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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은 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Francisco Sionil Jose) 사망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24년 12월 3일 루손 북부 로살레스에서 태어난 호세 작가는 필리핀 산토 토마스 대학교를 중퇴하고 기자 생활을 거친 뒤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주로 필리핀 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호세 작가는 2001년에 필리핀 대표 작가(National Artist of the Philippines in Literature)로 선정될 정도로 필리핀 문학계를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 필리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는 다름 아닌 호세 작가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호세 작가는 학교 도서관에서 호세 리잘 소설을 비롯해 윌리엄 포크너와 존 스타인벡이 쓴 작품 등을 읽었다. 관련 기록을 보면 작가는 호세 리잘이 쓴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를 읽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였던 호세 리잘의 삶과 작품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작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호세 작가는 리잘 작품에 나오는 주제와 인물들을 활용하고 통합해 『로살레스 사가(The Rosales Saga)』를 썼다. 호세 작가 대표작 중 하나인 『로살레스 사가』는 1962년부터 1984년까지 22년에 걸쳐 쓴 5권으로 된 연작이다.
< (좌)호세 작가 글이 실린 '물결의 비밀', (우)한국에 번역 출간된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필리핀 민중의 삶과 문화를 영어라는 언어로 풀어낸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작가는 영어권에서는 널리 알려진 필리핀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 호세 작가 작품 중 한국에 소개된 작품은 지난 2007년에 번역 출간된 『에르미따』와 2016년에 출간된 『물결의 비밀』 중 <불 위를 걷다> 그리고 2020년에 소개된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 중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등 세 편에 불과하다. 『에르미따』를 제외한 나머지 두 편은 단편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호세 작가가 유명하지 않기에 아직 번역 출간된 작품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한국에 가장 먼저 소개된 『에르미따』는 필리핀 독립 이전과 일제 침략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물결의 비밀』 중 <불 위를 걷다>에서는 스페인 식민지기에 발생한 비극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실린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에는 미국에서 소설을 출간하려던 호세 작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는 출간 과정에서 "내가 왜 이런저런 대목을 고치고 있을까? 나는 왜 미국인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할까?" 등과 같은 고민 끝에 필리핀 문학에 처한 현실에 대해 한탄하면서 자신과 필리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 2024년 12월 3일에 설치된 호세 작가 동상 - 출처: 'Manila Bulletin' >
해당 작품에서 호세 작가는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준 국민 영웅 호세 리잘과 그가 쓴 소설을 떠올리면서 "필리핀이 배워야 하는 모범이자 의지할 기둥은 바로 호세 리잘, 그 자체"라고 언급하면서 글을 마친다. 이렇듯 호세 작가는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끊임없이 필리핀 사회를 조망하고 필리핀 사회가 처한 현실과 나아갈 바를 지속적으로 문학을 통해 표현했다. 세상과 필리핀을 위한 그의 노력에 필리핀 사회도 화답하듯이 2024년 12월 3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향에서 호세 작가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여러 문인들과 관계자가 동상 제막식을 찾아 고인과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동상 제막과 함께 호세 작가가 1965년에 문을 연 서점 역시 필리핀 사회에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60년 된 서점은 작가 둘째 딸이 맡아 여전히 운영 중이며 필리핀 내 문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찾아 책을 구매하고 또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서점은 단순한 책 판매 장소가 아니라, 필리핀 문화와 문학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호세 작가가 시작해 아직까지 건재한 서점은 필리핀 사회에 이러한 문화적 공간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필리핀 문화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ABS-CBN News》 (2022. 1. 6). National Artist for Literature F. Sionil Jose dies at 97, https://www.abs-cbn.com/life/01/06/22/f-sionil-jose-dies-at-97
- 《ABS-CBN News》 (2022. 2. 4). F. Sionil Jose's Solidaridad book store to continue operations, https://www.abs-cbn.com/life/02/04/22/f-sionil-joses-solidaridad-to-continue-operations
- 《The Manila Bullentin》 (2024. 12. 14). Manong Frankie, forever in our memory, https://mb.com.ph/2024/12/13/manong-frankie-forever-in-our-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