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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등 한국 베스트셀러들이 나란히 판매대에 꽂혀 있다. 익숙한 표지 그림에 한국어로 된 제목까지, 말 그대로 한국 서점 한구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최근 브라질 서점가의 모습이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한국에서 대히트를 친 힐링소설이라는 것이다. 다년간 한국 서점을 섭렵한 바로 그 힐링 트렌드가 아시아, 유럽을 거쳐 브라질에 당도했다. 힐링소설은 트렌드에 발 빠른 북튜버, 팟캐스트에서 재작년부터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하더니 2024년 명실상부 출판계의 주력 상품으로 부상했다.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신작을 출시했고 언론들도 문학계에 부는 힐링소설 바람을 상세히 조명했다.
< 브라질 서점에 부는 힐링소설 붐 가운데 한국 작품들이 있다(사진은 각각 다른 현지 서점의 최근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힐링소설에 대해 브라질 매체들은 "공감 가는 주제를 적은 등장인물, 단순한 줄거리로 친숙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심리 상담 같은 이야기. 귀여운 고양이와 교훈으로 가득 차 있고 서점, 도서관, 카페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들이 표지에 그려진 것이 특징"이라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이미예, 황보름, 카와구치 토시카즈, 아오야마 미치코 등 주로 한일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가 인터뷰를 통해 특히 아시아에서 힐링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즉 위로와 심리적 안정이 화두가 된 치열한 경쟁과 관계 부재 등의 사회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해외 힐링소설도 적지 않음에도 유독 한일 작품이 주목받는 데에는 한류 등으로 축적된 아시아 문화에 대한 높은 국내 호감도가 반영된 것이다.
힐링소설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일본 문학은 때를 놓치지 않고 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와구치 도시카즈의 『커피가 식기 전에』가 브라질 상반기 소설 판매 순위에 오른데 이어, 아이아마 미치코의 『A biblioteca dos sonhos secretos(의역: 비밀 꿈의 도서관)』, 스유 이시다의 『Vou te receitar um gato(의역:너에게 고양이를 처방하겠어)』 등 고양이 표지의 일본 소설들이 힐링소설 구역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달러구트 꿈 백화점', '아몬드'가 전시돼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 가운데 한국 작품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달러구트 꿈 백화점』,『아몬드』까지 한국의 베스트셀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이 컬렉션은 알록달록한 일러스트, 한글 캘리그래피로 브라질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중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아마존 브라질에서 무려 2,600건이 넘는 독자 후기가 작성돼 그 높은 인기가 실감된다. 황보람 작가는 다음 달 열릴 상파울루 국제도서비엔날레에 초청돼 직접 브라질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매년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번갈아 열리는 국제도서비엔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서전이자 브라질의 주요 문화 행사다.
< '왜 한국과 일본의 힐링소설이 브라질에 오게 됐나' 기사 헤드라인 - 출처: 'Folha de SP' >
비슷한 도서들의 출판 러시에 혹여 비판은 없을까? 2023년 문화계 유명 인사 필리피 네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국 작가 메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대해 "가장 천박하고 뻔뻔한 자기개발서"라며 "문학적으로 형편없다."고 혹평한 바 있다. 한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소설 부문 1위의 베스트셀러로 이 책의 성공이 브라질에 '도서관 표지' 즉 힐링소설 붐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힐링소설이 인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빠르고 쉬운 해결에 환상을 가져온다는 시각도 일부 없지 않지만, 출판계는 힐링소설 붐을 한껏 반기는 모습이다. 장르 특성상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소셜미디어 내 독자 간 정보 교류가 활발해 판매 촉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9월의 비엔날레, 그리고 신간 출시가 연말까지 예정돼 있어 업계에서는 현 분위기를 최대한 이어가려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힐링소설의 인기가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힐링소설 신드롬 시작에 한국 작가들이 있고, 한류 문학의 궤도를 이어나가 브라질 서점 한곳을 차지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덕분에 출시된 신간도 늘어 도서관과 서점에 한국 문학의 자리가 조금씩 채워지는 게 보여 참으로 기쁘다. 한국의 다음 히트작에 전 세계 출판 시장이 눈여겨보는 지금,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발굴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Folha de SP》 (2024. 7. 19). Por que livros 'de cura' da Coreia do Sul e do Japão agora migram para o Brasil,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4/07/por-que-livros-de-cura-da-coreia-do-sul-e-do-japao-agora-migram-para-o-brasil.shtml
-《O Globo》 (2024. 4. 13). Ficção de cura: gênero conquista público ao abraçar personagens que buscam soluções para impasses da vidas, https://oglobo.globo.com/cultura/livros/noticia/2024/04/13/ficcao-de-cura-genero-conquista-publico-ao-abracar-personagens-que-buscam-solucoes-para-impasses-da-vidas.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