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집트 배우는 오마 샤리프일 것이다. 그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로 1960년대 우상으로 군림했던 스타 배우였다. 샤리프가 활동하던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이집트는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 유세프 샤힌과 같은 감독들이 사회적 현실주의를 반영한 작품을 제작하며 연간 100편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가말 압델 나세르(Gamal Abdel Nasser)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책 아래 미디어는 국가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됐다. 이 시기에는 영화가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됐고, 검열 또한 강화됐다. 이로 인해 이집트 영화는 주로 코미디 장르나 친정부 성향의 영화가 주를 이루게 됐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과 국제 경쟁 심화로 인해 이집트 영화 산업은 침체기를 겪었고,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외국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집트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점차 부각됐다.

이집트의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이집트가 겪고 있는 고유한 사회적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들의 고민을 담아내며 국제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4년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세 작품을 통해 이집트 영화의 현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1. <The Brink of Dreams(Rafaat einy ll sama)>

<The Brink of Dreams>는 2024년 칸영화제에서 골든아이상(L'Œil d'or)을 수상한 다큐멘터리로, 이집트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이집트 상부(Upper Egypt)의 보수적인 콥트교 마을에서 소녀들이 결성한 거리 연극단의 이야기를 다뤘다. 보수적인 마을의 여성 연극 단원들은 조혼, 가정 폭력, 여성 교육의 인식 부재 문제를 주제로 공연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마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감독 나다 리야드와 아이만 엘 아미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4년에 걸쳐 촬영하며 이집트 사회의 변화와 여성들의 도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 영화 'The Brink of Dreams' 포스터 - 출처: IMDb/FELUCCA FILMS/DULAC DISTRIBUTION >

2. <Aisha Can't Fly Away Anymore>

'Aisha Can’t Fly Away'는 26세 소말리아 출신 간병인 아이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집트의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직면한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아이샤가 갱스터들에 연루되어 환자들의 돈을 훔치도록 강요받으며,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삶이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며, 파이널 컷에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복잡한 환경 속에서 강렬하고 진실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 주인공 아이샤의 모습 - 출처: 'Vogue Arabia'/Bonanza Films >

3. <My Father's Scent>

<My Father's Scent>는 2024년 베니스영화제 파이널 컷에 선정된 작품으로, 가족 내 갈등과 세대 간의 단절을 섬세하게 다뤘다. 감독 무함마드 시암은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아들이 병든 아버지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감정적 충돌과 숨겨진 비밀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는 이집트 사회의 가족 내 갈등을 중심으로 한 세대 간의 차이를 진솔하게 표현하며 베니스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 영화 'My Father's Scent' 속 한 장면 - 출처: 'Cairo Scene'/Film Clinic >

위 세 작품은 이집트 영화가 여전히 국제적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과 제작 환경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현실을 진실하게 반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들의 예술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앞으로도 이집트 영화산업의 재도약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