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미얀마에서 영화 <대가족>이 개봉했다. 2025년이 시작된 지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올해 벌써 4편의 한국 영화가 미얀마에서 상영됐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사흘>, <대가족>, <검은 수녀들>이 그에 해당한다. 보통 미얀마에서 한국 영화는 1년에 2~3편 개봉하는데 최근 두 달 동안 4편의 영화가 상영이 된 것은 이레적이다. 과거 현지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의 경우 영어 자막 서비스만 제공되고 미얀마어 자막은 서비스되지 않아 현지 관람객들이 한국 영화를 100%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미얀마어 자막 서비스도 제공돼 현지 관람객들의 이해도를 보다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 상영관 측에서도 상영작으로 한국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올해 세 번째 한국 영화 개봉작으로 상영 중인 <대가족>은 한국의 인기스타 이승기, 김윤석 주연의 영화다. 외동아들 함문석(배우 이승기)이 스님이 되면서 가문의 대를 잇는 문제로 고민하던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배우 김윤석)에게 어느 날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아냈다. <변호인>으로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양우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가족의 본질을 불교의 자비로 풀어냈다. 불교 국가로 이름난 미얀마이기에 익숙한 소재는 현지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 (좌)'대가족' 상영을 전하는 현지 상영관, (우)영화관 내 배치된 '대가족' 입간판 - 출처: (좌)페이스북 계정, (우)통신원 촬영 >

영화 <대가족>은 미얀마에서 1월 24일에 개봉해 2월 13일까지 상영됐다. 주말과 다르게 평일에는 현지 영화관 주변이 한산한 편이라 통신원이 방문한 2월 12일 <대가족>은 10시 40분, 13시 40분으로 두 차례만 상영됐다. 영화관 직원에게 관람객수를 문의해 보니 "처음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내일이 마지막 상영이다 보니 지금은 많지 않다."라고 답했다. 통신원이 영화관 내부로 입장하니 약 20명 정도가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화 곳곳에 코믹적인 요소가 배치돼 있어 모두들 재미있게 관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반전이 있는 부분에서는 "오!"와 같은 감탄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의미 있는 내용과 잔잔한 감동이 미얀마 관람객들의 가슴에 스며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한국 영화 '대가족' 상영시간, 한산한 모습의 평일 현지 영화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불교를 소재로 다룬 한국 영화의 미얀마 개봉은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화를 관람한 한 현지인(Mr. Shine)에게 영화에 대한 평을 묻자 "한국 영화는 보통 화려한 액션에 CG가 많아 재미있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하게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 또한 좋은 것 같다. 불교 색채가 느껴져 같아 보는 내내 좋았다. 한편 미얀마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산에 절이 있다는 점은 조금 놀라웠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현지 관람객(Ms. July)은 "요즘 OTT 혹은 불법으로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확실히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전해지는 감동의 크기가 다르다.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대가족>을 관람하게 됐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실 미얀마인들이 선호하는 영화 장르는 호러, 화려한 액션 혹은 코미디다. 영화 <대가족>이 평소 현지 관람객들이 좋아하는 장르에 부합하진 않지만 미얀마인들의 마음속 불심을 공략하며 가볍게 기분을 전환해 주는 힐링 영화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영화 속 불교 색채가 미얀마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플롯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고 판단돼 해당 영화를 수입 및 현지 상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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