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헝가리의 여름방학은 길다. 봄 학기가 끝나는 5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헝가리 대학들은 통상 3개월 이상 여름 방학을 갖는다. 겨울에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한국과는 달리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여름에 한 학년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긴 여름 방학을 이용해 다음 학기에 필요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하기도 하고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등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는 헝가리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긴 여름방학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다페스트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ötvös Loránd Tudományegyetem, 이하 엘테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져르머티 니콜레트(Gyarmati Nikolett, 21)는 "5월 중순에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3개월 정도 지났어요. 학기 중에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배운 한국어 실력이 점점 퇴보하는 기분이에요. 분명 학기 중에는 지금보다 훨씬 유창하게 한국어를 말할 수 있었는데 방학이 시작되고 한국어를 구사할 기회가 없어지니 너무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외국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제 조금 말하기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아 그 실력이 사라지는 경험 말이다.
이런 현지인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엘테대학교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제1회 2024 세종 여름 캠프'를 주최했다. '2024 세종 여름 캠프'는 헝가리에서 높아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충족하기 위해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3일 동안 집중적으로 한국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 체험 활동에도 참여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2024 세종 여름 캠프'는 16세 이상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초급부터 중급 이상의 과정까지 개설해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또한 점심시간 이후에는 아리랑 배우기, 윷놀이 대회, 우표 만들기, 한식 만들기 등의 문화 체험 강좌를 통해 참가자들이 한국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 부다에 위치한 한식당(K-Point)에서 '오이소박이 만들기'를 체험한 참가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캠프에 참가한 베네 멜린더(Bene Melinda, 21)는 "여름 방학 동안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캠프에 참여해 너무 좋아요.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문화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한식 만들기 체험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에도 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체험을 통해 직접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져르머티 니콜레트(21) 역시 "이번 '세종 여름 캠프'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라고 말하며 "9살 때 조부모님과 함께 드라마 <이산>을 보고 감동을 받아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이산>을 총 3번 봤는데 두 번은 헝가리어 더빙으로 마지막은 한국어로 봤어요. 마지막에 한국어를 들으며 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언어를 꼭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데브레첸 근교에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설이 없었어요. 엘테대학교에 입학하고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렇게 여름 캠프를 통해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앞으로 이와 같은 행사가 더 자주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2024 세종 여름 캠프'에 참가한 져르머티 니콜레트(좌)와 베네 멜린더(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여름 캠프를 기획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진경애 교수는 "헝가리 내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현지인들의 수요에 맞추어 더욱 다양한 한국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이번 '세종 여름 캠프'를 개최했습니다. 올해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개원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첫해에 한 명의 파견 선생님으로 시작했으나 폭발적인 수강생 증가로 현재는 네 명의 파견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과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헝가리에 있는 한국 기업(삼성SDI, SK온, KDB, 삼성전자, LG전자, 신흥에스이씨 등)이 지난 3년 동안 한류 확산을 위해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 설비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이번 9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확장 이전하게 됐고 '2024 세종 여름 캠프'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헝가리에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자생할 수 있도록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보다 풍부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