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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끼’에서 ‘신전’까지, 필리핀 외식 시장에 도전 중인 한국 분식

  • 조회수

    38

  • 게시일

    2026-03-20

  • 국가

    필리핀

작년 말 한국 문학계는 한 별을 떠나보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통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우울함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내며 따뜻한 위로를 전했던 백세희 작가가 2025년 10월, 향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떡볶이’라는 소소한 일상을 붙잡으려는 모순적이면서도 강인한 생의 의지를 상징한다. 저자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한 기록을 담담하게 풀어내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백세희 작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 뇌사 상태에 빠진 이후 장기 기증을 통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다”는 유가족의 말처럼, 고인이 남긴 글과 숭고한 생명 나눔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빛으로 기억될 것이다. 문학이 건네는 정서적 위로가 필리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면, 이제 그 온기는 책장을 넘어 ‘음식’이라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고(故) 백세희 작가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통해 떡볶이와 같은 소소한 즐거움이 삶을 다시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필리핀에서 떡볶이는 더 이상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붙들었던 작가의 정서, 즉 한국적 감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상징적 매개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한국 음식 호감도 88.9%를 기록하며 조사 대상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음식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며 하나의 문화적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필리핀 SM 쇼핑몰에 자리하고 있는 두끼떡볶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필리핀에서 영업 중인 다수의 한국 식당에서 떡볶이를 판매하면서 이제 떡볶이는 현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지난 10년 사이 필리핀 외식 시장에서 나타난 한국 음식 관련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떡볶이다. 과거에는 한인 밀집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떡볶이가 이제는 필리핀 주요 도시 전반에서 쉽게 발견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떡볶이 뷔페를 표방하는 두끼떡볶이는 2021년 3월 필리핀에 첫 진출한 이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1999년 창업한 신전떡볶이 역시 필리핀 시장에 진출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국 분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같은 신전떡볶이의 진출은 필리핀 내 한국 음식이 단순한 유행 단계를 넘어 ‘브랜드 전문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두끼떡볶이가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뷔페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다면, 신전떡볶이는 중독성 있는 매운맛과 어묵 튀김 등 차별화된 메뉴를 앞세워 한국 분식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 음식이 더 이상 드라마 속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적인 외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전떡볶이의 매운맛은 얼얼한 후추 향과 카레 풍미가 어우러진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매운맛을 즐기는 필리핀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후추 향이 강한 독특한 매운맛”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점 또한 흥미로운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방식처럼 떡볶이 양념에 튀김이나 어묵을 찍어 먹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다.

소비자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떡이 매우 부드럽고 쫄깃하다(Really soft and chewy)”, “치즈는 필수(Cheese is a must)”, “정통 한국식 매운맛(Authentic Korean spicy)”과 같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로제(Rosé)’ 메뉴의 인기에 힘입어 보다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좌)신전떡볶이를 주문 중인 필리핀 소비자들, (우)필리핀 신전떡볶이 차림판 - 출처: 통신원 촬영 >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배달 플랫폼 그랩(Grab)과 푸드판다(Foodpanda)에 등록된 이용 후기에서는 신전떡볶이에 대해 필리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아쉬움도 확인된다. 단품 기준 250~350페소(약 6~8천 원)에 이르는 가격은 대표적인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필리핀 일반 직장인의 한 끼 평균 식사 예산이 150~200페소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전떡볶이는 일상적인 간식보다는 ‘특별한 날 즐기는 외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빔밥, 치킨, 핫도그 등을 함께 구성한 콤보 세트 출시와 같은 메뉴 다변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또한 배달 과정에서 치즈가 굳거나 튀김이 눅눅해지는 등 음식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 역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2026년 현재 필리핀에서 한국 문화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일시적 유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친밀감은 식문화로까지 확장되며, 한식은 필리핀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과거 ‘낯선 외국 음식’으로 인식되던 한식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이제 한식 브랜드들이 직면한 과제는 ‘프리미엄(Premium)’ 이미지와 함께 형성된 가격 장벽을 어떻게 완화하느냐에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 소비 수준에 맞춘 실속형 메뉴 개발이 필수적이며, 현지 식재료를 적절히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현지화 전략도 요구된다. 여기에 음식이 지닌 위로와 연대라는 한국적 정서를 마케팅에 반영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한식은 필리핀 외식 시장에서 더욱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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