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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의 <투토몬도(Tuttomondo)> 벽화는 1989년 이탈리아 피사(Pisa)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피사 시민들과 도시가 예술작품을 수용하는 방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당시 피사의 소년이었던 피에르조 카스텔라니(Piergiorgio Castellani)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뉴욕을 여행하게 된 피에르조가 한 음악 콘서트에서 우연히 키스 해링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친구가 되고, 이를 계기로 키스 해링이 피에르조와 함께 피사를 탐험하며 이 벽화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키스 해링은 피사의 색, 진동, 그리고 아이디어를 흡수하며 인간, 동물, 자연 사이의 사랑과 조화를 주제로 한 벽화를 피사에 탄생시켰다.
<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사에 있는 키스 해링의 '투토몬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에도 잘 알려진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은 뉴욕의 미술가로 특히 그라피티 미술로 유명하며 인종과 동성애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운 사회 운동가이기도 했다. 31살에 요절한 이 천재 예술가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1990년)하기 바로 전년도에 공공 벽화 작품인 <투토몬도>를 제작했다.
피사는 고대부터 강과 항구, 대학의 문화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만나 살아가고 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키스 해링의 <투토몬도>는 피사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피사 시민들은 예술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투토몬도>는 단순한 벽화를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며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예술적 접근은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예술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 '투토몬도'는 다양한 상징들로 가득하며 인류의 다양성과 단합을 표현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사 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피사 지역 관광 정보 관련 웹 매거진 《Comune di Pisa》에서는 <투토몬도>에 대한 자세한 작품 설명을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다. "<투토몬도> 벽화는 다섯 개의 인물과 다양한 동물들로 구성돼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마트료시카처럼 서로의 몸에 들어가 있는 인간 형상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이 인물들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세 민족 집단을 상징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마음을 손에 쥐고 있다. 이는 인류의 다양성과 단합을 나타낸다. 세 인물 옆에는 가위로 부서진 뱀이 있다. 이 뱀은 두 사람의 형상으로 형성돼 있으며 함께 행동해야만 악을 전멸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뱀은 많은 문화에서 악을 상징하는데 키스 해링의 작품에서는 에이즈와의 싸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에이즈는 키스 해링이 1990년 2월에 세상을 떠나게 한 원인이다."
또한 텔레비전 모양의 머리를 가진 인물은 대중 매체와 현실 간의 단절을 상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하단의 다섯 개의 손은 장인의 작업, 협력의 중요성, 그리고 창조의 과정을 나타낸다. 이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노란색 남자는 벽화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으로, 키스 해링 자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인간의 움직임과 변화를 상징하며 시간이 멈추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고정된 것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벽화 속 동물들은 나비, 원숭이, 박쥐, 물고기, 개, 암탉, 돌고래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돼 있다. 이들은 남성, 여성, 어린이의 인물들과 혼합되면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중앙에 위치한 삼엽수 모양의 노란색 십자가는 피사의 상징으로 지역 정체성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모습은 모성애와 보호의 상징해 인간의 본질적인 사랑과 돌봄을 나타낸다. 이는 키스 해링이 전하고자 했던 사랑과 조화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키스 해링의 <투토몬도>는 피사에서의 예술적 전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지역 사회와의 깊은 연결을 보여준다. 키스 해링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피사의 맥락을 반영하고 벽화를 통해 사랑과 조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또한 키스 해링이 사용한 다양한 상징들은 인류의 다양성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투토몬도>는 피사 시민들에게 예술이 사회적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우며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더욱 깊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키스 해링의 벽화는 피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Comune di Pisa》 Keith Haring 'Tuttomondo', https://www.turismo.pisa.it/en/place/tuttomondo-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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