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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가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에 따르면 2023년 인도네시아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모두 34만 7,185명이었다. 이는 2022년보다 284% 늘어난 수치로 인도네시아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8위다. 아무래도 발리를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카르타로 입국하는 한국 관광객들도 결코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Statistics Indonesi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카르타를 방문한 외국인 중 한국인은 4.29%로 전체 조사국 중 5위에 해당한다.
자카르타에도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그중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인기 있는 명소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각종 기록물, 근현대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10만 점 넘는 소장품들을 자랑하며 현지 헤리티지재단 해설사들이 한국어 해설 서비스도 제공해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2023년에는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을 방문해 문화유산 보존기술 노하우를 전달하기도 했다.
1868년 개관한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역사적으로 1778년 설립된 네덜란드 학술단체 바타비아 예술과학협회(Bataviaasch Genootschap van Kunsten en Wetenschappen)가 연구 및 수집한 유물들을 전시하면서 태동했다. 그러다가 해당 협회 수집품이 점차 늘어나 기존 공간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네덜란드 식민지 정부가 1862년 유물 보관 및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박물관을 건설해 마침내 1868년 개관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거둥 가자(Gedung Gajah)' 또는 '뮤지엄 가자(Museum Gajah)'라고 불린다. '가자(Gajah)'란 코끼리를 뜻하는 인도네시아어로 국립박물관 본관 앞에 코끼리 동상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시민들에게는 '코끼리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더욱 친숙하다. 이 코끼리 동상은 샴왕국의 쭐랄롱꼰 대왕(라마 5세)이 1871년 선물한 것으로 그 자체가 유물이다. '인도네시아 문화연구소(Indonesian Cultural Institute)', '센트럴 뮤지엄(Central Museum)'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다가 1979년 5월 28일 교육문화부 장관령 092/0/1979호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이라는 현재의 이름이 확정됐다.
< 쭐랄롱꼰 대왕이 선물한 코끼리 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총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A동 건물은 앞서 언급했던 코끼리 동상이 있는 건물로 '거둥 가자'라 불린다. A동 전시관은 한 개의 층으로 돼 있고 각종 선사시대 유물과 생활 유물은 물론 자바, 수마트라 지역의 힌두-불교 시대 유물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동 주요 전시품인 9세기 가네샤(Ganesha) 상은 중부자바의 힌두문화를 보여준다. 9세기 가네샤 상은 힌두-불교 사원인 바논 사원(Banon Temple)에서 발견된 석상이다. 지혜와 번영의 힌두신 가네샤는 흔히 코끼리 머리와 여러 개의 팔 그리고 각종 힌두 상징물을 들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가네샤 상 역시 같은 특징을 보인다. A동 중정에는 각종 유물과 석상이 각각 멀찍이 거리를 두고 전시돼 마치 잘 꾸며진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 (좌)9세기 가네샤 상, (우)A동 전시관 중정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1996년 착공해 2007년 개관한 B동 건물은 흔히 '거둥 아르짜(Gedung Arca)' 즉 조각상 건물이라 불린다. B동은 총 7층 건물로 4개 층이 상설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1층은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한 인간&환경관(Manusia&lingkungan)으로 석기시대 유적과 유물 등 선사시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2층은 과학기술&경제관(Iptek&Ekonomi)이다. 이곳에 전시된 지구본, 지도, 대포, 선박 등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중·근대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기스족과 마카사르족이 즐겨 타는 쾌속 범선인 삐니시(Pinisi) 모형은 14세기 루우 왕국(Luwu Kingdom)의 사웨리가딩(Sawerigading) 왕자가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사웨리가딩 왕자는 그 삐니시 범선을 타고 중국으로 넘어가 위 쿠다이(We Cudai) 공주에게 청혼했다.
3층은 사회&주거관(Sosial&Pemukiman)이다.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생활 유물은 물론,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Batik), 제의, 제사 도구, 예술품 등 생활과 문화 전반에 걸친 각종 유물을 전시한다. 3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파세마 코끼리 상(Gajah Pasemah Statue)이다. 남수마트라 파세마 지역에서 발굴된 파세마 코끼리 상은 기원전 1,500년에서 2,500년경 작품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바위를 매우 정교하게 조각한 파세마 코끼리 상은 화려하게 치장한 남성이 코끼리의 출산을 돕는 장면을 묘사했다. 해당 지역에서 출토된 거석 유물들은 입에 담는 모든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능력을 갖게 된 시 파힛 리다(Si Pahit Lidah)라는 인물이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이나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돌로 만들었다는 이 지역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 파세마 코끼리 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4층 도자기관(Kerami)에서는 족자카르타와 수라바야 지역에서 출토된 마타람 왕국(Mataram Kingdom) 왕실 장신구, 제사 도구, 금화 등 다양한 유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함께 전시된 중국, 일본의 진귀한 도자기와 보물들은 고대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벌어지던 국제 교역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속마음을 엿보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인도네시아의 현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기타 공간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중세 이전, 고대 인도네시아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이 거의 유일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인도네시아 통계청 홈페이지, https://www.bps.go.id/en
-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https://www.museumnasional.or.id/
- 원더풀 인도네시아(Wonderful Indonesia) 홈페이지, https://www.indonesia.travel/
- 익스플로러 순다(Explore Sunda) 홈페이지, https://www.exploresunda.com/
- 《ArchDaily》 (2012. 3. 20). Museum Nasional Indonesia / Aboday, https://www.archdaily.com/217651/museum-nasional-indonesia-ab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