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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 수아레즈 프림케스(Magdalena Suarez Frimkess)의 첫 뮤지엄 전시회, '최상의 무관심(The Finest Disregard)'이 지난 8월 18일부터 시작돼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의 레즈닉 파빌리온(Resnick Pavilion)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LA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s; MOCA)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전 LA 카운티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던 호세 루이스 블론데트(José Luis Blondet)가 기획했으며 2025년 1월 5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독특한 예술적 감성과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림케스는 1929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노동자 계층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예술가다. 프림케스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칠레의 산티아고, 그리고 미국의 뉴욕에서 회화, 판화, 조각을 공부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베니스로 이주해 도예가인 마이클 프림케스(Michael Frimkess)를 만나 결혼했고, 두 사람은 예술적 파트너십을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마이클이 완벽한 도자기의 형태를 만들면, 막달레나는 그 위에 대담하고 직관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작품이 완성됐다. 예술적 파트너십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커플의 협업은 기능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을 탄생시켰으며, 특히 프림케스의 그림은 남편의 완벽한 형태의 도자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막달레나 수아레즈 프림케스의 전시회, '최상의 무관심(The Finest Disregard)'을 찾은 방문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프림케스의 작품은 캘리포니아 도예 전통과 연결되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발전한 캘리포니아 도예 전통은 주로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도예 기법을 강조하며 피터 불코스(Peter Voulkos) 같은 예술가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도예를 순수미술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형태와 질감, 대담한 표현을 탐구했다.
프림케스의 작품도 이러한 실험성과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준다. 그는 도자기에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이미지와 대중문화 요소를 결합해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캘리포니아 도예 전통과 결을 같이 한다.
< 톰과 제리의 톰을 모티브로 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프림케스는 예술사 책, 대중문화, 만화, 애니메이션, 일상적인 유머, 자서전적 요소 등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낸다. 1970년대 후반 프림케스는 뽀빠이, 도널드 덕,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베티 붑, 펠릭스 고양이, 포키 피그 같은 만화 캐릭터를 모티브로 매력적인 도자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도자기 표면에 그려 넣으며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일부러 완벽한 마무리를 하지 않아 인형들은 다소 엉성해 보이지만 이러한 외관은 예술가의 유머 감각을 반영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경험이 담겨 있어 자서전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작품에 깊이와 감성을 더해주고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ART In America(아트 인 아메리카)》의 기고가인 폴 해리스(Paul Harris)는 1952년 프림케스를 가리켜 "칠레에서 가장 대담한 조각가"라고 묘사했다. 그럼에도 프림케스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의 주류 예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젊은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갤러리와 전시회에서 소개되면서 현대 미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았다.
특히 2015년 손목 골절 사고 이후에는 손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연습했고, 사고 이후에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재활 시절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서 썼던 종이도 전시돼 있는데 프림케스의 이러한 끈기와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프림케스의 작품은 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활기차고 실험적이다. 9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자기와 그림,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삶의 유머와 깊이, 그리고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창의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탐험하면서 프림케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하지만 프림케스의 주된 분야는 도자기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LA 카운티 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캘리포니아 도예 전통과 프림케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그의 도자기, 회화, 드로잉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적 경력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들며 특히 현대 미술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 마치 민화의 오브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프림케스의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프림케스의 도자기가 한국문화와도 유사한 정서를 지닌다는 것이다. 투박하면서도 해학적인 그의 도자기 작품들은 민화 속 호랑이나 새와 같은 이미지들을 연상시키며 자유로운 표현과 유머를 통해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선사한다. 만약 프림케스가 한국 도예 작가들과 협업한다면 이는 두 문화권의 예술적 교류를 촉진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