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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선 문학의 만남 :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
글·정리 이현진 대표(와우컬처랩)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를 위한 <앤솔로지* 프로젝트 참여 작가 교류>는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양국 작가들이 문학을 통해 이루어낸 창의적 교류의 산물이다. 이 프로젝트의 결실인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 (민음사, 2024)는 한국과 캐나다 작가들의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2024 코리아라운드 컬처>의 지원을 바탕으로, 토론토국제작가축제와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두 나라 작가들이 깊이 있는 문학적 교류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앤솔로지는 경계, 고립, 차별 등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문제를 문학적으로 탐구하며,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공통의 가치를 모색한 협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김멜라, 김애란, 윤고은, 정보라 등 한국 작가들과 리사 버드-윌슨, 얀 마텔, 조던 스콧, 킴 투이 등 캐나다 작가들이 참여하여, 국경을 초월한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앤솔로지(Anthology):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 선집(選集).
문학을 통해 연결된 두 축제, 토론토국제작가축제와 서울와우북페스티벌
2024년 9월 토론토국제작가축제(TIFA; Toronto International Festival of Authors)에서 정보라 작가와 리사 버드-윌슨(Lisa Bird-Wilson) 작가가 참여한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앤솔로지가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이후 제20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한국 출간이 이루어졌다. 2025년 8월에는 캐나다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같은 해 9월 토론토국제작가축제에서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티파(TIFA, 토론토국제작가축제 주최?주관)와 와우컬처랩(서울와우북페스티벌 주최?주관)은 양국 작가들의 교류를 시작으로 앤솔로지 출간 협력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앞으로도 양국 간 문학적 교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국가 간 축제 교류의 중요성
국가 간 문화교류는 예술적 소통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이해를 증진시키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 프로젝트는 이러한 국제 협력의 성공적인 사례다. 특히 쌍방향 문화교류는 단발적 교류를 넘어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이 해외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며, 한국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예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과 협업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한국-캐나다 앤솔로지 참여 작가 및 티파(TIFA) 디렉터 인터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작가들과 티파 디렉터 롤랜드 걸리버의 인터뷰를 통해, 앤솔로지 작업이 작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으며, 이 프로젝트가 양국 간 문학 교류에 어떤 의미를 더했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 인터뷰: 킴 투이(Kim Thuy)]
Q. 킴 투이 작가님의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이번 앤솔로지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2024 코리아라운드 컬처>를 계기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서울로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새로운 문화와의 첫 만남이었죠. 초대장 하나로 시작된 인연이 마음속 깊이 뿌리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구 반대편 특파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이 독자들에게 광활한 바다를 건너 캐나다로 향하는 다리가 되기를, 그리고 캐나다의 풍성한 문화를 경험하는 창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Q. 처음으로 이런 국제적인 문학 협업에 참여하셨는데, 무엇이 참여를 결심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과 얻은 깨달음에 대해 들려주세요.
캐나다에 대해 글을 쓰고, 묘사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 나라를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펜을 들어 글을 써내려가는 동안, 국경을 넘어 산과 빙하를 가로지르는 인류 공통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삶의 근간인 다양성과 포용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Q.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캐나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난민에서 이민자로, 그리고 이제는 눈에 띄는 소수계 캐나다인이 된 제 여정은 동화처럼 놀랍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고 성취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여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꿈꾸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도움의 손길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권의 앤솔로지가 위대한 우정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잠든 꿈과 희망을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두 번째 인터뷰: 김멜라]
Q.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 프로젝트 참여로 얻은 경험과 캐나다 작가들과의 협업에서 받은 영감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이 협업은 준비부터 서울와우북페스티벌까지 줄곧 활기차고 다정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문학의 새로운 지대가 펼쳐지는 듯했고, 작품집에 담긴 동시대 작가들의 고유한 관점이 제 시야를 트이게 해주었습니다. 캐나다 작가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어떻게 하면 소설 속 인물처럼 자신의 소수자성에 자부심을 갖고 어디서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라는 저의 질문에 킴 투이 작가님이 해주신 답변은 몹시도 인상 깊었습니다
킴 투이 작가님은 생생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유머를 담아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작가님의 흥미진진한 묘사와 그 안에 담긴 경이로운 체험에 몰입하느라 그 이야기가 제게 어떤 의미인지 곧장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튿날 조용히 홀로 다른 책을 읽다 문득 킴 투이 작가님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이야기가 제 삶에 큰 전환점이 되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감히 그 순간을 ‘사랑의 확신’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마음은 살 곳을 잃은 어린 소녀를 포옹해 준 누군가의 진심 어린 환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이제 저에게 이어졌으며 앞으로 제가 쓰는 글로 계속 연결되리라 생각합니다.
Q. 문학을 통해 양국 독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고의 아이디어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으로 깊이 스며들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야말로 시공간의 제약을 감싸 안으며 서로의 존재를 가까이 초대할 수 있는 인류의 아름다운 소통 방식이니까요. 바로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경험한 것처럼요. 부드러운 노크처럼 제 마음의 문을 열게 한 뜻깊은 경험이 작가들의 글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의 독자들에게도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가 앞으로 작가님의 창작 활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었습니다. 탁월한 통역자분들의 도움으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즐겁게 소통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무엇보다 진실한 마음과 그 안에 깃든 사랑이 있다면, 장벽이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의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싹텄습니다. 창작과 글쓰기에 이보다 더 든든한 토양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져 저뿐 아니라 한국과 캐나다의 많은 작가가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세 번째 인터뷰: 롤랜드 걸리버(Roland Gulliver)]
Q. 티파(TIFA, 토론토국제작가축제 주최/주관)와 와우컬처랩(서울와우북페스티벌 주최?주관) 간의 협력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이번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 프로젝트에 티파(TIFA)가 참여한 의의는 무엇인가요?
이번 프로젝트는 와우컬처랩에서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공유하며 캐나다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조언과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롭고 야심찬 계획이었기 때문에, 티파 입장에서도 이 협력이 매우 가치 있다고 느꼈습니다. 단지 저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제적 명성을 확장하는 데에도 큰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캐나다의 저명한 작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활기찬 문학계를 더욱 깊이 탐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저는 한국 문학계와의 깊이 있는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한국 작가들을 6월의 ‘모티브: 범죄 및 미스터리축제’(MOTIVE: Crime and Mistery Festival)와 9월의 ‘토론토국제작가축제’에 초청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캐나다의 관객들이 새로운 책과 작가들을 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한, 이 협력은 캐나다 작가들에게도 국제적인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창작 활동에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캐나다 문학이 어떻게 서로의 문학적 흐름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이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Q. 국제 문학 축제 교류가 세계적인 문화 이해와 협력 증진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캐나다의 토론토국제작가축제와 한국의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협력이 이러한 맥락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국제적인 문학 교류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희 축제는 주로 영어권 북미 문학에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문화권과의 교류가 종종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번역과 출판의 제약이 있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에게 그 한계를 뛰어넘을 기회를 주었고, 새로운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과도 연결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발적인 작가 소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작가들을 지속해서 소개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디어와 관객들에게 더 깊이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교류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국 축제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문학적 이해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의 문학 축제에 직접 방문하면서 새로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고, 향후 더 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캐나다의 문학 축제가 진정한 글로벌 문학 축제로 나아가기를 원하기에, 이번 협력은 저희 축제가 초청하는 작가들의 범위를 확장할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Q. 토론토국제작가축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문학 축제 간 협력이 각국의 문학계 발전과 문화 다양성 증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국제적인 문학 축제 간 협력은 각국 문학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년간의 자금 지원입니다. 책 축제는 일반적으로 매년 출판되는 도서와 그 주기에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2~3년 이상의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면, 관련 기관들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더 큰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각국 문학계에도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캐나다 작가들이 국제적인 초청을 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작품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을 의미하며, 이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조던 스콧은 한국에서 열렬한 독자층을 만나면서 그의 창작 활동에 영감을 얻었고, 원주민 작가인 리사 버드-윌슨 역시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그녀의 작업과 유산에 대한 새로운 존경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는 캐나다의 원주민 문제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종 국가 내에서만 논의되지만, 이번 교류 프로젝트는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이해의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국제문학교류, 그 무한한 가능성
한국-캐나다 문학 작가 교류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양국이 함께 문학의 미래를 열어나갈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협력은 두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경을 초월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창작과 협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문학 축제 간의 지속적인 교류는 양국의 문학적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한국과 캐나다 간의 문학교류가 더 넓은 국제 문학계로 확장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