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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요나라」를 관람하고

  • [등록일] 2006-10-19
  • [조회]4277
 

일본인의 일반적인 감각과 동떨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도저히 사자의 영혼이 유골이나 묘지, 신사의 제단 등에 깃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가 없다.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 유골 수집단이 격전지였던 남도로 출발한다는 보도에는 가슴 한편에 답답함을 느낀다.

지금까지도 유골을 전부 회수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태만이라며 분노하는 참가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골 수집이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태평양에 침몰한 유송선이나 군함에 타고 있던 수십만의 유골을 다 회수할 수도 없을뿐더러...”라며 괜히 한 마디 거들고 싶어진다. 

내 경우를 보면, 시골 아버지 묘지가 있어 가끔 성묘를 가기는 하지만 산사의 묘지에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은 어머니의 의도에 따라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먼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영혼이 이끼 낀 비석이나 유골을 안치한 항아리 속에 깃들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일 년에 몇 번인가 아버지의 모습이 꿈에 나타날 때가 있다. 그 이외에도 추억에 잠기거나 마음속으로 대화를 하거나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아버지의 영혼은 틀림없이 내 곁에 함께 하고 있다. 평소에 천국이나 지옥 어디선가 생활을 하고 있든 간에 언제 어디든지 나타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도 왜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산속에까지 가야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안녕, 사요나라」는 한일공동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희자씨의 아버지는 일본군에 징용되어 중국에서 숨을 거두었다. 유족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사망통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버지의 유골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희자씨는 합사의 취하를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여 유족의 의향을 전한다. 아버지의 기일에는 중국을 방문하여 아버지가 마지막을 보낸 땅에서 제사를 드린다.

긴장감 넘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는 지금도 아버지의 비석에 아버지의 이름을 새길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었다. 철이 들기도 전에 헤어져 얼굴도 모르고 추억조차 없는 그녀에게 이름은 몇 안 되는 아버지의 증표이며, 더구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군국주의의 화신인 야스쿠니 신사에 마음대로 이용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인 것이다.

그런 걸 이해하면서도, 오히려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어디서 누군가가 아버지의 이름을 마음대로 이용하려고 해도 당신에게서 그의 이름을 빼앗을 수는 없다. 당신의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한, 그 영혼이 야스쿠니 신사 같은 곳에 머물러 있을 리가 없다. 영혼이라는 태고로부터의 보편적 존재가 메이지시대에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 신도의 속박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되찾을 때까지 비석에 이름을 새길 수도 없다는 가슴 아픈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희자씨와 마찬가지로 일본인 중에도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중의 일부는 이희자씨처럼 야스쿠니 신사에 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편 모셔져 있는 것을 마음의 위로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권력자나 국수주의자는 어찌 되었건, 서민인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소박하게 아버지의 영혼의 안녕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안녕, 사요나라」는 정면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유족의 마음을 그린 작품이다. 군인, 군속, 일반시민, 국적과 상관없이 전쟁 희생자의 유족들에 있어서 그 고통과 슬픔에 변함은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의문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글: 사카모토 히데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한도치즈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도쿄)/도쿄 통신원]
  • 약력 : 현) 도쿄외국어대학, 국제기독교대학, 무사시대학 강사 리쿄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사회학과 문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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