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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제일 필요한 게 아닐까요?" 천장에 매달은 커다란 종이를 가득 채운 '사랑'이란 글씨를 보고 작가에게 질문을 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흔들리는 종이가 마치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게 이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 한국 서예가 김도임(42)의 단독 전시회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됐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한국 서예가 김도임(42)의 단독 전시회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웨어하우스에서 개최됐다. UAE 최초의 한국 작가 서예전이란 의의를 갖는 이번 전시회는 중동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한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류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와 같은 현대 대중문화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의 한류는 서예, 무용과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로 확대되며 많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적 서예에서 벗어나 한국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통신원이 방문한 두바이 전시회에서는 많은 현지인들이 이미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현수막처럼 커다란 종이들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사랑'이라는 글자가 빼곡하게 채워진 종이는 바람에 흔들렸다.
< 종이는 빼곡하게 '사랑'이라는 글자가 채워진 채 바람에 흔들렸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서예'하면 상상되는 전통 한지에 먹을 갈아 한자를 쓰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서 신기했다. 글귀를 쓴 종이의 크기도 제각각이고, 액자에 담겨 있는 글귀는 마치 글씨가 아닌 그림처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서예가 아닌 현대적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 전시회에 가깝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전시회를 개최한 김도임 작가는 "(준비하면서) 아랍에미리트 자연을 많이 생각했다. 태양이 뜨겁고 모래바람이 부는 그런 색깔을 작품에 넣었다."면서 "서예로 표현한 글과 시가 전부 따뜻한 내용이다.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고 따뜻하게 다가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과 사람이란 키워드에 맞춰 이를 표현하려 했다. 요새 중동 정세가 많이 힘든데 이럴 때일수록 사람과 사랑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그러면 충분해'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UAE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사람들이 따뜻하게 너무 잘 환대해 줘서 고마웠다."면서 "이곳에 오기 전에 UAE 한국문화원에서 서예 시범 강좌를 했는데 중동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오픈돼 있어 놀랐다. 한국문화에도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더라."고 평했다.
< 전시회를 찾은 한 외국인이 서예 작품을 물끄러미 감상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많은 현지인들과 한국 교민들도 해당 전시회를 찾아 한국의 서예를 감상하면서 문화가 전하는 기쁨을 누렸다. 두바이 현지인인 마리암 씨는 "중동에도 아랍어를 활용한 캘리그래피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어서 매우 익숙하다."며 "(나는) 비록 한국어를 읽지 못하지만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예쁜 그림은 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두바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배현빈 씨는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지쳤는데 두바이에서 한국인이 주최하는 전시회 자체가 드물다 보니 더 각별한 것 같다."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감성도 충전된다. 내일도 또 올 것이다."라 말하며 웃었다.
< '우린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반복되며 종이를 채우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 개인적으로는 '우린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반복되며 종이를 채운 작품이 와닿았다. 한국을 벗어나 멀리 떨어진 중동 한가운데 터전을 잡고 어떻게든 애를 쓰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투영돼서였을까.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이란 것이 이런 걸 뜻하는 것일 테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