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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전문정보 제공

정진호 그림책 작가 인터뷰

  • 조회수

    5

  • 게시일

    2026-03-04

  • 국가

    콜롬비아

제2회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Festival del Libro Infantil de Medellín)’에 한국의 정진호 작가가 초청돼 현지를 방문했다. 정 작가는 지난 2022년 ‘보고타 국제 도서전(FILBo)’에 이어 ‘2026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에 다시 초대받으며 콜롬비아를 두 번째로 찾았다. 이번 방문에서 정 작가는 세계와 건축,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기’를 주제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현지 독자들과 만났다. 행사 기간 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가운데, 정 작가를 만나 이번 방문의 의미와 작품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정진호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2년 보고타 국제 도서전’에 이어 ‘2026년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으로 두 번째로 콜롬비아를 방문하셨는데,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콜롬비아 독자들을 만나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 작가는 콜롬비아 독자들의 높은 독서 열기와 행사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4년 전 보고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제 상상 속 도서전을 뛰어넘는 규모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이어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고, 특히 중심에 있던 한국관에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다”며 “제 기억으로는 당시 15만 명 이상이 한국관을 찾아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콜롬비아 사람들이 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한국 문화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에 대해서는 보고타 국제 도서전과는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두 행사 모두 책을 매개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메데인 어린이 도서전은 도서전이라기보다 도서 축제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며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시민들이 편하게 참여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고, 그런 점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번 행사에서 두 개의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첫 번째 강연이 저에겐 조금 인상적이었어요. 행사 시각이 저녁이어서 어린이들이 많이 안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는 두 명만 오고 나머지는 전부 성인 독자들이었어요. 그래서 강연 시작 전 ‘이분들이 『위를 봐요!』를 얼마나 재밌게 읽으실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하면 성인분들도 재미있게 강연을 들으실 텐데 말이죠. 주어진 시간은 50분이었지만 통역을 고려하면 실제 발표 시간은 25분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행사 당 딱 한 권만 소개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걱정 속에 강연을 시작했는데, 참석해 주신 분들이 모두 너무 진지하게 들으시고, 이후에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강연을 재미있게 들으시긴 하지만 강연 후 질문을 많이 하시지는 않으시거든요. 한국은 공개적으로 질문을 하시기보다는 끝나고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여기 분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질문하시더라고요.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질문하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그 강연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 전후로 작가님 책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들었는데요, 스페인어 번역본을 내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나올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난번 보고타 도서전에서도 느꼈었는데, 스페인어로 번역되면 남미에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잖아요. 아쉽게도 아직 스페인어로 번역본을 낼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어 번역본도 내고 싶습니다.


팬데믹 이후 K-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며 확산됐지만, 작가님의 대표작 『위를 봐요!』, 『벽』 등은 그 이전부터 해외에서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넘어, 작품 자체가 세게 독자들과 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가 건축 전공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초기 작업들은 건축의 시점과 소재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들이었다”며 작업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이어 “위를 봐요!는 건축의 평면도 개념을 활용한 작품이고,  목에서도 느껴지듯 건축의 벽이라는 소재를 그림책에 접목한 경우”라며 “그러한 시도 자체를 흥미롭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


최근에는 이야기 자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4~5년 전부터 이야기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의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책들을 작업하면서 이야기가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 그것을 이야기 속에 담아 전하면 굉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요즘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들이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그런 고민이 담긴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님의 작업을 보면 건축적 시선과 그림책의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작가님처럼 서로 다른 영역을 융합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제 작업 스타일이나 건축에서 시작해서 그림책으로 전환하게 된 이야기를 해드리면, 어떤 분들은 “건축을 포기한 게 아쉽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건축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책 속에 건축을 하고 있고, 건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혹시 다른 전공을 하셨거나 다른 배경을 가지고 계신 분이 그림책을 만들고 싶으시거나 꼭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창작활동을 하고 싶으시다면, 그거야말로 본인이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건축학을 전공한 그림책 작가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다른 것을 한다고 이전 배경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배경이 본인에게 개성을 부여해 주는 무기가 될 수 있으니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 정진호 작가의 ‘호선생전’ 캐릭터를 모티브로 꾸며진 강연장- 출처: 통신원 촬영 >


첫 작품부터 크게 성공하셔서 차기 작품에서 부담감이 있으시진 않으셨나요?

정 작가는 작가로서의 출발이 비교적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작가가 됐기 때문에 작업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오히려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책으로 상을 받았을 당시 이미 두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상이 곧바로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창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몇 년 뒤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 ‘건축을 소재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어느 정도 해본 것 같은데 다음에는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고민과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옛이야기를 계속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많은 책들이 나오게 됐다”며 여우 요괴생각에 생각을금손이호선생전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 작품들은 모두 제 방식대로 옛이야기를 해석한 책들”이라며 “이 작업을 통해 이야기의 힘을 실감하게 됐고,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한국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는 한국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 그림책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 편집자를 만났을 때 ‘한국 그림책은 역동적이다’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그림책의 인상을 전했다. 정 작가는 국가별 그림책의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른 나라 그림책을 보면 각 나라의 특성이 어느 정도 보인다”며 “일본은 엉뚱하고 귀여운 책들이 많고, 프랑스의 경우 그래픽적인 특징과 함께 시리즈로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캐릭터의 성격이 강조되는 작품들이 많은 등 나라별로 인기 있는 그림책의 경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그림책은 특정한 스타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그림책에서는 그런 하나의 특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반대로 말하면 스타일을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다양성은 이야기 소재뿐 아니라 표현 스타일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그림책의 역사가 비교적 길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이 보다 자유롭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다양성이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더 지나면 한국 그림책만의 또 다른 특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그림책 작가 중 작가님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은 저는 건축적인 구도 등 그림책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시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을 신선하게 봐 주신 것 같고요. 저는 제 나름의 강점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걸 조금 잘하는 것 같아요.  호선생전도 토끼 대신 호랑이가 용궁에 가게 되는 이야기로 새롭게 이야기를 썼는데, 이런건 기존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되잖아요. 그래서 기존에 알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어떻게 비틀면 재미있을까?, 즉 재해석을 조금 잘 찾아내는 것 같아요.


고전, 말 그대로 옛이야기인데, 이를 재창조하면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 않을까요?

정 작가는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과 비평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그런 시도를 했을 때 ‘옛이야기의 무게를 귀여운 캐릭터로만 접근하려 한다’는 반응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읽힐 수도 있고 비판 역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의 작업 방향에 대한 생각을 덧붙였다. 그는 “옛이야기는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생명력을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패러디될 때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통해 만난 어린 독자들의 변화도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강연을 다니며 학생들, 특히 초등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옛이야기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전처럼 책으로 이야기를 접하기보다 유튜브 같은 매체를 먼저 접하는 환경 때문인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동시집을 내고 새로운 이야기 작업도 진행하게 됐다”며 “‘이 시를 계기로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려 한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옛이야기의 맥을 끊기지 않게 이어가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기존에 출간했던 책 중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창작 과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물론 그림의 스타일이나 이야기의 마무리, 전개 방식에서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간 이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책은 한 번 출간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나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생각과 이야기였던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기준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은 독자들의 해석이 채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콜롬비아의 문학, 특히 아동 문학 교류가 어떻게 발전하기를 바라시나요?

정 작가는 한국과 콜롬비아 간 문화 교류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비교해 콜롬비아의 아동 문학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매우 먼 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서로 다른 점도 많지만, 차이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두 국가가 교류하며 서로의 문화를 통해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배워가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문화 교류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정 작가는 “현재 한국의 옛이야기를 작업하고 있는데, 언젠가 콜롬비아의 옛이야기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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