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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시즌’으로 물든 2023년 영국, 한국 문화예술의 매력 속으로

  • [등록일]2024-01-08
  • [조회] 4194

‘코리아시즌’으로 물든 2023년 영국,

한국 문화예술의 매력 속으로



 이수진(진흥원 교류기획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이 함께한 ‘2023 코리아시즌’이 영국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코리아시즌’은 매해 중점국가를 선정, 다채로운 한국 문화예술을 소개함과 동시에 인적교류 활성화를 목표로 둔 프로젝트다. ‘2023 코리아시즌’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 대표적인 기관들과 함께 심도 깊은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문화예술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영국에서 펼쳐진 문화강국 ‘K-컬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K-클래식의 선율, 바비칸 센터와 에든버러 축제에 퍼지다

 ‘2023 코리아시즌’은 지난 2023년 2월,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1)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었다. 조성진은 헨델, 브람스, 슈만 등 클래식 피아노 거장들의 곡들로 바로크 후기부터 낭만주의가 펼쳐졌던 18세기, 19세기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영국 주요 매체들은 그의 완벽한 기술과 곡을 연결하는 세심한 변주를 극찬하며 최상위 별점(5성)을 부여했다. 5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와의 협연이 펼쳐졌다. 각 국의 거장이 만나 이루어진 브람스의 웅장한 협주곡은 전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펼쳐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3)’ 기간 중 8월 8일~17일에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가 진행됐다. 클래식으로는 KBS교향악단4)과 한재민의 협연, 노부스 콰르텟,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의 공연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악기별 최고의 기법들은 물론 예술성까지 겸비한 연주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국 고유의 소리 창극,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다

 ‘포커스 온 코리아’ 기간 중 펼쳐진 국립창극단5) ‘트로이의 여인들’은 전쟁의 비극을 우리 고유의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에든버러 축제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전역 국가들의 ‘연대와 열린 마음(internationalism and openness)‘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졌기에 이 작품이 현지 관객에게 더 숭고하게 다가갔다.

 에든버러 축제는 관객층이 주로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3일 동안 진행된 공연에 관객들이 모두 가득찰 정도로 한국 창극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그리스 비극과 전쟁의 아픔을 한국 고유의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은 인간과 비극, 예술과 승화라는 축제의 이념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는 듯했다. 



브레이킹 댄스와 현대무용, 영국 각지 무대를 휩쓸다

 2023년 4월부터 9월까지 한국의 브레이킹 댄스팀 '무버(MOVER)'6)와 현대무용팀 ‘안은미컴퍼니’7)는 영국의 10개 도시를 투어하며 수준급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버’는 지난 4월, 유럽 최대 규모의 힙합 댄스 페스티벌 브레이킹 컨벤션(Breakin’ Convention)에 참가에 이어 5월부터 6월까지 버밍험, 캔터베리 등 9개 도시를 투어하며 약 14,000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한국의 전통음악과 브레이킹의 결합은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장르가 주는 독특한 경험과 수준 높은 댄스 실력이 주는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감탄을 선사했다.

 유럽 현대무용의 스타, ‘안은미컴퍼니’의 ‘드래곤즈’ 공연은 9월 바비칸 센터와 라우리 극장에서 각각 진행되었는데, 두 공연 모두 전석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한국과 아시아 4개국(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용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3차원 영상으로 초월적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아시아의 용을 표출했다.



현대미술, 다양한 주제에 신선함을 불어넣다

 ‘2023 코리아시즌’은 시각예술 기관과도 협업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그 시작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특별전이었다. 특별전의 개막작으로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8)의 신작을 선보였다. 영국 현지에서 최초 상영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제주도 역사, 무속신화, 공동체 의식 등을 주제로 국가를 넘어선 연대 의식을 환기시켰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이진준9) 작가의 전시 '들리는 정원'은 동아시아 철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영상, 소리, AI기술의 조합을 통해 표현되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영국 미디어아트 관련 주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2월부터 올해 1월 7일까지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에서 김희천10) 작가의 개인전 ‘더블 포저(Double Poser)’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 작가 이후 개최된 첫 한국 작가전으로 현대 기술과 디지털 공간이 인간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모색했다.



한식, 비건의 입맛을 사로잡다

 지난 7월, 한식을 재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웅철과 기보미 부부 셰프11)는 120년 이상의 오랜 전통과 권위를 가진 세계적인 미식 기관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와의 협업으로 식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중 하나로 진행한 워크숍에서는 한식에 사용하는 재료와 유럽의 조리기법을 적용해 현지 요식업계 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영화, 새로운 시각으로 감동을 선사하다

 한국 예술 영화들도 선보였다. 11월 한국 신진감독의 독립영화 4편과 장애를 주제로 한 영화 4편 등 총 8편을 영국 중심 극장들에서 상영했다. 영국영화협회(BFI) 등과 협력한 이번 영화제는 현지에서 한국 영화의 대중성과 새로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객과의 대화 세션에서는 영국 수어통역(BSL: British Sign Language)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영 미래세대 교류, 융합예술교육의 지평을 넓히다

 한-영 양국 대학이 만나 새로운 예술교육을 위한 인적 교류(NextGen Cultural Connect)도 이어졌다. 한국의 대표 예술 각종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다루는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지식융합대학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현대미술 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and Education in Arts and Media)와 함께 ‘아티스틱 리서치(Artistic Research)’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티스틱 리서치’란 예술가가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결과 자체가 예술을 의미한다는 이론이다. ‘예술행위’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현 시대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통한다. 세 학교는 11월, 서울 한예종과 서강대에서 연구 발표회와 워크숍을 개최하여 미래의 창의융합형 예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갔다. 이들은 12월 런던에서 다시 모여 11월 가졌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예술 방법론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융합예술교육에 대한 시각을 넓혀갔다.




 이번 2023년 코리아시즌은 한국을 주로 K-pop 등 대중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는 유럽권에 한국 문화예술의 다채로움을 꾸준하게 선보였다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문화강국인 영국에 수준 높은 한국 예술을 소개하여 우리 문화의 위상을 높임은 물론, 향후에도 기대되는 협업 지점들을 만들어내었다. 2024년의 코리아시즌은 프랑스 전역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1)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2) 2006년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

3) 제76회를 맞은 세계적인 명성의 종합예술 축제로 올해 48개국 2,000여명의 예술가 참여

4) KBS교향악단: 1956년 창단 이후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 발전을 선도해온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한재민: 동유럽권 주요 음악 경연인 ‘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노부스 콰르텟: 대한민국 실내악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현악 4중주 팀

손열음: 2002년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 1위

클라라 주미 강: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1위

5) 1962년 창단되어 전통 창극을 보존하고 현대적 창극 제작을 통해 세계화에 힘쓰는 국립단체

6)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피핑톰(The Company: Peeping Tom)’ 소속 김설진이 이끄는 브레이킹 그룹

7) ‘파리 시립극장(Theatre de la Ville)’의 한국인 최초 상주 안무가로 선정된 안은미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8) 한국(제주도)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된 작가로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

9) 영국 왕립조각원(Royal Society of Sculptors)의 유일한 한국인 정회원

10) 2023 에르메스문화재단 대상 수상 작가로 두산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전시

11) 런던에서 한국인 최초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부부 셰프