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일요일, 중국 충칭은 봄비로 인해 ‘안개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운무로 뒤덮였다. 비로 인해 날씨는 차갑고, 겨울철 습한 기후 탓에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았지만, 이날 만큼은 50여 명의 교민 가슴속에 뜨거운 감동이 흐르는 날이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충칭·청두 교민 역사문화답사> 행사가 바로 그 현장이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한반도 독립운동의 마지막 본산이었던 충칭의 흔적을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마련됐다. 참가자 가운데 절반은 아침 첫 기차를 타고 청두에서 달려온 교민들이었다. 이른 시간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다. 타향살이에 지친 이방인이 아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숨결을 찾아 나선 ‘역사 탐험가’의 눈빛이었다.

< 행사 시작전 청두 대한민국 총영사관 박성환 부총영사가 참가 교민들에게 인사와 함께 선열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답사 일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충칭 진열관’ 방문으로 시작됐다. 충칭은 1940년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활동한 마지막 터전이다. 참가자들은 비에 젖은 돌계단을 따라 진열관으로 들어서며 곧바로 80여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진열관 내부에는 임시정부의 상해 시대부터 충칭 시대까지의 기록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누구보다 열심히 귀 기울이는 어린 참가자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특히 박성환 부총영사는 중국인 가이드 설명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며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큰 호응을 얻었다.
다양한 사진 자료를 통해 독립운동 선열들의 헌신과 노고를 체감할 때 참가자들은 깊은 한숨과 함께 전시물을 응시했다. 특히 충칭으로 이어지는 긴 대장정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두에서 온 한 교민은 “상해에서 충칭까지 전쟁 중에 이 먼 길을 어떻게 오셨을까. 오늘 아침 기차 타고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선열들은 걸어서, 그것도 일본군을 피해 이 험난한 중국 대륙을 횡단하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목이 메는 듯한 소감을 전했다.

< 비가 왔기에 날씨도 싸늘했지만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은 뜨거웠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간단한 점심 식사 후,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역사 진열관 관람에 나서기 전 비는 더욱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외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진열관 내부는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답사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재중 교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참가자는 “중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가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비 오는 날,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유적지에 서니, 내가 왜 한국말을 해야 하고, 왜 대한민국 국민인지가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 오후에 방문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정문 입구, 임시정부 진열관 관계자의 가이드 도움을 여기서도 받을 수 있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관계자 김정필 위원은 “청두에서 이른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와준 교민들이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만큼 교민사회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문화답사를 정례화해 교민들이 뿌리를 잊지 않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참가자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일정을 마친 후에도 많은 이들이 유적지 앞에 머물며 기념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날의 경험은 타국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에게 단순한 역사 지식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그들이 중국 땅에서 당당히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차가운 빗속에서도 뜨겁게 가슴으로 느낀 하루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