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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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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염쟁이 유씨>로 시드니를 찾은 배우 유순웅

  • [등록일] 2024-09-12
  • [조회]1077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매일을 힘겹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살기 좋은, 지내기 편한 이상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니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이 떠오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의 복지를 경험한 후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죽음 이후 사자에게 벌어지는 일에 사람들은 무심하다. 염문화, 사후에 일어나는 현상이나 환상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작품들이 최근 드라마, 영화 작품 등 콘텐츠에 등장하고 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주연의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는 사자의 묘를 둘러싼 이야기로 많은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그 가운데 염문화를 주제로 한 연극 <염쟁이 유씨>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염쟁이 유씨>는 1인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염쟁이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선사해 왔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한 연극 <염쟁이 유씨>가 시드니를 찾았다. 한호방송협회는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이틀 동안 시드니 현지 관객들에게  <염쟁이 유씨>를 소개했다. 공연을 마친 다음 날인 9월 2일 시드니의 한 카페에서 이번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 유순웅을 만나볼 수 있었다.


< '염쟁이 유씨' 시드니 공연 홍보 포스터 - 출처: 한호방송협회 제공 >

 

연극 <염쟁이 유씨>로 시드니를 찾은 소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연극 <염쟁이 유씨>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서 많은 관객을 동원했지만 해외 공연은 계획만 하고 실제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호주에서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하게 돼 의미가 크고, 교민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셔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되셨나요?

저는 한국의 작은 도시인 청주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연극에 대한 적성을 느껴 배우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역이 작고 연극 활동 인원이 적다 보니 연출도 맡게 됐고 결국 배우로 향하는 경로를 계속 걸어왔습니다.


연출가로서 어느 작품을 연출하셨나요?

여러 작품을 연출해왔지만 이야기하기에 약간 부끄러운 작품으로 <귀향>이 있습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강>이 있죠. 주로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나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한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특수성을 반영해 '분단의 아픔'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했습니다. 외국 작품을 번역하는 대신, 창작극에 집중해 극단에서 글을 쓰고 직접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배우 유순웅 배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연극 <염쟁이 유씨’>는 어떤 작품이며, 해당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염'은 죽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 입관하는 절차를 의미하는데, <염쟁이 유씨>는 염쟁이가 일생을 여러 죽음을 목격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인지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연극을 한 지 약 20년이 됐을 때 연극 인생의 중간 점검을 해보자는 의미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즉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자문도 하고 관객들에게도 묻고자 하는 뜻에서 <염쟁이 유씨>를 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연극 <염쟁이 유씨>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작품이 인기가 많은 것은 특별히 한 두 가지 요인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소재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소통의 장치를 마련했던 점이 공감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품 곳곳에 웃음 요소가 여러 군데 배치돼 있어서 죽음이나 장례, 염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미있고 즐겁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감상할 때 즐거우면서도 작품이 끝난 후에는 긴 여운이 남아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연극 <염쟁이 유씨>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결국 살아가고 죽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 작품을 하면서 계속해서 자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일까요? '가치와 의미만을 추구하다 보면 개인의 삶이 희생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합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면서도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뜻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인생 자체,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을 시작한 지 20년쯤 됐을 때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청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 작품이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고 덕분에 드라마와 영화 분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많은 관객들과 만난 결과, 제 인생이 마치 염쟁이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저 자신과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염쟁이 유씨>는 제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40대 초반에 <염쟁이 유씨>를 처음 선보였을 때 꿈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젊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설정 연령인 70대까지 연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직 70세가 되지는 않았지만 외모상으로는 거의 70대가 된 지금, 행복하고 기쁩니다. 젊었을 때는 힘만으로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염쟁이 유씨'의 배우 유순웅 - 출처: 통신원 촬영 >

 

<염쟁이 유씨>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한 관객분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중 극장 옆을 지나가다 포스터를 보고 연극을 보고 싶어 들어오셨습니다.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살았던 분이 <염쟁이 유씨>를 관람한 후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깨달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감사 인사를 들었던 그 경험은 제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배우 유순웅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극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특별히 제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연기할 때 정제되거나 세련되기보다는 투박함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외모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 된장처럼 독특하고 소박한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투박함이 저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국문화 혹은 K-연극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문화의 장점 중 하나는 한국 민족이 '한의 민족이'라고 자주 이야기되는 점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농경 사회에서 살아왔고 풍물이나 탈춤 같은 전통문화를 수백 년 이어왔습니다. 비록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잊힐 수도 있는 뿌리일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깊은 내면에는 그런 전통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 의식 등이 다른 문화에 비해 강하게 살아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한국문화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염쟁이 유씨>의 시드니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배우 유순웅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관객이 교민이었지만 현장에 있던 이민 2세대나 비한인 관객에게도 작품의 의미는 잘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극 <염쟁이 유씨>가 보다 다양한 곳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를 응원하고 싶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한호방송협회 제공

통신원이미지

  •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 약력 : CMRC(Community Migrant Resource Centre) 가족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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