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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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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로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한국 영화 러시

  • [등록일] 2024-10-31
  • [조회]1047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는 2024년 자카르타 필름 위크(Jakarta Film Week 2024)가 열렸다. 자카르타 필름 위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침체됐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광창조경제부 주최로 2021년 시작돼 올해로 4회차를 맞았다.

 

개막식은 언제나처럼 자카르타 시내 그랜드 인도네시아몰 6층 소재 현지 상영관산업 2위 기업인 CGV 시네마스(CGV Cinemas)의 플래그쉽 영화관에서 열렸다. 올해의 개막식 상영작은 인도네시아의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Sampai Jumpa, Selamat Tinggal)>이 선정됐고, 27일(일) 폐막식에서는 베트남 영화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Don’t Cry, Butterfly)가 상영됐다.

 


< 2024년 자카르타 필름 위크 로고 – 출처: 자카르타 필름 위크 홈페이지 >

 

이번 영화제에 세계 영화 공식 선정 작품으로 출품된 한국 영화는 <파묘(Exhuma)>와 <6시간 뒤에 너는 죽는다(You Will Die in 6Hours)> 두 편이다. 2024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는 여러 건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연초에 B급 배우들의 호러 코미디 영화 <조금 달라(Agak Laen)>가 거의 천만 관객에 근접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 9월까지 로컬 영화 누적 관람객이 6,000만 명을 돌파한 것(2022년 연간 5,500만 명이 최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 <피나: 이레가 지나기 전(Vina: Sebelum 7 Hari)>의 흥행으로 8년 전 살인사건이 재조명돼 7명이 무기징역을 받은 재판 결과가 뒤집힌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파묘>가 평소 한국 영화의 일반적인 현지 흥행 최대치였던 20여만 명의 10배에 달하는 260만 명 관객을 들이면서 크게 선전한 것 역시 올해 가장 센세이셔널한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수입 영화 중 인도네시아에서 이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설립 후 30여년 간 한국 영화를 단 한 편도 걸지 않았던 현지 상영관산업 1위 업체 시네마 21(Cinema XXI)이 2023년 <귀공자>를 시작으로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 영화 세 편을 연이어 상영한 것은 당시 일시적으로 변변한 다른 수입 영화가 없던 상황과 시네마 21의 변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2024년 초 <파묘>의 폭발적 흥행은 한국 영화에 대한 인도네시아 영화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파묘>는 올해 시네마 21에 걸린 첫 한국 영화였고 그 파격적인 현지 흥행을 직접 경험하면서 시네마 21은 더 이상 한국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 후 올해 10월까지 <범죄도시 4>,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하이재킹>, <파일럿>, <타로>, <빅토리>, <행복의 나라>, <베테랑 2>, <리볼버>, <대도시의 사랑법> 등 총 11편의 한국 영화가 시네마 21에 걸렸다.

 

시네마 21은 CGV의 수입 배급사인 CBI 픽쳐스, <파묘>를 배급했던 싱가포르의 한국 영화 수입 배급사 퍼플 플랜(Purple Plan) 등이 수입하는 한국 영화를 모두 받아 상영하지는 않고 그중 일부를 선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3편에서 올해 10월까지 12편으로 증가한 한국 영화 상영 건수는 충분히 획기적이며 이는 <파묘>의 흥행에 크게 작용했다. 시네마 21의 자체 영화 수입 배급사인 오메가 픽쳐스(Omega Pictures)가 오랜 불문율을 깨고 직접 한국 영화를 수입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여운이 짙게 남은 영화 <파묘>의 위력을 증명하듯 자카르타 필름 위크에 초청받아 온 한국 영화인들 중 <파묘>를 제작한 김영민 PD가 현지 영화 관계자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그는 다수의 세미나와 토크쇼에 출연해 <파묘>의 제작 후기를 나누며 여러 영화 제작사들의 차기작 공동제작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2024년 자카르타 필름 위크 - 출처: 통신원 촬영 >

 

10월 25 14시부터 중부 자카르타 찌키니 머큐어 호텔(Hotel Cikini Mercure) 1층의 세미나실에서 <파묘>를 찍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는지에 대해 소개한 김영민 PD에게 이 영화가 내포한 역사적 문제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는지영화 촬영 중 변경할 수 없었던 테마나 절차가 있었는지, <파묘제작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든 것은 어느 부분인지촬영 기간 중 실제 귀신을 보는 것 같은 영적인 체험을 했는지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김영민 PD는 오히려 인도네시아인들이 생각하는 성공 요소를 되물었다. 이에 현지 영화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호러 스토리에 대한 선호도와 호기심을 언급했는데 그보다 더 큰 이유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을 통해 많은 현지 팬들을 확보한 배우 이도현의 출연그리고 <파묘>를 보고 감명받은 네티즌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해당 내용과 후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앞다퉈 관람 인증을 했던 사실을 꼽았다.

 

그 자리에 참석한 또 다른 청중은 시나리오 속에 깊이 녹아든 샤머니즘 등 한국문화귀신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을 풀어나간 전개한 번 놀래키고 마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 방식이 아니라 밀도 있는 스토리로 긴장감을 고양시켜 간 점 등을 <파묘>의 성공 요소로 언급했다.


좀 더 크게 보면 <파묘개봉 당시 할리우드 파업으로 현지 극장에 내로라할 만한 다른 경쟁작들이 없었던 점시네마 21이 자신이 가진 전국 1,300여 스크린들 중 상당수를 이 영화에 배정한 점그리고 싱가포르 퍼플 플랜의 인도네시아 파트너인 시네폴리스(Cinepolis) 체인의 피트 픽쳐스(FEAT Pictures)가 당시 한국에서도 한창 화제였던 관객 증가 상황을 현지 마케팅에 영리하고도 시의적절하게 사용한 점 등이 산업적 측면에서의 <파묘성공 요인이다.

 

자카르타 필름 위크에 이어 10월 31일부터 11월 3까지 제15회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KIFF 2024)가 열린다자카르타반둥빨렘방 등 세 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 영화제에는 상업 영화는 물론 뮤지컬인디 영화 등 한국 영화 14편과 <>의 리메이크작 <The Annoying Brother>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영화 다섯 편을 상영하는데 여기에 <파묘>도 포함된영화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올해는 인도네시아 역시 이견의 여지없이 <파묘>의 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자카르타 영화 주간(Jakarta Film Week) 홈페이지, https://jakartafilmweek.com/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배동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 약력 : PT. WALALINDO 이사, 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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