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접하는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과 작가들
한편 인도네시아에 출판된 한국 도서 번역본을 전수조사하다 보면, 한국의 예스24나 교보문고에 작가나 작품이 등재되지 않은 책들이 종종 발견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체가 불분명한 출판사가 한국인 이름을 도용해 만든 이른바 ‘유령 작가’ 명의의 도서이며, 또 다른 일부는 한인 2세나 재외국민이 집필한 실제 디아스포라 문학 작품인 것으로 확인된다. 후자의 경우에는 그라메디아 푸스타카 우타마(Gramedia Pustaka Utama, GPU) 등 현지의 주요 출판사가 출간한 사례가 많아 비교적 구분이 쉽다. 그렇다면 한인 2세나 재외국민이 외국어로 쓴 작품도 ‘한국문학’으로 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이민진의 『파친코』는 별다른 논란 없이 한국문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문학으로도 분류된다.
문제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가 완전히 미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어 소설을 썼다면, 이를 한국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볼 수 있을까. 반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인 2세가 영어로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했다면, 이는 한국문학에 더 가까운 것일까. 또 해당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어야만 비로소 한국문학의 범주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재외국민이나 한국계 후손이 해외에서 쓴 책을 모두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역시 논쟁적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오래 거주한 한국인이 한국어로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에세이를 써 한국에서 출간했다면, 이를 한국문학으로 볼 것인지, 혹은 해외문학이나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볼 것인지 분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서점에서 발견되는 도서 가운데는 한국계로 추정되는 이름의 작가가 집필했지만 한국어로 쓰이지 않았고,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번역본조차 없는 작품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해당 작품을 미국문학이나 프랑스문학 등 현지 문학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계 문학의 범주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두고 혼선이 발생한다. 예컨대 혜민 스님의『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When Things Don't Go Your Way)』처럼 영어로 먼저 출간된 책을 외국문학으로 볼 것인지, 한국문학으로 볼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에 거주하는 양승윤이나 고영훈처럼 한국인이 인도네시아어로 한국사나 인도네시아 문학비평서를 집필해 현지에서 출판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처럼 저자의 국적, 언어, 정체성, 작품의 배경과 출판 시장이 서로 다르게 얽히면서 문학의 분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디아스포라 문학은 분명 한국계 문학의 한 축을 이룬다. 다만 그것이 한국문학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현지 출판시장에서 나타나는 한류의 범위와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한인 2~3세나 재외국민, 해외동포가 한국인 또는 한국계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지어 혹은 드물게 한국어로 집필한 작품을 우선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해 인도네시아 서점에 출간된 번역본을 ‘한국 원작 인도네시아 번역 도서’에 포함할 경우, 현재까지 약 20편에 이르는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 작품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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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표지 |
도서명
(한국어) |
번역도서명 |
작가 |
장르 |
현지 출판사 |
출판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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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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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랑이란 걸 믿어 |
I Believe in a Thing Called Love - Aku Percaya Pada Cinta |
Maurene Goo (머린 구) |
소설 |
GPU |
2017.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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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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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
For The Never Ending Moment |
꼬닐리오
(Coniglio) |
소설 |
Noura Books |
2019.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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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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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
But I Still Love You |
꼬닐리오 (Coniglio) |
소설 |
Noura Books |
2019.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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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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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리 인 러브 |
Frankly in Love |
David Yoon |
소설 |
GPU |
2019.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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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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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에서 곧바로 인니어로 번역됨) |
Yolk |
Mary H.K. Choi (메리 HK 최) |
소설 |
Elex Media Komputindo |
2021.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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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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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어로 출간) |
Sunny Everywhere |
써니 다혜 Sunny Dahye |
소설 |
GPU |
2021. 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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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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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전 |
The Red Palace - Istana Merah |
허주은 (June Hur) |
소설 |
GPU |
2024.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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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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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에서 곧바로 인니어로 번역됨) |
When Things Don't Go Your Way |
혜민스님 |
에세이 |
BIP |
2024. 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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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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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사이의 학 |
A Crane Among Wolves (Bangau di Tengah Kawanan Srigala) |
허주은 (June Hur) |
소설 |
GPU |
2025.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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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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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
The Girl Who Fell Beneath The Sea |
Axie Oh |
소설 |
Elex Media Komputindo |
2023.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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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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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에서 곧바로 인니어로 번역됨) |
The Floating World |
Axie Oh |
소설 |
Elex Media Komputindo |
2026.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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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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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에서 곧바로 인니어로 번역됨) |
XOXO |
Axie Oh |
소설 |
Elex Media Komputindo |
2023.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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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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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쿨 (The Birth of Korean Cool) |
Korean Cool: Strategi Inovatif di Balik Ledakan Budaya Pop Korea |
유니 홍(Euny Hong) |
자기계발 |
Bentang Pustaka |
2016.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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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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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침묵 |
The Silence of Bones |
허주은 (June Hur) |
소설 |
GPU |
2026.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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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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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아규먼트 |
Good Arguments |
Bo Seo (서보현) |
자기계발 |
GPU |
2023. 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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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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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어로 출간) |
Journey to Islam |
Ayana Moon (문지혜) |
에세이 |
GPU |
2020.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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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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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
Pachinko |
이민진 |
소설 |
GPU |
2022. 03 |
<인도네시아에 출판된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 목록 (출처-통신원 작성)>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재단이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재외동포문학상은 올해로 28회를 맞았다. 이 상에는 미국과 일본, 인도네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남미 등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작품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도네시아 서점에서 발견되는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은 대부분 영미권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계 미국인이나 캐나다 출신 작가들의 영어권 작품은 현지 출판시장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번역·출간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중동 지역 재외동포 작가들의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은 앞서 언급한 주요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 작가들의 간단한 프로필이다.
모린 구 (Maurene Goo)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청소년 문학(YA) 작가로, UC 샌디에이고와 뉴욕대에서 수학한 뒤 출판·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신스 유 에스크드(Since You Asked)』로 데뷔해 『난 사랑란 걸 믿어(I Believe in a Thing Called Love)』, 『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The Way You Make Me Feel)』 등 경쾌한 로맨스 YA 소설을 발표했다. 그녀의 작품은 한국 드라마, 케팝 등 한류 요소와 미국 청소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유머와 감성을 통해 정체성과 가족, 사랑을 가볍지만 깊이 있게 다루며 글로벌 독자층을 확보했다.
꼬닐리오 (Coniglio -박정은)
꼬닐리오는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은의 필명으로, 따뜻한 감성과 간결한 문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한 그림’으로 주목받았으며,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를 비롯한 작품으로 세계 독자와 만났다. 그녀의 작업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감정을 포착해 위로를 전하는 데 초점을 둔다. 부드러운 색감과 아날로그적 질감의 그림이 특징이다.
데이비드 윤 (David Yoon)
데이비드 윤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로, UX 디자이너와 콘텐츠 제작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서사를 구축한다. 데뷔작 『“프랭클리 인 러브(Frankly in Love)』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슈퍼 페이크 러브 송(Super Fake Love Song)』, 『버전 제로(Version Zero)』 등을 통해 YA와 성인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민 2세의 정체성과 가족, 사랑을 유머와 통찰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메리 H.K. 최 (Mary H. K. Choi)
메리 H.K. 최는 서울 출생으로 홍콩과 미국을 거쳐 성장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이머전시 컨택트(Emergency Contact)』로 주목받았으며, 『퍼머넌트 레코드(Permanent Record)』, 『요크(Yolk)』 등을 통해 현대 청년의 불안과 관계를 묘사했다.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감각적인 문체와 빠른 대화가 특징이며, 디지털 시대의 감성을 잘 반영한다. 아시아계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가족 관계를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허주은 (June Hur)
허주은은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한 한국계 캐나다 작가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 소설로 유명하다. 『더 사일런스 오브 본즈(The Silence of Bones)』로 데뷔해 에드거상 후보에 올랐으며, 『더 레드 팰리스(The Red Palace)』, 『어 크레인 어몽 울브스(A Crane Among Wolves)』 등을 발표했다. 철저한 역사 고증과 서스펜스를 결합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강인한 여성 주인공과 한국적 정서를 작품에 투영하며 글로벌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혜민스님 (Ryan Bongseok Joo - 주봉석)
미국에 사는 혜민스님은 불교 승려이자 작가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20년 말 이른바 '풀소유 논란(사생활 및 재산 관련 논란)'이 불거지며 대외적인 활동을 전면 중단한후 쓴 영문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When Things Don't Go Your Way)』의 인도네시아어 번역본이 나왔다, 해당 작품의 한국어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다.
유니 홍 (Euny Hong)
유니 홍은 미국 태생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더 버스 오브 코리안 쿨(The Birth of Korean Cool)』과 『눈치의 힘(The Power of Nunchi)』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했다. 그녀는 눈치를 한국인의 초능력이라고 묘사했다.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을 동시에 지닌 분석이 특징이며 위트 있는 문체로 한류와 한국 사회를 해석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액시 오 (Axie Oh)
액시 오는 뉴욕 출생의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한국 설화와 현대 감성을 결합한 YA 판타지로 주목받는다. 『더 걸 후 펠 비니스 더 시(The Girl Who Fell Beneath the Sea)』는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엑스오엑스오(XOXO)』, 『레벨 서울(Rebel Seoul)』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발표했다. 한국적 정서와 글로벌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보 서 (Bo Seo – 서보현)
보 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세계적인 토론가이자 작가로, 세계 대학 토론 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하버드대와 칭화대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저널리스트와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저서 『굿 아규먼츠(Good Arguments)』에서 생산적인 논쟁과 설득의 기술을 설명했다.

< 북부 자카르타 수메레콘 몰 그라메디아 서점 매대, 맨 윗칸에 액시 오의 『인니어(The Floating Word)』, 두 칸 아래에
『바다에 빠진 소녀(The Girl Who Fell Beneath The Sea)』가 보인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도네시아에도 현지어로 쓴 책을 현지에서 출판한 작가들이 있다. 이들 중 ‘한국 원작 인도네시아 번역 도서’ 목록에 포함된 이들로 써니 다혜와 아야나 문이 있다.
써니 다혜 (Sunny Dahye - 허다혜)
써니 다혜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성장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사업가다. 가자마다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뷰티·라이프스타일을 인도네시아에 소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House of HUR’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가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에세이 『서니 에브리웨어(Sunny Everywhere)』에서는 정체성과 도전의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아야나 문(Ayana Moon - 문지혜)
아야나 문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자 작가다. 소셜 미디어(SNS)와 유튜브를 통해 신앙과 일상, 문화 경험을 공유하며 현지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히잡을 착용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종교와 문화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전적 에세이 『저니 투 이슬람(Journey to Islam)』에서는 개종 과정과 가족 갈등, 인도네시아 정착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상 언급된 작가와 작품들은 전체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 중 특히 혜민스님이나 유니 홍, 허주은, 액시 오 등 영미권 작가들의 작품은 시내 서점 스테디셀러 코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인들 중 MZ 세대는 현지에 강하게 부는 한류에 힘입어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로 상당수가 인기를 모으는 있는데 그중에는 드물게 위의 두 사람처럼 책을 내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에 한 발 걸친 이들도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ebooks.gramedia.com/id/buku/a-9378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products/for-the-never-ending-moment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products/but-i-still-love-you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search?q=frankly+in+love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search?q=Yolk
- 그라메디아 GPU 사이트, https://gpu.id/book/92855/sunny-everywhere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author/author-june-hur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search?q=when%20things%20dont%20go%20your%20way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search?q=Axie+Oh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buly.kr/GE9uOLf
- 미잔스토어 사이트, https://buly.kr/28vHv5p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 https://www.gramedia.com/search?q=good%20arguments
- 그라메디아 GPU 사이트, https://gpu.id/book/92981/ayana-journey-to-islam
-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사이트, https://www.gramedia.com/search?q=pachin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