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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3일, 리버사이드의 로마린다대학교 강당에서 초연된 후 해를 거듭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무대예술인 그룹 시선(대표 클라라 신)의 뮤지컬 <도산>이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벨극장에서 시즌 4로 돌아온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뮤지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추정화 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국에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려온 추정화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 <도산>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대해 알아보았다.
< 뮤지컬 '도산' 연습 현장에서 만난 추정화 감독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추정화입니다. 한국에서 <명성황후>를 비롯한 여러 연극에 배우로 출연한 후 연출자로 활동한 지 10여 년이 됐습니다. 주로 창작극을 제작해 무대에 올려왔고 이번에 뮤지컬 <도산>의 총연출을 맡게 되었습니다. LA에는 지난 7월에 왔어요. 그때 거의 한 달 동안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고 작품 수정 작업을 한 다음에 한국에 돌아갔다가 9월 중순에 다시 왔습니다. 지금이 10월 말이니 약 한 달 반이 됐네요.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과정은요?
지난 시즌 뮤지컬 <도산>에서 안창호 선생님 역할을 했던 배우 백승렬이 "좋은 작품이 있으니 연출을 맡아보면 좋겠다."면서 제게 연출을 제안했습니다. 마침 서울을 방문 중이던 작곡가 조셉 윤 선생님과 클라라 신 대표님을 만나게 돼 이야기를 나눈 후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죠.
연출을 수락할 만큼 뮤지컬 <도산>에 매료됐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작곡가님의 음악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죠. 또한 한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준비 중인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열정을 지켜보며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감독 활동을 하시던 분이 LA 한인 커뮤니티의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 연출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한국에서 바라본 LA는 국제적인 도시인 만큼 모든 것에 있어 한참 앞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LA라는 도시 전체와 LA의 한인 커뮤니티에는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특히 공연의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느낌이었어요. 한국의 경우, 작품 하나를 하더라도 오디션을 통해 배역이 정해지는 반면 한인 사회에서는 몇몇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순수 아마추어 분들로만 출연진이 구성돼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이 아마추어 배우들이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열정과 진지함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그리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서로 도우며 상향 평준화를 이뤘어요. 이분들의 뜨거운 열정이야말로 앞으로 한인 사회에서 공연 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날 만한 비전의 원천임을 느꼈습니다. 무대, 관객, 재정 지원 등 모든 것이 한국 규모에는 못 따라가지만 배우와 제작진의 열정이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공연됐던 뮤지컬 <도산>을 보신 느낌은요?
네, 영상 자료로 봤습니다. 정말 많이 준비했고 수고도 많이 했음을 엿볼 수 있었어요. 처음 뮤지컬을 만든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훌륭했어요. 하지만 그런 반면에 아쉬움도 많이 발견되더라고요. 전문 연출가의 세심한 연출이 결여되다 보니 준비했던 것만큼 실제 무대 위에서 전달되지 않더군요. 그동안 뮤지컬 <도산>은 민족정신과 애국정신을 고취시켰다는 점 하나 때문에라도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았지만 지나치게 독립운동이라는 역사 교육에 치중돼 있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비판도 있었거든요.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전체적인 줄거리는 변함이 없지만 기존의 작품 구성에서 몇몇 장면을 보강하고 극의 흐름을 스피디하게 전개했고요. 작품이 보다 탄탄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약간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던 프롤로그 부분을 채웠고요. 각 장면들이 연결되는 부분을 보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넘기게 바꾸었습니다. 특히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의 독립운동가들은 워낙 존재감이 큰 분들이라서 좀 더 생동감 있게 이분들을 묘사한 장면을 새로 만들어 넣어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또한 김병진 안무감독은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모두 연출할 만큼 완성도를 높여줬어요. 특이한 점이라면 한인 이민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오는 장면인데요. 신세계를 접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백인 여성 배역을 맡은 분들은 모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게 했습니다. 무대에서의 동선을 비롯한 디테일한 부분에서 큰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노래도 몇 곡 들어갔고, 몇몇 새로운 장면도 삽입됐어요. 그래서 예전에 보셨던 분들도 "내가 봤던 작품 맞아?"라고 생각하시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산이라는 인물의 내러티브에는 어떤 차이가 생겼나요?
이번 연출 작품은 도산의 과거 그리고 독립운동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것으로 전개될 예정이에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다시 공부했답니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중에서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는 그들의 삶이나 에피소드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연출 맡았을 때만 해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먼저 개인적으로 도산 선생님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습니다. 너무 인간적인 미가 넘치는 멋있는 분이시더라고요. 그런 연구의 시간을 작품 해석에 녹여냈기 때문에 이전 시즌에 관람하셨던 관객들도 이번 작품을 보시면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백인태 씨는 어떻게 캐스팅하셨나요?
클라라 신 대표님이 서울에서 저를 만났을 때 뉴페이스의 도산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도산> 노래가 많이 어렵거든요. 거기다가 목소리 컬러가 좀 화려한 테너여야 할 것 같았어요. 그때 제게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라포엠의 백인태 씨가 떠올랐어요. 백인태 씨의 목소리라면 도산을 충분히 소화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백인태 씨도 일정이 너무 바쁜 분인데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이야기에 큰 의미를 두고 기꺼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도산>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가 있다면?
이 작품이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에 큰 의미를 주고 있지만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 글로벌 무대로 진출한다면 이 작품의 설계와 구성 역시 더욱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LA 공연을 통해 뮤지컬 <도산>의 가치가 확실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뮤지컬 '도산' 리허설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뮤지컬 <도산> 공연은 11월 19일과 20일, 이벨극장에서 이틀간 열리며 도산 안창호 역에는 라포엠의 백인태가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작곡가 조셉 윤의 음악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이야기를 담아 관객들에게 한국 역사와 독립운동 정신을 전하는 의미 깊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