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이은 한국과 메리다의 가교: ‘Cuéntame Corea(한국을 말해줘)’가 일궈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대한민국과 멕시코, 12,000km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따뜻한 문화적 연대의 소식이 전해졌다. 영하의 추위가 몰아치는 서울과 대조적으로 멕시코 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도시 메리다(Mérida)에는 한국의 온기가 담긴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이번 선물은 화려한 포장지 대신 한국 우체국의 상징인 빨간색 이엠에스(EMS) 박스에 담겨 있었으며, 그 안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된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12월로 서울의 거리마다 가족들이 모여 온기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획으로 분주할 때다. 동시에 지구 반대편 메리다의 한인 후손들에게는 썰매가 아닌 한국에서 온 택배 상자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몰고 왔다. 2025년 연말, 메리다의 한인 후손들에게 전달된 이 박스들은 단순한 물품의 이동을 넘어 세대를 잇고 국경을 허무는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바나 페치 리(Ivana Pech Lee) 메리다의 한인 후손 청년 리더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모든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바나는 현지 작가 베로니카 리(Verónica Lee)와 함께 진행해 온 문화 협업 결과물을 소개하기 위해 고국 땅을 밟았다. 당시 이바나의 방문은 메리다 현지 라디오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될 만큼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생생한 소통의 현장에서 한국의 '아동문화 협회'와 '아동 독서 협회' 관계자들은 멕시코 유카탄 지역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후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120년 전, 척박한 에네켄 농장(henequen Hacienda)으로 떠나온 선조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청년들의 열정에 감동한 협회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소중한 약속을 했다. 한글과 한국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동화책 읽기 프로젝트인 '한국을 말해줘(Cuéntame Corea)'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 약속은 잊히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졌다. 수개월간의 도서 선정과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12월 22일, 드디어 책이 발송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메리다에 닿았다. 한국 우체국의 신속한 물류 시스템 덕분에 이 책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춰 메리다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한국에서 온 책을 받고 좋아 하는 한인후손 청년회 - 출처: 한인 이민자 후손 청년회 페이스북 계정(@YucaCoreanos) >
물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책들을 안전하고 빠르게 보내기 위한 국제 우편 비용은 약 22만 원(2,700 멕시코 페소)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현지 운영진에게 이 예상치 못한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지 이웃의 따뜻한 연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사연을 접한 지인이 선뜻 비용을 빌려준 덕분에 무사히 택배를 수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리다 한인 후손 청년 리더인 웬디(Wendy)는 도착한 책 상자를 품에 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웬디는 "오늘 책이 무사히 도착한 덕분에 우리의 소중한 활동인 'Cuéntame Corea'를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고국에서 보내준 관심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단순한 기쁨을 넘어선, 민족적 자긍심과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스마트폰과 전자책, 일회성 디지털 콘텐츠가 범람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메리다의 한인 후손 5,000여 명이 종이책을 갈망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독서 행위를 넘어 일종의 '정체성 찾기'란 여정이다. 손으로 질감을 느끼며 읽는 동화책은 120년 전 고국을 떠나온 선조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어주는 가장 강력한 아날로그 도구다. 많은 곳에서 전통적인 독서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메리다에서 이 책들은 과거의 손을 놓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세대에게 고귀한 보물이자 등불이 되었다.
이러한 감동적인 소식은 멕시코시티의 한글문화원에도 전달되어 더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한글문화원 측은 현재 보관 중인 다양한 한국 도서들을 메리다 후손들에게 추가로 전달할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직접 방문을 통한 전달이나 추가 우편 발송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이 논의되면서 이번 기부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120년 전, 머나먼 멕시코 땅으로 건너온 한인들의 역사는 고난과 희생, 그리고 눈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 후손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준다. 이번 도서 전달은 단순한 물적 기부를 넘어, 대한민국이 타지에 있는 자손들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증표가 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단체와 개인들이 이 지역 후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멕시코 유카탄의 밤하늘 아래 한 권의 동화책이 낭독될 때마다, 한국 문화의 불꽃은 더욱 밝게 타오를 것이다. 'Cuéntame Corea' 프로젝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 소중한 책들이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영원한 ‘우정의 도서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페이스북 한인 이민자 후손 청년회 페이스북 계정(@YucaCoreanos),
https://www.facebook.com/YucaCoreanos/videos/1385828882925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