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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 노벨상 박물관 소장품 기부 행사
한강은 12월 6일 노벨상 박물관을 방문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애장품을 기증하는 전통을 따랐다. 한강은 노벨상 박물관에서 열린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찻잔을 기부했다. 그는 작품을 집필하며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자신의 일상이 담긴 찻잔을 기부한 것이다. 그는 메모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하는 동안 이 찻잔과 함께 했던 자신의 루틴을 소개하기도 했다.
12월 6일 - 기자회견
스웨덴 한림원 건물에서 한강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외국 기자 반, 한국 기자 반일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 기자들이 스톡홀름에 파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필 한강의 기자회견 전 계엄령이 선포돼 이미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한국 기자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한강은 "노벨주간 중 가장 힘든 일정이 바로 이 기자회견"이라고 이야기했고 "스톡홀름을 전에 방문했을 때는 스톡홀름을 잘 둘러보지 못해 이번엔 스톡홀름을 좀 더 즐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 기자회견 중인 한강 - 출처: 통신원 촬영 >
12월 7일 - 노벨 강연
기자회견이 열린 스웨덴 한림원 건물에서 다시 한번 한강의 노벨 강연 행사가 열렸다. 강연 제목은 '빛과 실'이었다. 한국어, 스웨덴어, 영어 강연 대본이 준비됐다. 첼로 연주가 끝난 후 한강이 강연장으로 입장해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스톡홀름에서 한국어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강연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한국인 청중들도 꽤 많았다.
< 강연 자료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쉬웠던 점은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 청중들은 강연자가 대본의 어느 부분을 낭독하고 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원래 노벨 문학상 강연에서 강연자들 대부분이 강연을 한다기보다는 자신이 모국어로 작성한 대본을 낭독하는 게 보통이긴 하다. 한국어를 모르는 청중들은 알아서 대본을 읽거나 그저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서 깊은 한림원의 건물에 스크린을 설치할 수 없어서 였을까 청중들에 대한 한림원 측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진행자들이 스웨덴어와 영어로 한강의 책 『흰』의 일부분을 낭독했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은 한강과 축하 인사를 나누거나 사인을 받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 강연 중인 한강 - 출처: 통신원 촬영>
강연 속에서 한강은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되짚어가며 자신이 던진 질문들을 소개했다. 한강은 강연 첫 부분에서 자신이 45년 전 아이일 때 쓴 사랑에 대한 시를 읊었는데, 결국 강연 막바지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시로 다시 돌아와 질문했다. 한강 작가는 "결국 내 모든 소설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물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12월 8일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생가 방문
한강은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달라가탄(Dalagatan) 46번지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1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2002년까지 거주하던 곳이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산적의 딸 로냐』, 『에밀은 사고뭉치』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강은 이날 린드그렌의 손자(Johan Palmberg)를 만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집을 방문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 그녀와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특히 큰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적 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사랑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생가에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들고 미소짓는 한강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nobelprize_org) >
12월 10일 - 노벨상 시상식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16세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노벨 연회가 이어졌고, 한강이 간단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시상식과 연회는 한국에서도 생중계돼 많은 국민들이 시청했으리라고 짐작해 긴 설명은 생략한다.
12월 11일 - 링케뷔(Rinkeby) 도서관 방문
한강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링케뷔(Rinkeby)의 도서관을 방문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링케뷔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다. 텐스타(Tensta) 지역의 학교 엔박스콜란(Enbacksskolan)과 링케뷔(Rinkeby) 지역의 학교 아스케뷔스콜란(Askebyskolan) 학생들은 한강 방문 전에 미리 음악, 시, 그림을 창작해 한강 앞에서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한강은 학생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카모마일 차와 함께 달콤한 바클라바를 간식으로 즐겼다. 한강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벨 주간 동안 가장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링케뷔(Rinkeby)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한강 - 출처: 'SVT' >
12월 12일 - 낭독회 및 대담
왕립극장에서 작품 일부를 낭독하고 스웨덴 번역가 및 문학 관계자들과 대담을 나누는 것으로 한강의 노벨 주간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한강 다음으로 스톡홀름을 방문해 스웨덴인 청중들과 만날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인스타그램 계정(@nobelprize_org), https://www.instagram.com/p/DDjkXl3tGLP/?img_index=1
- 《SVT》 (2024. 12. 12). Nobelpristagaren Han Kang besöker Rinkeby bibliotek, https://www.svt.se/nyheter/lokalt/stockholm/nobelpristagaren-han-kang-besoker-rinkeby-bibliot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