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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이 끄라통(Loy Krathong, ลอยกระทง)은 'ลอย(띄우다)'와 'กระทง(잎으로 만든 용기)'라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러이 끄라통은 태국의 유명한 축제 중 하나로 태국 음력 달력으로 매년 12월 15일이며 2024년에는 11월 15일이다. 러이 끄라통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공통으로 존재하는 믿음이 있다. 바로 끄라통을 띄워 강의 신에게 1년 동안 물에 대한 고마움과 물을 오염시킨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다. 러이 끄라통은 태국의 새해인 송끄란과 함께 태국의 중요한 축제 중 하나다. 특히 치앙마이는 란나의 전통을 이어받아 등불을 날리는 관습이 있어 더욱 유명하기도 하다.
끄라통은 강, 수로, 운하, 호수 등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띄울 수 있다. 끄라통은 바나나 잎과 꽃으로 장식한 뒤 중앙에 초와 향이 꽂아 만든다. 물 위에 띄워 보내기 전에 향과 초에 불을 붙인 뒤 소원을 빌고 물에 띄운다. 호수, 강, 운하 위에 불이 붙은 끄라통이 떠다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끄라통이 가져다주는 환경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끄라통은 자연분해가 되는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결국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가 된다. 방콕의 경우 환경부가 나서 행사가 끝난 후 당일 밤부터 새벽까지 끄라통을 수거한다. 하지만 물 위에 남은 잔해물은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제때 수거되지 못한 끄라통이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쓰레기의 일부가 된다. 수거된 끄라통도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기에 분리 과정을 거쳐 쓰레기가 된다. 작년 러이 끄라통 행사 직후 방콕에서 수거된 끄라통의 개수는 약 64만 개이며 이 끄라통을 분류해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따로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정부와 환경 단체는 러이 끄라통 축제가 가져오는 수질 및 쓰레기 문제 때문에 분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끄라통을 만들기를 권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종이, 플라스틱, 방수 폼 대신 비교적 자연 친화적인 재료인 옥수수 껍질, 얼음 등을 사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 옥수수 껍질로 만든 끄라통 - 출처: 통신원 촬영 >
많은 환경 단체가 러이 끄라통 기간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끄라통을 수로나 강에 띄우는 것을 지양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러이 끄라통 활동이 생겨났다. 바로 물 위에 띄우는 대신 디지털 형태로 끄라통을 띄우는 것이다. 러이 끄라통 홈페이지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색과 모양의 끄라통을 선택하고, 소원과 이름을 입력한 다음 띄울 수 있다. 실제 끄라통을 물 위에 띄우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방식인 만큼 접근성이 좋고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별도로 끄라통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니 더욱 편리하다. 이번 2024 러이 끄라통 행사에서는 디지털 끄라통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올해는 방콕의 4곳에서 디지털 러이 끄라통 행사를 개최한다. 먼저 파툼완 스카이 워크에서는 11월 14일부터 15일 이틀간 매핑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디지털 러이 끄라통 행사를 열었다.
< 파툼완 스카이워크에 나타난 디지털 끄라통 - 출처: 통신원 촬영 >
방콕 시청 앞에서는 이온(AEON) 디지털 러이 끄라통 행사가 11월 15일 열렸으며, 옹앙운하에서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공연과 함께 태국 예술가들이 참가한 프로젝션 매핑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관광객들은 자신만의 끄라통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는데, 해당 끄라통을 스캔에 운하 벽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러이 끄라통 행사가 진행됐다. 한편 산티팝 공원에서 진행된 랑남 러이 끄라통 디지털에서는 QR 코드를 스캔해 디지털 끄라통을 띄울 수 있었다. 위 네 곳 외 집에서도 디지털 끄라통을 띄울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너 방콕(Greener Bangkok) 웹사이트를 방문해 먼저 방콕 내 34개 공원 및 아이콘 시암 중 원하는 장소를 선택한다. 그 후 원하는 끄라통 스타일을 선택하고 꽃, 향초를 고른 뒤 본인의 소망과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끄라통을 선택한 장소에 디지털 형식으로 띄울 수 있다.
< 방콕 내 공원에 띄워진 디지털 끄라통 - 출처: 러이 끄라통(Loy Krathong) 홈페이지 >
방콕 시청은 이번 2024년 러이 끄라통 행사에서 약 51만 개의 끄라통이 수거됐으며 그중 천연재료로 만든 끄라통은 약 50만 개, 플라스틱 폼으로 만든 끄라통은 약 8,000개였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방콕 내 옹앙 운하에서만 참여할 수 있었던 디지털 끄라통의 경우 올해 4곳으로 참여 가능 장소가 늘어나면서 참여 인원이 약 5만 명으로 늘었다.
러이 끄라통 행사는 수코타이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를 가진 태국의 전통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매해 러이 끄라통이 끝난 후 쓰레기 처리 문제와 수질 오염을 마주해야 했다. 태국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끄라통은 환경 오염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면서 태국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전통문화를 결합은 수질 오염을 분명하게 줄이면서도 러이 끄라통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디지털 끄라통은 띄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거나, 끄라통을 구매하지 않아도 돼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는 방콕에서만 디지털 끄라통을 사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태국 곳곳에서 디지털 끄라통을 띄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러이 끄라통(Loy Krathong) 홈페이지, https://loykrathong.bangkok.go.th/#
- 《Thai PBS》 (2023. 11. 28). กทม.เก็บกระทงทั่วกรุงยอดรวมเกือบ6.4 แสนใบ กระทงโฟมลดลง, https://www.thaipbs.or.th/news/content/334353
- 《The Nation》 (2024. 11. 14). Eco-friendly Loy Krathong at 140 locations across Bangkok, https://www.nationthailand.com/blogs/life/art-culture/40043283
- 《กรุงเทพธุรกิจ》 (2024. 11. 16). เปิดยอดจัดเก็บกระทง67 ลดลง 20% คนไทย ลอยกระทงธรรมชาติ 98.39% มากกว่าลอยโฟม, https://www.bangkokbiznews.com/news/news-update/1153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