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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오스만 제국의 수도이자 현재 튀르키예의 4대 도시로 꼽히는 부르사(Bursa) 도심에 매우 독특한 매장 하나가 들어섰다. 매장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이곳에 오면 작은 한국을 보실 수 있습니다. 먹거리와 음료는 물론 귀여운 액세서리, 문구류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인기 한국 라면까지 모든 걸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라도 들르실 수 있도록 24시간 영업합니다."라고 홍보한다. 이곳은 다름 아닌 지난해 들어선 튀르키예 최초의 한국형 편의점이다. 한국 브랜드의 편의점과 구별하기 위해 이하 '한국형 편의점'이라고 한다.
편의점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점포로 기존의 마켓들과는 차별화를 둔 곳이다. 바쁜 출근 시간에도 빠르고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도 충전할 수 있어 젊은 세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경우 편의점은 1980년대 사회∙문화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 사회에서 편의점이 성장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1인∼2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의 취향에 편의점 제품들이 부응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마케팅으로 첫걸음을 시작한 한국과 비교하면 튀르키예에서 편의점은 40∼50년 정도 늦게 시작된 셈이다. 튀르키예에서 첫 번째 한국형 편의점이 개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궁금했다. '역사가 먼저 시작된 미국이나 유럽의 편의점 브랜드도 많은데 무슨 이유로 한국 편의점을 모델로 시작했을까', '그럼 점주는 한국인일까', '편의점에서는 어떤 제품들을 판매할까' 등 궁금한 점들이 많아 주소를 찾아서 바로 부르사(Bursa)까지 가보기로 했다.
< 튀르키예에서 처음으로 개점한 한국형 편의점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이 도착해 확인한 편의점 건물은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게 서 있는 한 동네 1층에 자리해 있었다. 한국 면적의 여덟 배에 이르는 튀르키예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하나밖에 없는 한국형 편의점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외관은 개점한 지 이제 1년 남짓 된 곳이라 깨끗했고 주변은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아파트 주변이 녹지대로 가꿔져 있어 주변 환경에 맞게 편의점 입구에서부터 작은 정원 분위기를 낸 것이 필자에게도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편의점'이라고 걸어 놓은 한글 LED 글자가 매우 반갑게 다가왔다. 한눈에 들어온 매장은 한국의 편의점과 분식점을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불닭볶음면 맵기 레벨 안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식탁과 의자도 1인 또는 2인 옆 테이블로 구성돼 방해를 받지 않고 식사할 수 있도록 따로 분리돼 있었다. 테이블을 지나 매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한국 편의점과 비슷한 구조로 진열대를 꾸며 놓았다. 진열대 위에는 한국인들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장, 된장, 참기름과 즉석 떡볶이와 한국 라면과 육개장도 판매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불닭볶음면들이 매운맛 단계별로 여러 가지 제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불닭볶음면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종류별로 매운맛의 정도가 얼마나 다른지 불 온도계 그림으로 표시를 해둔 것이 익살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편의점 한편에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바로 해동해 먹을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도 구비돼 있었다.
< 한국형 편의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불닭볶음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튀르키예에서 처음으로 개점한 한국형 편의점 소식과 더불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불닭볶음면을 원하는 때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기쁘기도 했지만 일단 의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첫 번째 이유는 불닭볶음면처럼 매운 음식이 튀르키예인들의 식탁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바로 조리해 먹는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인식이 튀르키예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도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신원의 생각을 엿듣기라도 한 것처럼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테이블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들어와서 불닭볶음면을 주문해 먹었고 그 옆에는 두 명의 대학생이 같은 메뉴를 맛보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불닭볶음면을 시식해 볼까 고민하던 어린 청소년들의 선택은 바로 짜장 불닭볶음면이었다.
현지인들이 각자의 입맛에 따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을 선택해 바로 그 자리에서 조리해 먹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불과 한 두 해 전까지만 해도 불닭볶음면, 육개장과 같은 제품은 온라인이나 원거리에 있는 한식당들이 있는 타 도시까지 가야 공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의점을 찾아 입맛에 맞는 제품을 편의점에서 바로 조리해 시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곳이 튀르키예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기까지 했다. 통신원은 튀르키예 첫 한국형 편의점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점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튀르키예에서 처음으로 '한국형 편의점'이라는 아이디어로 개점하셨는데요. 그 배경과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교 시절까지 거주했어요. 거주하는 동안 아시아 마켓을 자주 이용했는데 그때 K-푸드의 맛에 많이 끌렸죠. 지금은 아내와 함께 영어 교사를 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요.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K-푸드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먹고 갈 수 있는 식탁도 마련돼 있는 것을 보면서 아주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튀르키예에서도 기존 슈퍼마켓과는 다른 개념의 한국형 편의점을 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튀르키예에도 슈퍼마켓이 있는데요. 본인이 생각할 때 한국형 편의점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요?
일단 한국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하죠. 이곳 로컬 슈퍼마켓은 보통 저녁 9시면 문을 닫는데, 한국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어 고객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아요. 또한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방식을 고려할 때 고객들이 잠깐 들러 본인이 직접 제품을 선택하고 먹을 수 있는 안락한 공간도 마련돼 있어 좋습니다. 이 같은 점들이 기존의 현지 슈퍼마켓과 차별화된 거 같아요.
기존의 슈퍼마켓과 다른 한국형 편의점에 대한 튀르키예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또한 운영상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는 점과 편리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는 점이 고객의 입장에서 좋기는 한데요. 손님을 정성껏 대하는 튀르키예인들의 문화 때문에 웃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편의점에서는 먹거리 선택과 조리를 모두 고객들이 직접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손님만큼은 정성껏 대접해야 한다는 튀르키예인들의 기본 정서 때문에 일단 손님들이 먹거리를 선택하고 나면 조제하고 테이블까지 가져다드리는 일은 저희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편의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정착이 된다면 손님들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잘 이용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손님'을 대하는 문화 차이로 인해 편의점 직원이 튀르키예 손님의 음식을 조제해 주고 있는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제품 중에서도 불닭볶음면이 종류별로 있던데요. 주요 구매층과 반응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편의점을 찾는 주요 고객층이 아무래도 청소년과 대학생 등 젊은 세대 위주라서 불닭볶음면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이 매운데도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매운 걸 못 드시는 고객들은 분홍색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아주 좋아하십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시행착오와 시대 문화적인 변화를 거쳐 발전해 온 편의점이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튀르키예에서도 한국형 편의점으로 첫걸음을 시작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통신원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튀르키예 내 유일한 한국형 편의점이 앞으로는 튀르키예 전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