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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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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부다페스트 쓰레기 문화

  • [등록일] 2024-10-21
  • [조회]1140
 

한 개인이 자신이 속했던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문화권으로 이주할 때 흔히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먹고, 자, 입고, 생각하는 방식 등 일상생활의 문화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며 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서 이러한 충격은 완화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통신원은 부다페스트에서 3년 넘게 거주하면서 쓰레기 문화를 볼 때마다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단순한 문화 차이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각적 충격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마치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부다페스트 시내 곳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가 흉물스러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거리에는 악취가 퍼지고 부랑자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모습은 도시 전역에 만연해 있다.

 

부다페스트시는 2024년 부다페스트 6구역 '롬털란니타쉬(lomtalanítás) 날'을 10 18일과 19일로 정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위 사진은 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부다페스트 시내 중심부 6구역의 모습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에서는 매년 특정일에 대형 폐기물을 포함해 일상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집 앞에 내놓는 '롬털란니타쉬(lomtalanítás) 날'을 가진다.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롬털란니타쉬'의 본래 목적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품을 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놓아 재활용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취지에 있다. 동시에 유네스코 문화도시인 부다페스트는 이날을 통해 별도의 대형 쓰레기 처리소를 두지 않고 일 년에 한 번 시내 곳곳의 쓰레기를 일괄 처리한다.

 

그러나 나눔의 취지로 시작된 '롬털란니타쉬(lomtalanítás) 날'은 오히려 부다페스트를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재활용 가능한 물품뿐만 아니라 각종 오물, 건축 폐기물, 생활 및 음식물 쓰레기까지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어 집 앞에 내놓는다. 부랑자와 극빈층들은 이날을 기회로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중고 시장이나 빈티지 마켓에 팔 만한 물건들을 찾는다. 그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들이 뒤지고 있는 쓰레기 더미에 관심을 보이는 행인들에게 마치 고물상의 주인인 듯 흥정을 걸어 가격을 요구하며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혹은 망치로 가구와 보일러 등을 부숴 금속류만 수거하는 위험한 광경도 벌어진다We Love Budapest(위 러브 부다페스트)》에 따르면 이들이 '롬털란니타쉬 날' 동안 얻는 수익은 한 달 최저 임금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선의의 나눔 정신은 사라지고 '롬털란니타쉬'는 혼란과 위험이 뒤섞인 날로 변질되고 말았다.

 

물론 '롬털란니타쉬(lomtalanítás) 날'은 대형 폐기물 배출이 제한적인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유일하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통신원이 처음 부다페스트에 왔을 때 쓰레기 배출은 큰 고민거리였다. 쓰레기 종량제가 엄격하게 시행됐던 서울과는 달리 부다페스트에는 별도의 쓰레기 처리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시내 건물에 배치된 쓰레기통 - 출처: 통신원 촬영 >

 

부다페스트 시내 건물에는 작은 쓰레기통들이 몇 개씩 배치돼 있다. 이는 건물 내부의 안뜰이나 출입구, 또는 외부에 놓이기도 한다. 색깔별로 나뉜 쓰레기통에 종이, 플라스틱, 일반 쓰레기로 분리수거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사항일 뿐 정부에서 정한 규칙은 없다. 일반 쓰레기는 분리할 수 있었지만 대형 폐기물 처리는 큰 문제였다. 여러 곳에 문의하고 현지인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같았다. "일 년에 하루, 어떤 쓰레기든 집 앞에 내놓을 수 있는 날이 있으니 그날을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에 익숙해진 통신원은 부다페스트에서도 이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종이와 플라스틱을 제외하면 별도의 분리수거 시설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다동시에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를 한곳에 버려야 하는 현실은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지난해 부다페스트 인권영화제에서 만난 몬테네그로 출신 영화제작자 마테야 라이코비치(Mateja Raickovic)도 "동유럽 전역이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도 쓰레기 용역업체가 분리된 쓰레기를 한데 모아 처리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야경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 등 찬사 속의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외관 뒤에 쓰레기 문제를 안고 있다기후 위기에 직면한 지금부다페스트의 쓰레기 문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도시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이를 위해 정부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절실하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Terézváros ittlakunk.hu》 (2024. 9. 17). Megvan az időpont, ekkor lesz az idei lomtalanítás, https://6.kerulet.ittlakunk.hu/utcak-terek/240917/megvan-az-idopont-ekkor-lesz-az-idei-lomtalanitas#google_vignette

We Love Budapest (2015. 4. 17). Of Trashand Treasure: “Lomtalanítás” reveals many Budapest lives, https://welovebudapest.com/en/article/2015/04/07/of-trash-and-treasure-lomtalanitas-reveals-many-budapest-lives/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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