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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서화전>, 베이징에서 마주한 한글의 깊이와 울림

  • 조회수

    24

  • 게시일

    2026-03-23

  • 국가

    중국(북경)

3월 10일, 베이징은 아직 완연한 봄이라 하기에는 다소 이른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주중한국문화원 전시장 안에는 한글이 지닌 온기와 울림이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지난 3월 3일 개막한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서화전>은 한글서예의 국가문화유산 지정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로, 훈민정신세계화연구회가 주최하고 주중한국문화원에서 3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한글이 단지 기록의 도구를 넘어 조형성과 철학성을 지닌 예술 언어임을 중국 현지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한·중·영문 전시명이 실린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서화전’ 도록 표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로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전시 안내 화면이었다.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전시’라는 제목과 함께 전시 일정, 장소, 관람시간이 정리된 화면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선언처럼 준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넓고 정갈한 공간 속에 걸린 족자 작품들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흰 벽과 반듯한 가벽, 조명을 받은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는 배치 속에서 한글의 획과 여백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다.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빠른 호흡과 달리, 전시장 안의 시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한 글자 한 글자를 천천히 읽고 바라보게 만드는 고요하고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흘렀다.


전시장 로비 스크린에 표시된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전시’ 안내 화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가벽을 따라 족자 작품들이 배치된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서화전' 전시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글서예를 단순히 '전통 서예’의 범주에 가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서예, 회화, 설치를 넘나들며 한글을 예술적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강한 필획으로 쓰인 대형 문자들은 그 자체로 시각적 에너지를 발산했고, 일부 작품은 먹의 농담을 활용해 사물의 질감을 살리며 회화적 깊이를 더했다. 또 다른 작품은 짧고 선명한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관람객과 직접 대화하듯 다가왔다. 특히 ‘아름다운 동행’, ‘함께’, ‘괜찮아’와 같은 문구를 담은 작품들은 언어의 의미와 서체의 감정을 동시에 전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문자이면서도 그림 같고, 그림이면서도 마음을 건네는 말처럼 읽히는 지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 매력으로 평가된다.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문구를 힘 있는 필치로 담아낸 전정우 작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전시장에서는 한글이 지닌 조형미가 중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글자를 읽지 못하더라도 획의 속도, 먹의 번짐, 화면의 균형과 긴장감만으로 작품이 전하는 정서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이는 훈민정신이 단순히 문자 창제의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소통의 가치라는 보다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전시 도록의 인사말에서도 훈민정신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소개되고 있다.


위로의 메시지 ‘괜찮아’를 담아낸 이주형 작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깊은 물’ 글귀가 인상적인 문재평 작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는 최규삼, 김건표, 윤경희, 김영삼 등 회원 작가 80명이 참여해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일 오전에는 ‘세계 문자 한자와 한글의 글로벌 조화’를 주제로 한 특강과 학술행사도 함께 열려,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한글의 문화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한글이 더 이상 한국인의 문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 한글은 하나의 조형 언어로 읽히고 있었고, 획과 점, 여백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언어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관람객에게 전달되었다. 이러한 감각은 곧 한국 문화예술의 깊이로 이어졌다.


이번 <베이징 서화전>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서 나아가, 예술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울림처럼 느껴졌으며, 관람객들은 그것을 ‘읽기’보다 먼저 ‘느끼며’ 경험했다. <제1회 훈민정신세계화 베이징 서화전>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글의 미감과 정신이 베이징 한복판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해졌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25일까지 이어진다. 한글을 매개로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감성과 시대를 나누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수묵이 전하는 깊은 여운과 함께 동아시아 예술의 연결성과 가능성을 느껴볼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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