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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 공식 로고를 제작한 안드레아 베세라(Andrea Vecera)는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으로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하다가 아예 한국에 거주한 지 2년 정도 된 안드레아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잠시 한국을 방문한 통신원과 만났다.
< 안드레아가 디자인한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 로고 -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예술가로서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예술인을 만나 기쁘고 반갑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안드레아의 여러 디자인들은 저를 비롯한 이탈리아 동료들과, 한국의 옛 동료들에게 큰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야기가 아주 깁니다. 한국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 훨씬 이전부터 이상하게도 한국에 대한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뭐랄까 어떤 운명 같은 것이 나를 결국에는 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느낌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만났던 일을 계기로 사귀게 된 한국 친구, 동료, 회사 관계자 등과의 인연이 그 예감을 더 강하게 만들었죠. 그러다가 12년 전에 이탈리아 상공회의소(Camera di Commercio Italiana)에서 서울과 부산 등 몇몇 도시에서 열리는 디자인 관련 콘퍼런스에 저를 보내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었죠. 그렇게 한국에 처음 오게 된 이후로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기관 및 회사로부터 다양한 제안을 받아 한국에서 디자인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 완전히 한국으로 이사를 와 지금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콜로세움과 경복궁을 모티브로 한 주한이탈리아문화원 홍보 굿즈 - 출처: 안드레아 베세라(Andrea Vecera) 제공 >
한국의 갓을 쓴 단테를 형상화한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로고뿐만 아니라 로마의 콜로세움 실루엣과 겹쳐지는 경복궁 리플렛, 피사의 사탑 안에 남산타워를 형상화한 북마크 등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한 작품에 담아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디자인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요?
아이디어 자체는 간단한데요. 한국인과 이탈리아인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죠. 콜로세움 경복궁 리플릿과 피사의 사탑과 남산타워 북마크는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의 홍보 굿즈 시리즈로 제작됐습니다. 리플릿과 북마크 외에도 수첩에는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이자 현대 이탈리아어에 큰 영향을 미친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등장합니다. 다음 달에 베니스 카니발 가면과 한국의 전통 가면을 색칠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컬러링북과 토리노에서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의 스카이라인이 한국의 여러 기념 조형물들과 어우러진 어린이를 위한 퍼즐 같은 굿즈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한국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로고는 주한이탈리아문화원 굿즈를 보고 KOFICE 측에서 의뢰해 디자인하게 됐습니다. 콘셉트 회의에서 콜로세움과 경복궁을 모티브로 한 리플릿처럼 한국과 이탈리아가 동시에 드러나는 로고를 요청받았습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단순히 두 나라의 국기나 전통 건축물이 등장하는 로고가 아니라 무언가 더 의미 있고 독특한 것을 생각해 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갓을 쓴 단테가 로고의 중심이 됐습니다.
안드레아의 디자인에서 실루엣이 주로 등장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 고향인 토리노에서 유명한 국립시네마박물관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오래된 영화 기계들이 있는 그곳에서 빛과 그림자, 실루엣이 중요한 옛 영화와 연극 작품을 많이 접했습니다. 이 같은 옛 예술 작품들이 제 안에 마치 DNA처럼 자리 잡아 토리노 출신 예술인으로서 저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 됐습니다.
안드레아는 '서울'의 발음이 영혼, 정신을 뜻하는 '소울(Soul)'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적 본질을 디자인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보여준다. 앞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를 아우르는 그의 디자인 작품들을 양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 안드레아 베세라(Andrea Vecer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