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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지금까지 소설과 에세이 기준 300권이 넘는 한국 원작 번역 도서들이 출판된 인도네시아 도서 시장에서는 2024년 매분기 10권 이상의 한국 도서가 출판되다가 4분기에는 고작 4권 정도가 서점에 나와 K-출판의 위축 조짐이 보였다. 특히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12월 시상식 등이 있었으나 그 모멘텀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K-출판의 인기가 시들기 시작하는 듯한 모습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2024년 12월 말과 2025년 1월 상순 사이에 한국 도서들이 다수 쏟아져 나오면서 K-출판 인기 하락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단연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뒤늦게나마 그 중심에 섰다. 일찍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번역 출간했던 바짜 출판사(Penerbit Baca)가 이미 종료된 판권 계약을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갱신해 이들 두 편을 중쇄한 것은 물론 차제에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흰』도 함께 번역해 내놓은 것이다. 그중 『채식주의자』는 종전과 같이 'Vegetarian'이라는 영문 제목을 유지한 반면 『소년이 온다』는 과거 야맹증을 뜻하는 'Mata Malam'이라는 제목이 달렸다가 이번에는 공식 영문 제목인 'Human Acts'로 변경됐다.
< 한강 작가의 '흰' 인도네시아어판 홍보 페이지 - 출처: 바짜출판사 홈페이지 >
▣ 2025년 1월 한국 원작 번역 도서 출간 현황
표지 | 도서명 | 번역도서명 | 작가 | 장르 | 현지 출판사 | 출판연도 | |
1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Misteri Musim Panas di Duwong-Ri | 박연선 | 소설 | BIP | 2024.11. | |
2 | 건청궁일기 1 | Maharani Myeongseong 1 | 박영규 | 소설 | Baca | 2024.12. | |
3 | 건청궁일기 2 | Maharani Myeongseong 2 | 박영규 | 소설 | Baca | 2024.12. | |
4 | 시선으로부터, | Dunia Sisun | 정세랑 | 소설 | Bentang Pustaka | 2025.01. | |
5 | 흰 | The White Book | 한강 | 소설 | Baca | 2025.01. | |
6 | 소년이 온다 | Human Acts | 한강 | 소설 | Baca | 2025.01. | |
7 |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 100 Tahun Bahagia | 이근후 | 자기계발 | Noura Books | 2024.12. | |
8 | 늑대 사이의 학 | A Crane Among Wolves(Bangau di Tengah Kawanan Srigala) | 허주은 | 소설 | GPU | 2025.01. |
※ 출처: 통신원 조사(2025년 1월 15일 그라메디아 서점 기준)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의 양대 산맥이라 할 만한 그라메디아(Gramedia)와 미잔 그룹(Mizan Group)의 자회사들인 BIP, GPU(이상 그라메디아), 븐땅 뿌스타카(Bentang Pustaka), 노우라북스(Noura Book, 이상 미잔 그룹)가 각각 두 권씩 신간을 내며 한국 도서들의 주요 인도네시아 진출 창구임을 재확인했다.
한편 한강 작가 작품들을 출판한 바짜 출판사는 회사 규모에서는 앞서 두 회사와 비교할 바 못되지만 비중 있는 중견 출판사로서 위의 목록 중 나머지 네 권의 신간을 냈다. 한국 도서 출간이 저조했던 2024년 4분기에도 『휴게소(The Rest Stop)』, 『말괄량이 사이코패스(The Jolly Psychopath)』 번역본을 내놓는 등 한국 도서 출판에 진심인 곳이다.
1월 상반기에 확인된 한국 도서 신간 8권은 평소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숫자다. 여기에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도서 판매를 견인했던 『1등의 대화습관(Bicara Itu Ada Seninya)』 저자인 오수향 작가의 또 다른 저서인 『긍정의 말습관』과 『황금말투』를 번역한 도서도 올해 1분기 BIP를 통해 순차적으로 출판될 것으로 알려져 2025년에도 꽤 많은 한국 도서 신간이 인도네시아 독자들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을 배경으로 한 로컬 작가들의 작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그중 일라나 탄(Ilana Tan) 작가의 『서울의 여름(Summer in Seoul)』이 다시 진열대에 올랐고 버를리아나 킴벌리(Berliana Kimberly) 작가의 『고려의 하늘(Langit Goryeo)』에는 '내 하늘의 사랑의 빛'이라는 다소 어색한 한글 부제가 붙었다. 버를리아나 킴벌리는 2024년 영화화된 <지중해(LautTengah)>의 원작 소설 작가다. '내 사랑의 운명'이라는 한글 부제가 달린 해당 작품도 한국을 무대로 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이야기다.
< 한국을 배경으로 한 로컬 도서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1997년생 버를리아나 킴벌리 작가는 인도네시아 명문 가자마다대학교 법학과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재원으로 법률 전문가이자 무역 계약서, 노사 관계, 관세, 이슬람법 등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도 법률적, 종교적 색채가 엿보인다.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슬람의 신앙을 가지고 현실 속에서 자신의 야망과 미래를 구현하려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버를리아나 킴벌리 작가는 국내외 매체에 논문을 게재했고 국제교류 학생 프로그램, 각종 국제 콘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캠프에서 최우수 프로젝트 외교상(2019년), 서울국제문화교육상 최우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상(2018년) 등 수상 이력을 보면 그의 작품 속 스토리가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이 충분히 설명된다.
일라나 탄의 『서울의 여름(Summer in Seoul)』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파리의 가을(Autumnin Paris)』, 『런던의 봄(Spring in London)』, 『동경의 겨울(Winter in Tokyo)』로 이어지는 4부작 중 하나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을 썼지만 2006년작 『서울의 여름(Summer in Seoul)』이 데뷔작이자 계절 4부작의 첫 작품인데 오늘날 일라나 탄이 있게 한 출세작이기도 하다. 현재 현지 서점에는 2021년작 『별과 나(The Star and I)』, 2024년작 『창공에 꽃이 필 때(When The Sky is Blooming)』 등 최근작도 함께 진열돼 있다. 그래서 일라나 탄 작가가 왜 자신의 첫 작품으로 『서울의 여름(Summer in Seoul)』을 썼는지, 파리, 런던, 동경 앞에 왜 서울을 먼저 두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한 일본 소설들이 인도네시아 서점에 분명한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고, 중국 작품도 R. F. Kuang 등을 중심으로 한 많은 작가들이 소개돼 때로는 이들의 신간이 한국 도서들을 압도하는 듯 보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로컬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띄는 반면 일본이나 중국을 배경으로 한 로컬 작품은 거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그간 현지 도서출판산업에 자생적 한류가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파종한 끝에 뿌린 씨가 뿌리를 내리고 떡잎을 내기 시작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바짜 출판사(Penerbit Baca) 홈페이지, https://penerbitbaca.com/
- 그라메디아(Gramedia) 홈페이지, https://www.gramedia.com/products/bangau-di-tengah-kawanan-serigala-a-crane-among-wo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