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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독서량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리브리스(Libris)에 따르면 실제로 2010년 이후 문예 창작 관련 도서의 출간량이 80% 증가했다. 동시에 글쓰기 강좌도 인기도 높아지고 있는데, 민속교육위원회(Folkbildningsrådet)에 따르면 2019년부터 작문 강좌의 연간 수강생 수는 315명에서 2023년 488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54%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꿈을 갖고 있는 가운데 저자가 도서 출판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직접 부담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출판사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이브리드 출판사는 편집, 마케팅, 판매를 제공함으로써 저자에게 도서 시장 진출을 약속한다. 그러나 많은 책 저자들이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보상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비판하고 있다.
< '라바(Lava)'를 통해 출판한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뵈르예 보예리에손(Börje Börjesson) - 출처: SVT >
지난봄 소설가로 데뷔한 뵈르예 보예리에손(Börje Börjesson)은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출판사 '라바(Lava)'에 7만 3,000SEK(약 926만 원)을 지불했다. 자신의 책이 오직 100부만 인쇄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해당 출판사가 자신의 책을 팔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영 방송사 SVT에서 인터뷰한 26명 중 4명만이 하이브리드 책 출판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으며, 이전에도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출판사에 최대 17만 5,000SEK(약 2,22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불하기도 했다. 작가협회(Författarförbundet)의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 중 소수만이 수익을 창출했으며, 작가협회의 이사(Susanne Steneros)는 "하이브리드 출판 모델은 작가들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대 하이브리드 출판사 중 하나인 '호이 퍼블리싱(Hoi Publishing)'의 CEO 라스 람베(Lars Rambe)는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에 대한 작가협회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수익을 내는 작가들이 많다. 우리는 토마스 에릭손(Thomas Erikson)의 책 『Surrounded by idiots』를 출판했다. 그는 수백만 크로나의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Surrounded by idiots』는 2014년 '호이 퍼블리싱'에서 출판됐다. 하지만 2020년대 스웨덴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의 타이틀은 4개뿐이었다. 언론사 SVT는 "하이브리드 출판사가 성장하고 있지만 도서 판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하이브리드 출판사에서 출판된 도서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거의 오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거의 리뷰되지도 않는다", "성공한 문학 작품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출판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작가들이 그들의 사업에 돈을 투자하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호이 퍼블리싱'이 인수한 회사 '엑스트룀&게레이(Ekström&Garay)'는 대출 회사 '렌도(Lendo)'와의 협력을 통해 작가들에게 대출을 받아 출판 자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큰돈을 지불하고 수익을 얻지 못한 작가들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더라도 출판사를 신고하기는 어려웠다. 출판사 '라바'와 하이브리드 출판을 진행한 익명의 한 작가는 해당 출판사를 비판하고 싶었지만 출판 계약서에는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 처음에 그는 "이 비밀 유지 조항이 나 자신에 대한 보호라고 이해했지만 계약 내용 자체를 기밀로 보호하는 조항이었다."라고 밝혔다. 작가협회에 따르면 도서 출판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기밀 유지가 포함되지만 '라바'가 내세운 기밀 유지 조항은 훨씬 더 광범위하며 벌금까지 포함돼 있다. '라바'가 제시한 비밀 유지 조항에는 "저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제3자와의 비즈니스 관계에 대해 언급하거나 당사자에게 불충실하게 행동하는 경우 최대 4만 SEK(약 507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작가연합(Författarförbundet)이 마지막으로 이전에 출판사에 경고장을 보낸 것은 2022년으로, 작가와 번역가에게 보상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도서 출판사 '모데르니스타(Modernista)'가 기소된 적이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최대 하이브리드 출판사에서 출판한 도서 수가 232권에서 854권으로 늘어났으며, 가장 큰 규모인 '라바'는 2019년 46권, 2023년 486권의 도서를 출간했다. 최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도서 출판사 '라바'가 속한 부케아 벌컨 그룹(Bookea Vulkan Group)은 2023년 매출 6,190만 SEK(약 78억 원), 수익 1,230만 SEK(약 15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 수익은 2022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가연합은 하이브리드 출판사 '라바'에 불공정한 계약 조건, 불합리한 기밀 유지 계약,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명확성 부족을 이유로 경고장을 보냈다. 작가연합 회장(Anja Gatu)은 "이러한 문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사람들에게 출판사 '라바'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경고를 보내기 전 '라바'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라바'의 CEO인 피터 노르만(Peter Norrman)은 언론사 《Dagens Nyheter(다겐스 뉘헤테르)》를 통해 "작가연합의 비판에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 유명 작가가 되거나 돈을 벌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언론 보도 이후 피터 노르만은 SvB(Svensk Bokhandel)와의 인터뷰에서 "비판을 받았던 비밀 유지 조항이 삭제됐다."고 밝혔으며 '라바'의 창립자(Michael Storåkers)도 '라바'가 속한 출판 그룹의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VT》 (2024. 10. 3). Läsandet minskar – men allt fler vill skriva, https://www.svt.se/kultur/allt-fler-vill-bli-forfattare-trots-att-farre-laser-bocker
- 《SVT》 (2024. 10. 3). Författarna erbjuds blancolån för att ge ut sina böcker: ”Skuldfälla”, https://www.svt.se/kultur/forfattarna-erbjuds-blancolan-for-att-ge-ut-sina-bocker-skuldfalla
- 《SVT》 (2024. 10. 3). Tystnadsklausulen hindrar författarna från att berätta: ”Känner mig dum”, https://www.svt.se/kultur/hybridforlagens-tystnadsklausul-hindrar-forfattarna-fran-att-beratta-kanner-mig-dum
- 《SVT》 (2024. 10. 21). Börje betalade 73 000 för sin bok – känner sig lurad: ”Bondfångeri”, https://www.svt.se/kultur/borje-betalade-73-000-for-sin-bok-kanner-sig-lurad-bondfangeri
- 《SVT》 (2024. 10. 21). Efter SVT:s granskning: Författarförbundet varnar för hybridförlaget Lava, https://www.svt.se/kultur/efter-svts-granskning-forfattarforbundet-varnar-for-hybridforlaget-lava
- 《SVT》 (2024. 11. 1). Michael Storåkers lämnar kritiserade bokförlagets styrelse, https://www.svt.se/kultur/michael-storakers-lamnar-kritiserade-bokforlagets-styrelse
- 《SVT》 (2024. 11. 1). Efter SVT:s granskning – Lava tar bort sekretessklausulen, https://www.svt.se/kultur/efter-svts-granskning-lava-tar-bort-sekretessklausu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