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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Michelangelo Buonarroti)가 1501년부터 1504년까지 제작한 대리석 조각상으로, 성경 속 인물인 다윗을 묘사하고 있다. 이 조각상은 높이 5m가 넘는 거대 조각상으로 다윗이 거인 골리앗과 싸우기 전의 결연한 자세와 표정에는 고전적 미의 기준이 반영돼 있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상징으로 당시 피렌체가 겪고 있던 정치적 불안정성과 시민의 결단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르네상스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피렌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은 세 개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기 위해 피렌체를 찾는다.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아카데미아 갤러리(Galleria dell’Accademia di Firenze) 앞에는 늦여름 한낮의 땡볕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런던에서 이탈리아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 크리스는 "다비드상의 오리지널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설레요. 피렌체에 오기 한 달 전에 예약했어요."라며 갤러리 안으로 입장했다.
미술사적으로 다비드상은 인체 묘사와 조형의 혁신을 가져왔다. 미켈란젤로는 인체의 구조를 정교하게 표현해 인체의 아름다움과 힘을 극대화했다. 특히 다비드의 비례와 자세는 고전적인 그리스 조각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창적인 해석을 더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르네상스 이후 조각과 회화에 큰 영감을 주었다. 다비드상은 또한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감정 표현에 있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 수학여행을 온 십 대 청소년들 한 무리가 다비드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중 쥴리아는 "이렇게 아래쪽에서 위로 사진을 찍으면 다비드의 신체 비율이 정말 완벽해 보여요. 모델처럼요! 정말 놀라워요!"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 아카데미아 갤러리에 전시된 다비드상 오리지널,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한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렌체에 있는 두 번째 다비드상은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 있다. 1910년 아카데미아 갤러리에 있는 다비드상의 복제품을 피렌체의 정치적, 문화적 상징으로 삼고 시민의 힘과 독립성을 나타내기 위해 시민들이 정치적 노론을 하던 장소였던 시뇨리아 광장에 설치했다.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인 15세기 초반, 피렌체 공국이 밀라노 공화국에게 정치, 군사적으로 밀리던 당시 피렌체 사람들은 밀라노를 덩치만 큰 골리앗에, 피렌체를 작지만 명민하고 용감한 다비드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피렌체 시청으로 사용되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을 마주한 피렌체 민주주의의 상징인 시뇨리아 광장에 많은 조각상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다비드상은 단연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다. "피렌체에서 나고 자란 저한테 다비드상은 나 자신처럼 투영되기도 합니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이곳을 찾아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가만히 서서 다비드상을 보고 있으면 자긍심과 용기가 솟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피렌체의 한 시민이 말했다.
< 미켈란젤로 광장에 있는 다비드상 복제품. 피렌체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따라 다비드상을 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렌체에 세 번째 다비드상을 보기 위해서는 피렌체 중심부에서 약 25분쯤 걸어야 한다. 막판에는 가파르게 언덕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숨 가쁘게 걸어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행렬에 합류하게 된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서 다비드상 앞에 앉아 피렌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석양을 감상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다. 관광객들은 와인이나 맥주, 그리고 파니니를 포장하거나 마트에서 올리브, 치즈, 비스켓 등 요깃거리를 챙겨 광장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 수많은 인파 뒤로 다비드상이 배경처럼 서 있다.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파비오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은 그레타는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에요. 내 생애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거예요."라며 행복해했다. 이곳에 있는 다비드상 또한 복제품으로,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다비드상의 원래 감상 계획대로 최대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볼 수 있다. 특히 피렌체의 높은 하늘과 어우러져 날씨에 따라 다비드상의 다양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도시들이 예술 작품을 다루는 방식은 그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반영하며 관광과 지역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피렌체에서 다비드상은 단순한 조각 작품이 아니라 시민의 자부심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조각상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시민 모두에게 감정적 연결을 제공한다. 다비드상이 위치한 세 개의 장소는 각각의 문화적 맥락에서 깊은 의미를 지니며 각기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아카데미아 갤러리에서의 관람은 예술적 감동을, 시뇨리아 광장에서의 감상은 정치적 상징성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의 모습은 경관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한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은 도시가 예술 작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피렌체의 다비드상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하는 매개체로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가 예술 작품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그 도시의 미래 비전과도 연결되며 예술이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