2년의 이 날을 국경일로 승격하려 했으나, 부결된 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칭에서는 매년 기념식을 거행했으며, 1943년에는 중한문화협회 주최로 400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박 소장은 1939년 임시의정원에서 제정한 '순국선열기념일(11월 17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당한 그 날을 기념일로 삼은 것은 단순한 합병일(8월 29일)이 아니라, 민족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을 기억하려는 선열들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운본 소장이 강의를 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


강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충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었다. 충칭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중국국민당의 충칭시당부, 가릉빈관(Chialing House), 실험극원 등에서 본격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1939년 3·1절 20주년 기념식에는 김구 주석을 비롯해 중국 측의 마초준(馬超俊), 선쥔루(沈鈞儒)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행사장에는 "중한민족 연합하여 일본 제국주의를 타격하자"는 한자 표어가 걸려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단순한 망명정부가 아닌,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독립전쟁을 수행했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증거다.


박운본 소장은 당시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프랑스 쉬프, 미국 캘리포니아, 쿠바, 하와이 등 전 세계 한인 사회에서 3·1절 기념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는 사실도 전했다. 특히 1920년 상하이 민단 주최 기념식에서 여운형이 했던 "우리도 몇 년간 못 보던 국기를 다시 답니다... 한 번 단 국기를 영원히 빛냅시다"라는 연설문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강연 다음 날, 행사에 처음 참석했던 김민지, 오청화 유학생이 박운본 소장을 찾아왔다. 평소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들은 강연에서 다루지 못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박 소장은 이들에게 임시정부 기념일이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유학생들은 "미처 몰랐던 새로운 독립운동 역사를 배우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충칭대표처 사무실에서 

박소장(왼쪽)과 김민지(오른쪽), 오청화(중간) 학생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


충칭은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등 중요한 유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비중이 큰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유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충칭 한국인(상)회는 이를 반영하여 박운본 소장과 함께 2026년에도 현지 교민과 청년세대를 위한 역사 특강과 사적지 탐방 등 일련의 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임시정부의 기념일을 아는 것은 단순한 역사 지식 습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일이자, 선열들이 꿈꾼 그 나라를 우리가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하는 첫 걸음일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진열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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