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주도이자 예술의 성지인 피렌체가 한국 영화의 열기로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 <피렌체 한국영화제(Florence Korea Film Fest)>는 지난 3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시네마 라 컴파니아(Cinema La Compagnia) 극장과 온라인 플랫폼 마이무비즈(MYmovies)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리카르도 젤리(Riccardo Gelli)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가 이탈리아 내 한국 영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 24회 피렌체 한국 영화제' 공식 포스터 - 출처: '피렌체 한국 영화제' 홈페이지 >
올해 <피렌체 한국영화제(Florence Korea Film Fest)>는 양중현 감독의 <사람과 고기(People and Meat)> 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주목받았던 이 작품은 서울을 배경으로, 경제적 궁핍과 외로움에 처한 세 노인이 ‘무전취식’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드라마다. 현대 사회의 노인 소외 문제를 재치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 현지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으로는 김대환 감독의 <귀가(Homeward Bound)> 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미묘한 심리와 관계 회복 과정을 다루며, 보편적인 가족애를 이탈리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배우 공유의 방문이었다. <부산행>과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그는 영화제 주빈(Guest of Honor) 으로 초청됐다. 3월 20일 열린 기자회견과 21일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에서 공유는 자신의 연기 인생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피렌체 시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 감사패를 수여하며 뜨거운 환대를 보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장르 영화의 거장 연상호 감독도 피렌체를 방문했다. 영화제 측은 그의 초기 애니메이션 작품부터 신작 스릴러 <더 어글리(The Ugly)>까지 아우르는 특별 회고전을 마련했다. 연 감독은 ‘리얼리즘과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며, 현지 영화 학도와 팬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 피렌체 시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고 있는 공유 - 출처: '피렌체 한국 영화제' 인스타그램(@koreafilmfest) >
이번 <피렌체 한국영화제(Florence Korea Film Fest, 24회)>에서 유독 눈길을 끈 작품은 이창열 감독의 <피렌체(Florence)>였다. 이 영화는 실제 피렌체 시내를 배경으로 촬영된 로드무비로, 배우 김민종의 2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배우 예지원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3월 23일 상영회 직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우리가 매일 걷는 익숙한 피렌체의 거리(쿠폴라, 산 로렌초 광장 등)가 한국 영화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으로 담겨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현지 관객들의 감상평이 이어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 작품을 두고 "중년의 고독과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단테의 도시 피렌체와 연결해 깊이 있게 풀어냈다"고 평가했으며,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주인공 '석인(김민종 분)'이 겪는 인생의 회한에 공감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 웹툰을 통한 콘텐츠 확장도 눈에 띄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BIPA)과 협업해 제작된 영화제 오프닝 영상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모티프로, 비너스가 여러 장르를 여행하는 캐릭터로 재해석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3월 26일에는 남정훈, 안나 보니타 작가가 참여한 웹툰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되며, 한국 콘텐츠의 다각적인 면모를 현지 관객에게 소개했다. 특히 이탈리아 현지 예술가들과의 협업 섹션은 양국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24회를 맞이한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유럽 내 한국 영화 홍보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70여 편의 상영작과 다채로운 부대 행사는 이탈리아 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시네마 라 컴파니아(Cinema La Compagnia) 인근은 한국 영화 포스터로 장식됐으며, 폐막일에는 조성우 음악감독의 영화 음악 콘서트가 열려 피렌체의 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았다. 관객들은 매 상영마다 자리를 가득 메우며 한국 영화가 가진 서사적 힘과 예술적 깊이에 매료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피렌체 한국 영화제 홈페이지, https://koreafilmfest.com
- 피렌체 한국 영화제 인스타그램(@koreafilmfest), https://www.instagram.com/koreafilmfest/?hl=ko
- 《스카이 TG24(Sky TG24)》 (2026. 3. 11). ‘Florence Korea Film Fest, il festival fiorentino dedicato al cinema sudcoreano’,
https://tg24.sky.it/spettacolo/cinema/2026/03/11/florence-korea-film-fest
- 《텍스드라이버스(TAXDRIVERS)》 (2026. 3. 10). Florence Korea Film Fest 2026: tutto il programma con Gong Yoo e Yeon Sang-ho super ospiti,
https://buly.kr/2qaEisu
- 《마젠타(magenta)》 (3월호), Florence Korea Film Festival 2026, https://www.magentaflorence.com/florence-korea-film-festival-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