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태풍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는 카자흐스탄 ‘한류’

  • [등록일] 2006-04-20
  • [조회]5033
 

“엄마 내일 김밥 꼭 싸주세요?”
잠자리에 들은 줄 알았던 ‘미라스’국제학교 5학년에 다니는 큰 아들이 방에서 나와 애절하게 부탁을 했다. 이런 장면은 우리 집에서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많은 교민들의 가정에서 자주 연출된다.

한국과 달리 한 달에 한번 꼴로 학교에서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 때마다 현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피자, 햄버거나 카작음식이 아닌 김밥, 김치, 잡채 등의 한국음식이다. 그래서 김밥과 김치, 잡채를 잘 하는 엄마는 자녀들뿐만 아니라 현지인으로부터도 인기가 좋다.
 
“언젠가 힘든 이 길이 끝이 나는 날
그대 곁에서 내가 눈 감는 날
기억해 나의 사랑은 네가 마지막 이였단 걸
처음 그 날처럼”

드라마 ‘올인’의 주제가다.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알마티 시내를 걷다 보면 이 가사를 자주 듣게 된다. ‘TAN’이라는 공중파 채널을 통해 ‘올인’이 방영된 후로 대형 슈퍼마켓, 의류가게, 심지어 컴퓨터매장에서도 들을 수 있다. 최근 동남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만큼은 아니지만 ‘태풍(?)’이 될 잠재력을 가진 ‘미풍(?)’이 이곳 카자흐스탄에도 불고 있다. 그래서인지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 정도로만 알고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한국인들은 뭔가 고향 같은 편안하고 포근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카자흐스탄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카작인들이 우리와 같은 외모를 가진 민족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음악과 우리의 음식을 길거리와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류’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구소련이 붕괴된 후 이곳에 진출한 LG,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이 대도시 곳곳에 설치한 대형 빌보드 광고 속의 한국제품들은 우리의 ‘한류’스타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국의 이미지를 미국, 유럽과 대등한 선진국으로 각인시켰다. 또 최근에는 제2의 중동으로 알려진 카스피해의 원유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대규모로 진출하고, 한국영화들이 개봉관에 걸리며, 위성방송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스타들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되자 이들 스타들의 옷을 따라 입는 등 ‘미풍’수준이었던 ‘한류’가 태풍으로 변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류’의 선구자 격인 고려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지인들의 사고방식 및 문화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스탈린의 강제 이주조치로 중앙아시아 땅에 남겨진 고려인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소련시절 1,200명중 고려인이 750명을 차지하였다는 것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후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를 대변해 준다. 그래서 근면과 성실로서 ‘까레이쯔’를 따라올 민족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 잔칫상에도 우리 고려 짐치(김치의 함경도식 발음)와 당근채가 올라가지 않으면 아무리 잘 차린 음식상일지라도 제대로 차린 잔칫상이라 하지 않소.”라고 말하는 박넬리 교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장)의 말처럼 우리의 문화는 이미 중앙아시아에 한 부분을 차지한 지 오래다. 

이런 바탕 속에 우리 문화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전략이 가미된다면 기업과 상품이 진출하기 전에 그 기업과 상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거나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시켜주는 정도의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핸드폰과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외화를 카자흐스탄에서도 획득할 수 있다. 한국기업이 중앙아시아 가전시장의 80%를 점유했듯이,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카자흐스탄 시장을 교두보 삼아 중앙아시아로 그리고 더 서쪽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카자흐스탄에는 10만 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을 우리의 문화산업의 소비자 겸 전파자로 잘 활용한다면 전망은 아주 밝다. ‘한류’가 같은 동양문화권에서만 머물지 말고, 중국을 넘어 동서양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앙아시아를 교두보 삼아 더 서쪽으로 확산되어 지기를 기원한다.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  
  • 덧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