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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브라질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의 야심작 <오징어 게임> 시즌 2, 그리고 지난 5일 브라질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차치한 <I'm Still Here(원제: Ainda Estou Aqui; 아인다 이스토 아끼)>다. 화제의 두 작품이 현재 스트리밍과 스크린 양계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먼저 <오징어 게임>은 '오징어'를 뜻하는 단어 '룰라'가 현직 대통령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현지 명칭은 <Round 6>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 2 개봉에 맞춰 전 세계에서 대대적인 이색 홍보를 펼쳤는데 이곳 브라질 상파울루도 그중 하나였다. 12월 공개에 맞춰 빌라로보 공원에 오징어 게임 대형 세트를 설치해 100만 헤알(약 2억 4천 원) 상금을 건 서바이벌 게임 이벤트를 펼쳤다. 시즌 1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한국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브라질에서는 '감자튀김 하나 둘 셋'으로 불린다)', 줄다리기 외에도 6km 달리기, 미로 찾기까지 모두 네 개의 게임이 치러졌다.
< 일간지 문화면에 소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2 - 출처: 'Estado de S.Paulo' >
< 상파울루 빌라로보 공원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2 홍보 영상을 찍고 있는 관계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공개되자마자 브라질 스트리밍 1위를 달성했으며 시즌 1도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작품이 세운 기념비적인 기록들, 한국 내 논란과 반응, 주요 배우 소개, 시즌 3에 대한 기대감 등 관련 기사와 인터넷 밈 등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내가 본 최고의 시리즈", "무궁화 게임에서 '멈춰!'라고 소리칠 줄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 "이번 시즌은 웃긴 장면이 더러 있어 조금 분위기를 깨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팬으로서 로맨스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색다른 면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눈물의 여왕>의 박성훈, <런 온>의 임시완,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규영 모두 빛난다.", "사람들의 사회적 차이를 이렇게 정확히 드러낸 작품은 많지 않다.", "트랜스젠더 인물을 고정관념이나 클리셰에 기반하지 않고 존중과 존엄성을 가지고 표현한 점에 매우 만족한다.", "그다지 환상적이거나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성공적인 시리즈임은 틀림없다." 등 긍정적인 후기 속에서 일부 팬들은 복선과 상징을 토론하고 다음 줄거리를 예상하며 시즌 3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오징어 게임> 모바일 게임 역시 미국에 이어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돼 현지의 높은 관심과 인기를 방증했다.
< 새해 첫 주 넷플릭스 순위. '오징어 게임' 두 시즌이 1위와 4위에 나란히 올랐다. 5위 역시 한국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다 - 출처: 넷플릭스 >
작품상이 거론됐던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날 브라질은 다른 이유로 축배를 들었다. <I'm Still Here>의 페르난다 토레스가 브라질 배우 최초로 영화‧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7일에 개봉한 이 작품은 제8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며 브라질 영화계의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기대했던 외국어 영화상은 아쉽게도 프랑스의 <Emilia Pérez>에 돌아갔다. 마르셀로 루벤스 파이바의 동명 실화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I'm Still Here>는 1971년 리우데나제이루 평화롭던 어느날 전직 하의의원 루벤스 파이바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갑자기 납치된 후 그의 아내 에우니시 파이바가 비극 속에 길을 잃지 않도록 가족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 새해 첫 주 상파울루 서점 논픽션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원작. 한편 소설 부문 6위를 차지한 한강의 '채식주의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독재 정치의 폭력을 그린 작품들이 보통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관계에서 인간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가족과 집이라는 친밀하고 작은 사회를 통해 인물의 삶 속에 관객을 잔잔히 이입시킨다. 특히 처절함과 분노에도 폭발하지 않고 담담하고 묵직하게 대응하는 에우니시 파이바 역의 페르난다 토레스 연기가 단연 인상적이다. 감독은 일부러 직접적인 고문 장면이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배제해 에우니시 파이바를 역사의 피해자로 표현하지 않았다. 폭력과 무자비에 미소와 친절로 저항하는 인간의 우아함은 관객을 설득시킨다.
일간지 《Folha》는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최근 과거를 돌아보게 하며 최악의 일들이 언제든 우리 사회에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잔혹했던 역사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작품과 소셜미디어에 표현된 반응들은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보호하는데 필수적이다. 민주주의 교육과 미디어 교육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독재정권 치하에 실종되거나 사망한 이들이 400명이 넘지만 이들의 사망 경위는 '알 수 없음'이나 '자살'로 명시돼 있다. 그들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희생자 가족들은 투쟁하고 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페르난다 토레스는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어머니 페르난다 몬테네그로에게 영광을 돌렸다. 25년 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어머니에게 같은 자리에 선 딸이 진심 어린 존경을 보인 그 순간은 시상식의 백미 중 하나였다. "이 상을 제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25년 전 바로 이곳에 계셨습니다. 이는 에우니시 파이바의 삶이 그러했듯 고난의 순간에도 예술은 우리 삶에 남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코미디 작품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국산 영화판에 오랜만에 대작이 나왔으니 극장가도 신이 났다. 11월 개봉 때부터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308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고 이번 주말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한 번 더 흥행의 불길을 지피고 있다. 수상 발표 후 관객수는 113% 증가했고 상영관도 187개에서 40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일부 영화관은 표가 매진됐다는 기사도 떴다.
물론 이 영화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곧 있을 오스카 후보 발표에 한껏 고무된 브라질 영화계를 보니 지난 몇 년간 문화산업의 중요성과 적극적 투자를 강조하던 현지 문화계 인사들이 떠오른다. 브라질 영화사에 골든글로브라는 영예 외에도 또 다른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뉴스 헤드라인에 소개된 브라질 첫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페르난다 토레스 - 출처: 'Globo' >
<오징어 게임> 시즌 2 그리고 <I'm Still Here>, 새해 시작과 함께 최고의 두 화제작을 같이 소개해 보았다. 세계가 기다렸던 한국 드라마라는 점, 브라질 영화사의 새로운 기록을 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시작이 좋은 만큼 양국의 여러 작품들이 널리 사랑받고 승승장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Folha de S.Paulo》 (2025. 1. 10). 'Ainda Estou Aqui' traz reflexão sobre mídias e educação para a democracia, https://www1.folha.uol.com.br/educacao/2025/01/ainda-estou-aqui-traz-reflexao-sobre-midias-e-educacao-para-a-democracia.shtml
- 《Folha de S.Paulo》 (2025. 1. 9). Número de salas de cinema exibindo 'Ainda Estou Aqui' dobra após Globo de Ouro,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5/01/numero-de-salas-de-cinema-exibindo-ainda-estou-aqui-dobra-apos-globo-de-ouro.shtml
- 《Globo》 (2025. 1. 6). Fernanda Torres vence no Globo de Ouro etraz prêmio inédito ao Brasil, https://gshow.globo.com/globoplay/noticia/fernanda-torres-vence-no-globo-de-ouro-e-traz-premio-inedito-ao-brasil.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