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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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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베트남통신원]하노이-무엇이 한류열풍인가

  • [등록일] 2005-03-30
  • [조회]4798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꿈꿔왔던 ‘world is one’이 인터넷, 광통신망 등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으며 hybrid 자동차, 무한히 확장 가능한 RAM 등은 개발목표가 아닌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문화계 역시 마찬가지다.

<Matrix>, <The day after tomorrow>등의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한 첨단 CG기술은 CG와 현실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며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으나 오히려 더 ‘인간다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전세계가 관심을 가질 만큼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류열풍’이 그것이다.

한국이라는 자그마한 나라에서 일으킨 이 열풍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이미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훌쩍 성장해버린 한국의 문화예술은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각종 공연에서도 한국적인 내용과 멋을 가득 살려 세계와 함께 할 수 있는 ‘트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영화감독이나 배우들, 공연단 들은 어느 나라에 가도 환영을 받고 있으며 특히 김기덕 감독,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배용준 등 ‘한류스타’들은 거의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종영한 <천국의 계단>의 열풍은 어린 아이들까지도 권상우의 사진을 보면 ‘송주오빠’를 연호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으며 얼마 전 인기 프로그램인 "주말에 만나요"에서는 <대장금>의 최상궁, 한상궁이 등장하였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설 기간 중 얼뜨기 점쟁이가 시민을 속여 폭리를 취하는 것을 풍자하는 코너. 얼뜨기 점쟁이가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최상궁, 한상궁 마마께 비나이다..’라고 하여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켰다). 이는 지난 1995년 <느낌> 및 <편지>이후 불기 시작한 베트남에서의 ‘한류열풍’의 현주소이다.

베트남에서는 거의 매주 2~3편 이상의 한국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으며 전국 상영관을 통해 수많은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한때 외화(드라마 포함)의 수입신청 및 실제 방영(또는 상영)횟수 중 한국의 영화(및 드라마)의 비중이 가장 높아 정부차원의 자제요청이 있을 정도였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산간의 작은 마을의 구멍가게에도 ‘장동건’(현지에서는 <연풍연가>, <의가형제>, <모델>등 주로 예전 작품들이 소개되었다)이나 ‘이영애’, ‘배용준’ 등의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이곳 베트남에서도 ‘한류’가 트랜드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이 ‘한류’인가. 이 점에 있어서는 지금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듯 싶다. 한국은 현재 이러한 열풍의 모습에 스스로 도취되어 진정한 한류의 모습을 잊고 있는 듯 하다. 한류스타를 동원, 한류스타일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붐은 한국인 스스로에게도 외면당하고 있으며, 이제는 진부해진 뻔한 내용의 드라마 소개는 열풍을 스스로 잠재우고 있는 격이 되었다.

‘한류’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현 인류가 잊고 있는,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그 무엇들 – 바로 사랑과 가족애에 대한 기본정서를 담고 있는 문화예술을 대중화시켜 열풍으로까지 이끌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가 생각하고 있는 ‘한류’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한류가 대접 받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유교라는 전통에까지 연결되어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을 대중화시킨 그 힘이 적절히 작용하였다. 엄격한 아버지, 성공에 눈 먼 남자친구, 잘난 남자친구를 가진 친구에 대해 불만의 화살을 쏘는 여자...그러나 결국 가족과 함께 하는 밥상 (한국 드라마에는 유난히 집에서 가족과 식사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은 누구나 돈의 노예가 되어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 생각하고 있는 ‘한류’란 단지 성형수술로 예뻐진 여배우들(물론 이들 덕에 한국에 성형수술 하러 가는 단체관광도 생겼다)이 더 많이 등장하고 돈 많고 정말 잘난 남자 배역(날이 갈수록 이들은 주체성을 잃어가고 심지어 여자에 기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들이 더욱더 화려해져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한다. 열풍의 중심에 섰던 배용준<겨울연가>과 권상우<천국의 계단>의 첫사랑에 대한 애절하고 끊임없는 사랑, 이영애<대장금>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비교해 본다면 화려한 배경과 세련된 말솜씨로만 치장된 최근 드라마를 보면 점차 맥이 빠져간다. 겉모양에만 치중하거나 한류스타를 키우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한류를 관리해야 하는 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나 무성의한 태도들이 한류를 외면케 하고 있다. 해외공연들이 수시로 펑크가 나고 뻔히 눈에 보이는 상술로 도배된 관광일정이 그러하다. 일부 해외 공관이나 단체들의 관료적인 태도 역시 한류를 왜 외면하게 되는가에 명쾌한 대답을 주고 있다. 열풍의 실제 주체인 외국인에 대한 존중과 성의 없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연말 이후 중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한류는 더 이상의 ‘열풍’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관객들이 한국 드라마 및 영화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한류에 힘을 얻었던 한국상품에 대해서도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다시, ‘한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바로 한국인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대답을 던져야 할 것이다. 열풍의 주체인 외국인은 지난 한류의 순수했던 한국 드라마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하노이통신원 : 당 티에우 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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