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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8월 31일 독립기념일과 9월 16일 말레이시아의 날 두 개의 기념일을 기린다. 독립기념일은 1957년 8월 31일 뚠구 압둘 라흐만 초대 수상이 서말레이시아 등 일부 지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1963년 9월 16일은 지금의 말레이시아(동말레이시아, 서말레이시아) 독립을 기념하고 동말레이시아가 말레이시아에 합류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8월부터 9월까지 말레이시아에서는 독립을 기념하고 통합된 말레이시아를 기념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도로 곳곳에서 게양된 말레이시아 국기를 볼 수 있고 매년 새롭게 선정된 기념일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마다니: 독립 정신(Malaysia Madani: Jiwa Merdeka)>이 주제곡으로 선정됐다.
말레이시아는 긴 세월 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부터 약 3년 8개월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1941년 12월 8일 3만여 명의 일본군은 말레이시아 동부지역인 뜨렝가누를 시작으로 19일 북부 지역 페낭, 23일 타이핑 등 주요 도시를 차례대로 점령했다. 일본군은 1942년 1월 11일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점령한 뒤 2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영국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일본이 말레이시아를 점령한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인들은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다. 3년 8개월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점령기 동안 얼마나 많은 위안소가 설치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The New York Times(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내에만 20여 개소에 달하는 일본군 위안소가 있었다. 아시아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나카하라 미치코(Michiko Nakahara) 와세다 대학교 교수는 2001년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Malay Mail(말레이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쿠알라룸푸르, 페낭, 믈라카 등 말레이시아 전역에 위안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 싱가포르에서 항복하는 영국군 - 출처: 퍼시픽 아트로시티스 에듀케이션 홈페이지 >
말레이시아 위안부 피해자는 공개 증언을 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1993년 현지 매체 《Free Malaysia Today(프리 말레이시아 투데이)》가 보도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1943년 16세에 일본군 4명에게 납치된 피해자가 2년간 매일 12명이 넘는 일본군을 2년간 상대해야 했다는 공개 증언이 남아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로잘린드 소우(Rosalind Saw)는 1994년 페낭에서 두 아이를 키우던 25세에 일본군에 납치돼 페낭 잘란 자이날 아비딘(Jalan Zainal Abidin)에 위치한 통 록 호텔(Tong Lock Hotel)로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위안소로 사용된 옛 통 록 호텔 건물은 여전히 형체가 남아 있지만 4년 전과 비교할 때 많이 낡아있고 방치된 모습이다.
< (좌)옛 위안소로 사용된 통 록 호텔의 2024년 현재 모습, (우)2020년 촬영한 옛 통 록 호텔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증언은 많지만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위안부 피해자 증언은 1990년대 한국을 비롯해 식민 피해 국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일본 간 우호 관계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1993년 나집 라작(Najib Razak) 정권 당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대표는 무스타파 야쿠브(Mustapha Yaakub) 통일말레이국민조직 청년단 의원의 유엔세계인권대회 위안부 증언을 저지한 바 있다. 이에 현지 언론 《Malay Mail》은 "(일본) 투자 유치를 위해 우리의 영혼을 담보 잡고 정의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라며 나집 라작의 행보를 비난한 바 있다. 최근까지도 말레이시아 위안부를 향한 무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위안부 문제를 마지막으로 조명한 기사는 2021년 3월 8일 보도된 《Free Malaysia Today》의 기사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 말레이시아 위안부(Untold stories of Malaya’s ‘comfort women’)"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위안소의 위치와 같은 역사적 기록을 증명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위안소의 형체가 남아 있는 곳은 드물며 그들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국이 공통의 역사를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퍼시픽 아트로시티스 에듀케이션 홈페이지, https://www.pacificatrocities.org/
- 《Free Malaysia Today》 (2021. 3. 8). Untold stories of Malaya's 'comfort women',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21/03/08/untold-stories-of-malayas-comfort-women/
- 《The Sun Daily》 (2015. 12. 30). MCA seeks “good will payment” from Japanese government, https://thesun.my/archive/1651565-FSARCH344142
- 《Malaysiakini》 (2001. 8. 11). Researcher details shattered lives of local comfort women, https://www.malaysiakini.com/news/4269
- 《Malaysiakini》 (2001. 8. 11). Umno Youths bid to highlight plight of Msian 'comfort women' foiled, https://www.malaysiakini.com/news/4265
- 《Malaysiakini》 (2001. 8. 14). Time to comfort our forgotten 'comfort' women, https://www.malaysiakini.com/letters/9082
- 《The New York Times》 (1993. 4 .14). A 'Comfort Women' Screen Hides the Enduring Shame, https://www.nytimes.com/1993/04/14/opinion/IHT-a-comfort-women-screen-hides-the-enduring-sham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