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는 단순히 ‘무엇을 먹는가’라는 목적을 넘어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과 정체성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로 비유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나라와 지역마다 다양한 기후와 환경, 역사와 종교가 있고 이에 따라 식문화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색채를 띠고 있어서 이러한 식(食)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꺼질 줄 모르는 불씨’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위스는 알프스의 산악 지형으로 인해 낙농업이 발달하여 그들의 전통 음식은 주로 감자, 치즈, 버터, 크림 그리고 육류가 주를 이룬다. 주변국인 프랑스, 이탈리아와는 달리 소박하지만 아주 든든한 편이다. 하지만 전통 음식이 이토록 단조로운 까닭에 스위스인들은 외국 음식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스위스는 전체 인구의 25%가 외국 출신이어서 피자와 파스타 등의 이탈리아 음식과 케밥, 태국의 커리, 베트남과 중국 요리도 일상 음식으로 수년간 자리 잡았다. 다만 스위스인들이 가진 치즈에 대한 자부심은 한국인들이 가진 김치에 대한 태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치즈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문화적 자부심은 강한 편이다.

< '아르떼(ARTE)'에서 방영된 '한국으로의 미식 기행: 김치' - 출처: '아르떼(ARTE)' >
최근 몇 년전부터 스위스에 부는 한국 문화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십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 팬들이 형성되면서 그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매우 커졌다. 40, 50대 부모 세대부터 70, 80대에 이르는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들도 어린 손주들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그 인기가 날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젊은 층에서 한국에 대한 인기가 가열되면서 미디어에서도 꾸준히 한국 문화와 관련된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한국 음식은 또 하나의 떠오르는 한류 중 하나로 다채로운 색깔과 맛으로 눈과 입을 자극하고 채소가 많이 들어간 건강한 음식이라는 설명을 통해 한국의 비빔밥, 불고기, 잡채, 김치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 코로나 이후, 건강식품으로 재조명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발효(Fermentation)식품' - 출처: '트웬티 미뉴텐(20 Minuten)' >
특히 그 중 김치는 하나의 테마로 모든 연령층의 관심을 끌며, 스위스에서 그 존재감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스위스인들은 면역력과 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발효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김치는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김치는 스위스인들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어딘가 익숙한 이미지로 다가가는데, 스위스에는 김치와 비슷한 종류의 음식이 하나 있다. 예로부터 이들의 조상들은 겨울철 저장 채소 음식으로 양배추를 이용해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만들어 숙성시키고 이를 일년내내 먹곤 했다. 그렇기에 많은 스위스인들의 기억 속에는 사우어크라우트에 대해 그들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겨울이 오기 전 큰 독에 채 썰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지하실에 놓고, 조금씩 덜어서 겨울철 요리에 이용하던 추억의 가정식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어크라우트의 자연 발효 과정이 가져다 주는 시큼하면서도 미묘한 풍미는 우리의 김치와 여러모로 많은 맞닿는 부분이 있다.

< 스위스 미식 박람회 '구에트 테루아 2025(Goûts et Terroirs 2025)'에 소개된 로컬 푸드 업체 '쏘! 김치(So! Kimchi)' 공동 대표 인터뷰
- 출처: 프리부르 농식품(Agri &Food Fribourg) >
지난 늦가을 스위스 불어권 지역 프리부르(Fribourg)에서 열린 로컬 푸드 미식 박람회 ‘구에트 테루아 2025(Goûts et Terroirs 2025)'에서는 ‘쏘! 김치(So! kimchi)’ 업체가 자신들의 김치를 소개했다. ‘쏘! 김치’ 업체는 ‘김치와 치즈의 환상적인 궁합’을 주제로 프리부르의 대표적인 치즈인 ‘그뤼에르 치즈(Gruyère)’, ‘바쉬랑 치즈(Vacherin)’와 함께 김치를 소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쏘! 김치’ 업체는 2024년 한국인 박소영(Soyoung Park Favre)와 독일인 도리트 호르스트(Dorit Horst)가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수제 김치를 스위스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김치는 한국의 김치 맛에서 약간씩 변형하여 스위스인들의 입맛과 생활 방식에 맞춘 다양한 김치인데, 최근 비건(Vegan)과 채식주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 더불어 한국 음식의 인기가 같이 급상승하면서 이들의 김치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쏘! 김치’ 업체는 김치 판매와 함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김치 버거, 김치 샌드위치, ‘라클레트(Raclette)’와 김치, ‘뢰슈티(Rösti)’와 김치 등 김치를 이용한 색다른 핑거 푸드(finger food)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을 추천하면서도 일종의 ‘김치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공동 대표는 김치가 더 이상 한국식 메뉴에만 머무는 음식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스위스식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일리 푸드(daily food)”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트웬티 미뉴텐(20 Minuten)≫ (2024. 01. 06). Fermentierte Lebensmittel bringen deine Verdauung in Schwung: le Kimchi,
https://www.20min.ch/story/darum-sind-sauerkraut-und-co-gut-fuer-deine-verdauung-456816926131
- ≪아르떼(ARTE)≫ (2025. 02. 04). Voyage en Corée du sud: le Kimchi,
https://www.arte.tv/fr/videos/119582-018-A/voyage-en-cuisine/
- 프리부르 농식품(fribourg agri&food) (2025. 11. 20).
Tests consommateurs et dégustations: trois entreprises accompagnées par Fribourg Agri&Food au Salon Goûts & Terroirs,
https://buly.kr/CB5zJG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