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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 이름을 가지게 된다.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람이나 사물, 단체 등에 붙여 부르며, 이름이 주어짐으로써 대상은 비로소 의미를 얻게 되고 존재 가치를 지닌다. 한국은 이름 앞에 성(姓)을 붙이는데 성은 본관에 따라 구분한다. 성은 영어로는 'Family name', 'Last name'이라 불리는 성은 가족, 가문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에는 없지만 'Middle name'이 있는 곳도 있으며 이는 서양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조부모의 이름을 붙인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아시아권에는 성이 없는 국가가 제법 많다고 한다.
미얀마 또한 이름에 성이 없고 여권에는 이름(First name)만 기재돼 있다. 성이 없는 대신 이름 앞에 공손한 표현이 있다. 통신원이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과거 한국과 미얀마가 축구를 한 적이 있었다. 차범근 전 감독이 선수이던 시절이기 때문에 꽤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선수를 소개할 때 미얀마 사람들은 성은 없지만 'Mr.'의 의미를 가지는 'U'를 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U Maung'이면 'Maung 씨'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미얀마에 대한 정보가 없던 해설 위원이 선수들 이름 앞에 'U'라는 단어 붙은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차 씨가 축구를 잘하는데 미얀마에서는 U 씨가 축구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는 우스개 사연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다 보니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는 'Mr.'는 'U', 'Mrs.'를 'Daw'라고 표기한다. 그리고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남자는 'Ko', 어린 여자는 'Ma'라고 표기를 한다. 미얀마 사람 중에서도 너무 친해 이름 앞에 위와 같은 표현을 붙이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성이 없는 미얀마 사람들 이름 앞에 'U', 'Daw', 'Ko', 'Ma'를 붙여 표현하는 것이 공손한 표현이다. 특히 10대의 어린 남자에게는 'Maung'을 붙인다.
다음으로 특이한 점은 미얀마에는 여러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고 이름을 개명하는 것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해 허가를 받아야 개명할 수 있지만 미얀마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얀마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변경할 때 신문에 광고를 내고 그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수정하는 절차만 마치면 되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쉽게 가능하다. 한국과 달리 전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고 주민등록증 자체도 종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미얀마에서는 개명뿐만 아니라 상표권, 부동산 판매, 기부하는 것조차도 신문에 광고한다. 이렇게 일정 기간 광고를 함으로써 해당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기간 내 별다른 반론이 없으면 해당 광고는 효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신문 광고를 한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 미얀마 신문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명 관련 내용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미얀마 사람들은 불리는 이름이 여러 가지다. 한국에서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태명으로 부르고, 태어나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과 같이 태명을 지어주지만 본래 이름이 있음에도 그 태명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르기도 한다. 또한 미얀마 사람의 이름은 태국인의 이름처럼 길지는 않지만 편하게 부르기 위해 이름의 앞글자나 뒷글자를 따 아명으로 쓰기도 한다. 이 또한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르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모습이나 이벤트를 보고 아명을 짓기도 하는데 감자, 망고, 오리알, 계란, 메추리알, 만두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붙여준다. 태명이나 아명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친인척까지 부르는 경우가 많고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태명이나 아명은 알지만 실제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화교의 경우 중국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보니 당사자를 부를 때 사람마다 여러 방식으로 부르게 된다.
< 전자신분증이 아닌 수기로 작성하고 코팅하는 미얀마 주민등록증 - 출처: 통신원 촬영 >
미얀마인 A 씨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는 집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마을에서는 아명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마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해 아명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실제로 본인의 이름을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며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었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또 다른 미얀마인 B 씨는 "친한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 제가 하얗고 동그랗다고 해서 '오리알'로 불렀다. 그래서 요즘에도 '오리알' 혹은 '오리'로 불리고 있다. 초등학교 때 별명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불려왔고 제 지인은 태어날 때부터 작고 귀엽다고 '난쟁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28살이 넘은 지금도 '난쟁이'라고 불린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미얀마인 C 씨는 "미얀마에서는 풀네임을 부를 경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만약 친한 사이에 풀네임을 부르면 상대방이 나에게 화가 나있거나 감정이 상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친분이 있는 경우 이름의 앞부분을 부른다. 예를 들어 'Ma Khaing Khaing Kyaw'라면 'Ma'는 'Ms'의 의미이기 때문에 'Ma Khaing' 혹은 'Khaing', 'Khaing Khaing' 등으로 부른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얀마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의 요일에 맞추어 그에 맞는 미얀마 글자를 따 이름을 짓는다. 이는 부모님이 지어줄 때도 있지만 아이가 약하게 태어났다면 스님께 부탁해 이름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름과 관련해 미얀마에는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